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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가 있는 고품격 뉴스, 세상을 더 크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기자수첩 시즌2''에서는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았다. [편집자 주]김현정의>지난 주말부터 ''아이돌'', ''유렵의 한류 열풍''이 화제이다. SM엔터테인먼트의 이번 파리 공연은 나름 대단한 성공이었다고 본다. 그러나 ''유럽에 한류 열풍'', ''한류, 유럽 정복'', ''한류에 감전된 유럽''… 이런 언론보도는 호들갑으로 여겨진다. 아직 한류는 아니고 교두보가 마련된 정도 아니겠나 싶다.
한류 판정 기준이 어느 선일지 정하기 어렵지만 욕심을 내자면 ''와인'' 정도는 되어야 한다. 젊은이부터 노인들까지, 화려한 파티에서 가정의 편안한 식탁까지, 낭만 때문에 마시고 건강 생각해서 마시고, 어디서나 팔고, 선물도 와인으로 하고, 와인 마니아가 학원엘 다니고 프랑스로 유학을 가고 이 정도 되어야 열풍, 점령이란 말을 써도 무방하겠다. 음악으로 이야기하자면 멀리는 탱고, 플라멩고부터 힙합, 레게에 이르기까지 어느 나라의 음악과 문화가 다른 나라에 번져 오랫동안 사랑받고 뿌리를 내려야 한다.
지금 유럽의 한류는 한국의 문화, 음악 형식이 전파된 것이 아니고 한국의 아이돌 가수와 K팝(pop)이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니 양상이 다르다. 돋보이는 춤과 퍼포먼스가 인기의 가장 큰 요인일 뿐이다. 탱고처럼, 팝이나 재즈, 샹송의 스탠더드 명곡처럼 계속해 그 나라에 남아 있긴 어렵다. 결국 인기가 식으면 새로운 아이돌 가수를 수출해서 소비시켜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이용한 신세대의 소통방식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유튜브, 트위터, 페이스북 등의 소셜 네트워크의 역할을 농치면 안 된다. 우리 아이돌 가수들의 춤과 노래를 접하고 배운 것도 유튜브 영상을 통해서 일 것이고 트위터와 페이스북으로 한국에 있는 가수와 기획사, 유럽 팬이 연결돼 실시간으로 정보를 나누고 교감해 왔다는 것이 성공의 주요인이다. 한국의 음악이 젊은이들의 새로운 네트워크를 통해 흘러 들어간 것으로 간주하면 지리적으로 가깝고 문화적으로 유사한 점이 많은 일본처럼 아주머니, 아저씨로 번지지 않고, 유럽에서는 젊은 층에서 머물 수 있다는 한계가 보인다.
물론 K팝의 성공 가능성은 주목할 만하고 지원이 필요하다. 쉽게 생각해 임재범, 이소라 씨로 유럽이나 미국에서 돌풍을 일으킨다거나 부활, 윤도현의 락밴드로 서구권에 ''코리안 락''의 돌풍을 일으킬 가능성과는 비교가 안되지 않는가. 이미 K팝은 미국의 세계적인 제작자들이 군침을 흘리고 입질도 하고 있다고 한다. K팝을 통한 서구 사회에서의 한류를 밀어보자. 그렇게 해서 한글도 알리고 한국식당에서 음식도 먹이고 한국 드라마도 보게 해야 할 것 아닌가.
한류에 대한 <르몽드> 지의 기사를 놓고 ''비판적이다'', ''벌써 견제한다''는 논란이 있었다.
"한국의 제작기획사가 음악을 수출품으로 만들어냈고, 한국 정부는 이 제작기획사들이 길러낸 소년소녀가수들이 긍정적이고 역동적인 국가 이미지를 홍보할 수 있다고 여겨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이런 정도의 내용인데 언론이라면 당연히 썼어야 할 냉정하게 쓴 평범한 기사로 보인다. ''수출품'', ''길러낸'', ''정부 지원'', ''스파르타식 합숙훈련'', ''성형수술''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게 좀 머쓱하긴 하다. 물론 노래하는 가수를 상품으로 보고, 문화를 돈덩어리로 보는 시각과 시류가 마땅치는 않다. 그러나 이미 상품으로 내놨다면 상품은 상품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성형수술을 숨길 수도 없는 일이니 성형수술도 이제는 한국에 와서 받으라고 당당히 이야기하는 수밖에 없다. 세계 최고 최대의 성형수술 시장이라고 그것도 한류에 묶어버리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
ㄴㄴ
스파르타식 합숙훈련? 이것도 이런 훈련시스템이 아니면 K팝과 아이돌이 뜰 수 있을까. 미국이나 프랑스 풍토에서 아무런 성공보장 없이 몇 년을 연습생 노릇 할 젊은이는 없어 보인다. 우리만의 시스템이고 우리만의 강점이다. 착취와 불협화음의 여지를 없애 훌륭한 시스템으로 유지해 나갈 수 밖에 없겠다.
예전에는 기획사가 캐스팅해 데려다 키우면 스타가 되는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연습생 되기 전에 실용음악학원 가서 보이스 트레이닝 받고, 댄스학원 가서 춤 배우고, 헬스.요가센터에 다니면서 몸 만들고, 외국어학원도 다녀서 ''스펙''을 쌓은 뒤 오디션에 참가해 수천 대 1의 경쟁을 뚫어야 연습생이 겨우 될 수 있다고 들었다. 오죽하면 ''아이돌 고시''라고 부르겠나. 마치 ''88만원 세대''가 죽어라 공부해 대학 가도 비전이 없어 사회에 나가기 위해 또 어학연수, 외모, 각종 자격증 등 스펙을 쌓아야 하는 것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 아르바이트 뛰고 집에 있는 돈 긁어모아야 하는 한국 88만원 세대의 현실을 놓쳐서는 안 된다. 한국의 문화적·음악적 토양이 넓고 기름져서 아이돌이 등장하는 게 아니다. 당연하지 않은가. 중·고등학교 음악시간에 뭘 배우나, 학교 미술시간엔 뭘 배우나, 대학에 와서 문화예술을 취미로 즐기는 사람이 몇 이나 될까? 분명 기초 문화예술 쪽 토양은 형편없다. 그런데 아이돌이 나오는 건 길러낸 것이 아니라 공부는 틀렸고 공부해봤자 미래가 안 보이는 상황에서 ''모 아니면 도''로 목숨을 걸고 뛰어든 아이들과 돈 벌 줄 아는 대형 기획사가 만나 이루어 낸 작품이다.
''88만원 세대''의 현실이 비정규직이나 알바 인생 안 되려고 기를 쓰는 대학생, 일찌감치 튕겨져 나와 가수라도 되어보자고 목을 매는 연습생 후보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학 나와도 갈 곳 없고 연습생도 못되어보고 낙오한 수많은 젊은이들을 어찌할 것인가, 우리는 아이돌 돌풍의 그늘도 함께 살피며 88만원 세대의 실상과 해결책을 고민해야 한다.
때론 별과 별 사이 어둠을 보자.르몽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