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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뉴스] 교사들은 왜 스승의 날을 부담스러워 하게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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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 존폐 논란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시원히 짚어 준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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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스승의 날이 다행(?)히도 일요일이었다. 그래서 일선 학교들이 스승의 날학교 문을 닫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스승의 날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하는 선생님들을 종종 볼 수 있다.

몇 분 선생님들에게 물어보니 교사들에게도 부담이고 학부모들에게도 부담인 스승의 날이 차라리 없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했다.

1982년 정부 공식기념일로 제정된 지 30년이 지났지만 스승의 날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16일 에서는 ''선생님들은 왜 스승의 날을 기피하게 됐을까?''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올해 스승의 날에는 문을 닫는 학교가 없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 사정이 그렇게 됐다.

해마다 스승의 날이면 학교들이 휴업을 하는 이상한(?) 풍속이 이어져 오고 있지만 올해는 그나마 스승의 날이 일요일이어서 조용하게 넘어갔다.

교사들에게 물어보니 스승의 날이라고 학교를 휴업하지 않아도 되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스승의 날 학교를 가자니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안 가자니 무슨 죄인이 된 것같아서 난감하고 싫다는 것이다.

▶교사들이 스승의 날을 부담스러워 한다는 것이냐?

= 모든 교사들이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많은 교사들이 차라리 스승의 날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한다.

올해로 경력 25년 된 수도권의 한 중학교 부장급 교사는 "스승의 날이 없었으면 좋겠다. 많은 교사들이 느끼는 생각이 그렇다"라고 말했다.

이 교사는 "올해는 스승의 날이 일요일이어서 아무 행사도 안하고 지나가니 마음이 너무 편했다"면서 "스승의 날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건 고맙지만 고마움 보다는 부담감이 크다"고 얘기했다.

다른 교사들의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

지방 고등학교의 한 중견교사는 "스승의 날이라고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는다"면서 "학부모나 교사들이 모두 부담을 느끼는 이상한 날이 되기보다는 평범하게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담스러워 하는 이유는 뭐냐?

= 존경하는 스승을 제자들이 찾아뵙는 건 스승의 날에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런데 스승의 날이라고 부담을 느끼는 이유는 현재의 담임이나 수업을 맡은 교사들에게 선물을 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 교사는 "스승의 날이라고 꽃을 보내는 것도 반장이나 부반장의 학부모니까 의무감으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그런 꽃은 부담스럽다"라고 말했다.

꽃바구니를 부담스러워 하니 다른 선물도 마찬가지로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스승의 날은 담임이나 교사들에게 선물하는 날''이라는 이미지가 받는 선생님이나 선물을 주는 학부모들이나 모두가 부담스럽게 여기는 것이다.

스승의 날을 부담스러워 하기는 학부모도 마찬가지다.

학부모들은 "스승의 날 선물을 하기도 그렇고 안하기도 그렇다면서 차라리 스승의 날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얘기들을 한다.

스승의 날이 부담스러워진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현재 다니고 있는 학교의 담임이나 교사들에게 뭔가 선물이라도 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교사들은 사회적으로 선물을 받는 대상으로 여겨지는 것이 부담스럽고 학부모들은 어떤 선물을 해야 내 아이가 관심을 받을 수 있을지 고민을 하다 보니 서로가 부담스러운 날이 된 것이다.

▶스승의 날 졸업해서 장성한 제자들이 찾아오는 건 권장해도 되는 것 아닌가?

= 변상욱 앵커는 가끔 찾아뵙는 스승이 없냐?

존경하는 스승을 찾아뵙는 일을 꼭 스승의 날 하지는 않는다.

저도 가끔이지만 스승의 날이 아니더라도 명절이나 시간이 되는 날 안부전화를 하기도 하고 찾아뵙기도 하고 제자들이 모여서 스승을 초청해서 식사를 하기도 한다.

졸업해서 성년이 된 제자들이 스승을 찾아오는 건 교사들도 반긴다.

한 중견교사는 "15년 20년 전에 가르치던 제자들이 성년이 돼서 찾아오는 건 반갑고 너무 고맙다"라고 말했다.

한 교사는 "졸업생이 찾아오는 건 존경까지는 아니더라도 선생님을 생각했다는 것이니까 너무 고맙고 감사한 일"이라면서 "의무감으로 선생님을 찾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

부산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스승의 날이라고 졸업한 제자들이 문자도 보내고 전화도 오고 그런다"면서 "스승의 날 제자들이 존경하는 스승을 찾아 인사를 하는 그런 날이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주변에서도 장성한 제자들이 정년퇴직했거나 연세가 많은 스승을 초청해서 식사를 모시는 모습을 가끔 보게 되는데 이런 일은 사회적으로 권장해야 할 일이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스승의 날 인사동 한 음식집에서 학창시절 선생님들을 모시고 식사를 하며 추억을 되새기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오찬에는 시흥초등학교 때 담임인 서형석, 황옥섬 선생님과 경기고등학교 시절 은사인 최경환, 허경, 윤재정 선생님이 참석했다.

사회 지도급 인사들이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스승의 날이 제정된 이유가 스승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한 것 아닌가?

= 스승의 날의 시작은 1958년 청소년 적십자단원들이 병중에 있거나 퇴직한 교사를 위문한 날을 계기로 만들어졌는데 1963년 5월 24일을 ''은사의 날''로 정했고 1964년은사의 날을 ''스승의 날''로 변경하고 날짜도 5월 26일로 옮겼다.

그러나 1965년 세종대왕 탄신일인 5월 15일을 스승의 날로 정했다.

이때부터 전국 청소년 적십자 단원들이 스승의 날 기념식 행사를 개최하다가 1973년, 국민교육헌장 선포일인 12월 5일에 통합 폐지되었다.

폐지 이유를 과거 신문을 찾아보니 1973년 국무회의에서 53개 기념일을 26개로 통폐합하는 안을 의결했는데 이 때 스승의 날을 폐지했다.

기념일을 통폐합한 이유는 "정부 보조금 절약하고 인력을 아끼는 한편 각종행사에 내실을 기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다 5공화국 때인 1982년 스승의 날이 부활되면서 정부 공식 기념일로 정해졌다.

당시 유창순 국무총리는 기념사에서 "오늘날 교육자들이 처해있는 사회적 경제적 여건은 만족스러운 상태가 못 되며 더욱이 ''군사부일체''라는 전통적인 스승에 대한 공경심마저 사회일각에서 퇴색해 가고 있음은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다. 따라서 정부는조상으로부터의 가르침인 미풍양속을 이어 받고 교육일선에서 묵묵히 노심초사하는 스승의 고마움을 다시 일깨우고 기리기 위해 스승의 날을 제정 기념토록 했다"고 밝혔다.

▶스승의 날을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오는 이유는 뭐냐?

= 교사들이나 학부모들이 모두 부담스러워 하기 때문이다.

교사들 사이에서는 스승의 날 폐지에 대한 찬반의견이 엇갈리고 있는데 폐지보다는 존치해야한다는 의견이 7:3 정도로 높다.

안양옥 교총회장은 언론인터뷰에서 스승의 날에 "교원으로 하여금 보람과 긍지를 느끼게 하고 사회 각계에 교육의 중요성과 교권풍토 조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있어야 한다고 본다"는 얘기를 했다.

전교조에서는 부담스러운 스승의 날 보다는 차라리 교사들을 위한 ''교사의 날''로 만들자는 주장을 하고 있기도 하다.

2007년에는 스승의 날을 학기 중간인 5월이 아니라 학년이 끝나는 2월말로 변경하자는 안이 제기되었다.

당시 서울시교육청이 이 안을 추진했지만 교육부와 여러 교원단체로부터 일방적인 추진이라는 비판을 받아 성사되지 못했다.

해마다 서울시내 초등학교의 절반정도가 휴업을 하는 실정이니까 스승의 날 존폐 논란이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스승의 날에 대한 부담이 사라질까?

= 고마움과 감사의 뜻을 표해야 할 스승의 날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면 될 것이다.

언젠가부터 ''불편한 날'' ''부담스러운 날''로 변했으니까 스승의 날을 존경하는스승에 대한 감사의 날로 만들기 위해 학부모나 학생들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교사이면서 학부모인 한 중견교사는 "스승의 날 지금의 자녀 담임에게는 선물을 하지 않는다면서 졸업하거나 학교를 옮긴 선생님을 찾아가라고 얘기한다"면서 "지금의 담임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는 스승의 날 행사는 올바르지 않은 것 같다"는 말을 했다.

스승의 날에는 편지쓰기, 전화하기, 꽃 달아드리기 등 스승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는 형태로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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