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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진실의 깊이가 실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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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상욱의 기자수첩] 유성기업 사태의 진실과 거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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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가 있는 고품격 뉴스, 세상을 더 크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기자수첩 시즌2''에서는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았다. [편집자 주]

이명박 대통령이 30일 라디오 연설에서 유성기업 노조의 파업과 농성에 대해 근거 없는 공격을 해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유성기업 노조는 연봉 7천만 원 씩 받으면서 파업을 한다. 참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는 비난이었다.

1. 유성기업 평균 연봉이 7천만 원이라면 한국 10대 기업에 들어간다.

2010년 한국 기업들 직원 평균 연봉은 아래와 같다. (공기업.공기관 제외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업계 자료)

△신한지주 9천8백만원, △삼성전자 8천640만원, △기아자동차 8천200만원, △현대자동차 8천만원, △호남석유 7천317만원, △현대모비스 7천3백만원, △현대중공업 7천260만원, △삼성물산 6천840만원, △LG전자·SK텔레콤 6천4백만원, △기업은행, 에쓰오일, LG화학, 포스코, 삼성화재, SK이노베이션(여기까지가 연봉 6천만원 이상 기업임)

대통령 말대로라면 연봉 7천만원인 유성기업은 현대자동차와 삼성물산 사이 8위에 해당한다.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이다.

2. 연봉 7천만원이면 보너스가 2,000% ?

유성기업 연봉 7천만원 자료는 현대기아자동차가 유성기업 파업에 대한 보도자료를 내놓으면서 시작돼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이 ''연봉이 7천이라네요'' 라고 발언하면서 번진 것으로 파악된다.

유성기업이 제출한 사업보고서 상의 평균연봉으로도 5천710만원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매달 80시간의 잔업특근, 심야근무, 휴일근무 수당이 들어 있고 복리후생비에 퇴직 적립금도 포함돼 있다. 직원들 경조사 때 지급하는 복리후생비까지 모두 집어넣어 평균을 낸 것이다. 그리고 퇴직 적립금은 노동부 기준으로 연봉에 포함시켜서는 안된다.

계산 방법상의 차이와 논란으로 혼란스러운 평균연봉을 제쳐놓고 직장의 급여 수준을 가장 쉽게 알 수 있는 기본급을 보자. 유성기업 노동자의 본봉에 기본수당을 더한 기본급은 월평균 172만원. 여기에 수당을 넉넉히 더해 월 급여가 250~300만 원 쯤 된다고 치자. 그러면 보너스 제외한 연봉은 3천만~4천만 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보너스는 수당을 제외한 것이니 여기에 1,500% ~ 2,000% 에 이르는 보너스를 받아야 연봉 7천만원이 나온다. 그렇다면 여기야말로 레알 신(神)의 직장 아닌가?

3. 불법파업이 아니라 직장폐쇄의 위법성이 문제다.

이채필 노동부장관 후보자의 청문회 발언이다. "유성기업 파업의 주체와 목적은 노조법상 요건을 갖췄지만 공장시설을 점거해 정당한 행위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 사측의 직장 폐쇄는 법 요건에 정한 바에 따른 사후적·소극적 직장폐쇄를 했다고 알고 있다."

유성기업 노조의 파업은 법적 절차를 모두 갖췄다. 그런데 파업 후에 사측이 직장폐쇄에 들어가자 노조가 점거농성에 돌입했는데 사측이 사후적·소극적 직장폐쇄를 했다면 그건 정당한 것이고, 정당한 직장폐쇄를 무시하고 노조가 점거농성을 했으니 거기서부터는 정당치 못하다.

직장폐쇄는 노조가 시설의 파괴 등 폭력적인 사태를 야기할 경우 어쩔 수 없이 긴급하게 취하는 방어적 조치이다. 그런데 회사가 노조원들을 빨리 몰아내고 비노조 인력이나 외부 인력으로 생산을 시작하려고 공격적 직장폐쇄를 했다면 대법원 판례에 의해 위법이다.

이 문제에 대해 해당 지방노동위원회는 "유성기업 노조의 파업 목적과 절차는 정당하다. 그러나 회사의 직장폐쇄와 노조의 시설 점거에 대해서는 공정하게 위법 여부를 따져보아야 한다"고 판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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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쌍용자동차·유성기업 노동자의 비극을 더럽히지 말라.

"쌍용차의 경우 파업 사태 전까지는 자동차 1대를 생산하는데 106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노사관계가 안정된 뒤(파업사태 후 정리해고가 끝난 뒤)에는 38시간으로 줄어들었다. 놀라운 일이다."

대통령의 언급 내용이 자동차 1대 만드는데 나흘하고도 10시간 걸리던 것이 1/3로 줄었다는 의미인 것은 알겠다. 그런데 최고급 승용차도 1시간에 10대를 뽑아낸다고 한다. 쌍용차 최고급 차종인 체어맨 1대당 작업시간은 4.3분이었고 시간 당 17대를 생산했다는 게 현장 작업경험자들의 얘기다. 아마 이것은 조립과정을 가리킬 것이다. 그렇다면 대통령의 106시간은 부품준비, 조립, 도색까지인가? 어디부터 어디까지를 기준으로 셈하는 것인지 현장 노동자들도 짐작 못하겠다는 계산법을 설명해달라.

5. 그것이 대통령의 깊이인가?

쌍용차 파업사태의 원인이었던 정리해고 후 노동자와 가족들이 괴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는 곳이 쌍용자동차이다. 유성기업도 아침 8시부터 밤 12시까지의 야간연장근무, 휴일특근이 이어지면서 최근 1년6개월 사이에 노동자 5명이 사망했다.

서울행정법원 2010년 12월 판결에서 주야간 교대제로 인한 수면장애가 업무상 질병인 것을 인정했다. 수당 받는 만큼 목숨이 깎여 나가는 것이다. 대통령이 살펴 주어야 할 사람은 누구라 생각하는가?

유성기업 사태에서 노조원들을 폭행하고 차로 밀어붙여 다치게 한 용역경비직원들(현장에선 ''용역깡패''라고 부르기도 한다) 중에 미성년자가 포함돼 있음이 확인됐다. 유성기업 노동자들이 용역경비직원들 사이에서 어린 청소년들을 발견하고 의아해 하던 차에 한 미성년자의 어머니가 아들을 찾으러 인천에서 아산으로 달려 내려오면서 전모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아들이 무서워서 그만두고 싶어도 용역업체에서 나가지 못하게 해 계속 유성기업에서 경비일을 보고 있다고 아들 친구들과 통화를 해 알게 됐다고 한다. 항의 소동이 벌어지자 이후 용역업체에서는 슬금슬금 미성년 경비원들을 밖으로 내보냈다(미디어충청 인용).

17살 박창수 군 말이다. "여기 왜 그러는 거예요? 친한 형들이 가만히 서있기만 하면 돈을 준다고 해서 왔어요. 이렇게는 돈 안 벌래요. 다시는 안 올 거예요. 집에 가면 공부할 겁니다."

20대 대학생 알바(아르바이트) 용역도 있었다 한다. 밖에 나가서 문제를(?) 일으키면 나중에 고소고발 들어가겠다는 위협도 받았다 한다. 오히려 이들을 위로하고 다독인 것은 용역직원들에게 치이고 얻어맞아 살이 터진 유성기업 노동자들과 가족들이었다.

"일당 18만원 받기로 하고 와서는 7만원 밖에 못 받았다는군. 그것도 나중에 통장으로 넣어준다는 거지." "컨테이너 박스에 돗자리 깔고 잠자면 어쩌나, 사흘 동안 제대로 씻지도 못했다는데." "아이들이 그만두고 나가고 싶어도 못나가게 하니 부모에게 연락을 했고 부모가 아이들을 데리러 왔단다, 먼저 빠져나간다고 일당도 못 받고 나왔대." "(빠져 나가는 아이들에게) 얘들아 니들 야간수당은 제대로 받았니?"

자기들을 때리고 짓밟은 사람들을 걱정하는 이들. 진실의 반대편에 거짓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또 다른 진실도 묻혀 있다. 자신의 진실이 깊을수록 반대편에 묻힌 또 다른 진실이 더 잘 눈에 띄는 법이다. 대통령도 물론 국정을 위해 노심초사하리라 믿는다. 하지만 대통령 연설과 유성기업 노동자 가족을 놓고 볼 때 대통령의 진실의 깊이는 너무 실망스럽고 초라하지 않은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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