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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 포격 이후 인도적 대북지원 자체가 정부의 불허로 전면 중단된 가운데 춘궁기를 앞둔 북한의 식량난 해소를 위해 최소한의 대북 인도적 지원만큼은 정부가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10년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입은 북한은 다가오는 3,4월 춘궁기가 큰 고비다. 2010년 11월 대북지원 물자에 대한 모니터링을 위해 북한을 방문했던 국제구호기구 월드비전측은 "북한 주민들이 농사에 쓸 종자를 식량으로 먹을 정도로, 당시 상황이 매우 비참했었다"고 전했다.
박창빈 목사(월드비전 대북협력 총괄 부회장)는 "집중호우 때문에 고지대는 수량이 부족해 농사가 거의 안됐고 옥수수는 모양은 있으나 알맹이는 거의 없는 상태였다"면서 "종자까지 먹을 정도면 농사는 거의 포기한 상태나 마찬가지다"라고 밝혔다.
평양에 거주하는 국제기구 관계자들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북한에는 현재 최소 85만톤의 식량이 절실한 상황이다. 1월 19일 북한을 다녀 온 한 재미교포는 "현재 북한의 상황으로 볼 때 최소 100만톤에서 150만톤의 식량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정치적 이유를 들어 민간단체들의 인도적 대북지원을 계속 불허하고 있다.
지난 14년간 모두 50억원 가량의 대북지원 사업을 펼쳐 온 기독교대한감리회는 정부의 이 같은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감리교에서 대북 지원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전용호 목사(기독교대한감리회 서부연회 총무)는 "교회가 헌금을 모아 대북지원 사업을 펼치겠다는 것도 정부가 막고 있는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지금 남북은 경색된 정도가 아니라 아예 막혀 있다"고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56개 대북지원 단체 협의체인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 북민협도 북한 어린이를 위한 내복 2만벌을 준비해 놓고 있지만 정부의 허가가 없어 마냥 기다리고만 있는 상태다.
이런 가운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총무:김영주 목사)는 21일 ''대통령께 보내는 서신''을 통해 인도적 대북지원 재개를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교회협의회는 서신에서 "굶어 죽어가는 북한 동포들에게는 우리의 식량이라도 나누어 주는 것이,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는 신앙 행위라고 믿기 때문에, 그 어떤 정치적 명분을 떠나 대북 인도적 지원은 실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회협의회는 "경색된 남북관계로 정부 차원의 지원이 어렵다면 종교단체나 시민단체 등 민간차원의 대북 지원은 즉시 허가해 주어야 한다"며 "정부가 허가하지 않아 대북 식량 송출이 계속 지연될 경우, 국제기구나 제3국을 통해 식량을 지원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최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교회협의회 중앙위원회에 참석하고 돌아 온 교회협의회 김영주 총무는 대북 지원을 위한 다양한 방안들을 세계교회 관계자들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평도 사건 등으로 남북관계는 꽉 막혀 있지만 춘궁기를 앞두고 있는 북한의 식량난 해소를 위해 최소한의 대북 인도적 지원만큼은 허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