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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잠입'' 이튿날 경찰서 찾아 "보안" 당부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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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수사자료 건네준 건 없어"…사건은 갈수록 ''미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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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한 3명이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를 침입한 다음날 새벽, 국가정보원 직원이 수사를 맡은 서울 남대문경찰서를 찾아와 ''보안 유지''를 당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남대문서 서범규 서장은 21일 오후 "사건 발생 다음날인 지난 17일 오전 3시 40분쯤 국정원 직원 1명이 찾아와, 당시 상황실장과 현장에 출동한 강력1팀장을 만나 신고 내용 등에 대해 문의했다"고 밝혔다.

서 서장은 또 "국정원 직원은 내용을 듣고서 ''중요한 것 같으니 보안을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며 "이에 경찰도 수사 진행상 보안을 유지하겠다고 답변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는 "국정원 직원에게 수사 자료를 준 적은 없다"며, 자료 일체를 국정원에 넘겼다는 일각의 의혹을 부인했다. 또 해당 직원의 소속에 대해서도 "밝힐 수 없다"고 잘라말했다.

앞서 서범규 서장은 이날 오전 가진 브리핑에서 "현재로선 국정원 직원이냐, 산업 스파이냐, 단순 절도범이냐를 단정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당시 확보된 CCTV 화면이 흐릿해 보정 작업중인데다 채취된 지문 역시 대조 작업중인만큼, 증거없이 범행 대상을 특정할 단계가 아니라는 것.

하지만 당시 촬영된 CCTV 화면이 비교적 선명하다는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경찰이 이번 사건을 서둘러 덮으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조현오 경찰청장도 이날 기자 간담회를 갖고 "아직 수사가 진행중인 사건인데, 결과도 안 나온 상태에서 뭐라 얘기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언급을 자제했다.

조 청장은 다만 국정원 소행으로 밝혀질 경우에 대해 "국익을 위해 한 것인데, 처벌해도 실익은 없지 않느냐"고 말해, 또다른 논란을 예고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지난 16일 오전 9시 27분경 벌어졌고, 그로부터 14시간가량 지난 오후 11시 15분쯤 국방부 의전담당자가 112에 처음 신고했다.

이어 특사단 숙소였던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측 역시 "노트북을 도난당했다"고 신고, 인근 지구대 경찰관들이 출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잠입했던 일행은 남자 2명과 여자 1명으로, 이들이 발각과 동시에 들고 나간 노트북 한 대를 돌려준 뒤 도주하기까지는 불과 6분이 걸린 것으로 조사됐다.

서범규 서장은 "당시 피해자가 방을 잠깐 비웠다 들어오니 남성 2명과 여성 1명이 당황해하면서 나갔다"며 "노트북 한 대가 없어 호텔 종업원에게 항의하니 2~3분뒤 남자 2명이 와서 돌려줬다"고 설명했다.

당시 카드키를 사용하는 해당 숙소 출입문에서 별도의 손상은 발견되지 않았으며, 피해자 역시 "문을 잠갔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선 노트북에 묻어있던 지문을 채취한 샘플이 거의 유일한 증거인 셈인데, 이마저도 인도네시아 관계자 등 10명 안팎의 지문이 섞여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서범규 서장은 "용의자가 아니더라도 노트북을 많이 만져 오염이 많이 됐을 것"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또 "피해자는 당초 노트북에서 어떤 자료가 복사된 것인지 수사해달라고 요청했다"며 "하지만 조사 도중 ''데이터 접근을 원하지 않는다''며 돌려달라고 해서 지난 17일 18시경 돌려줬다"고 말했다.

결국 ''정보기관 소행''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건 수사가 별다른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채 ''영구 미제''로 남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정원측도 이날 불거진 연루설에 대해 "우리는 그런 일을 한 적이 없다"고 강력히 부인했다.

이번에 불의의 침입을 당한 인도네시아 특사단은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한국에 머물면서 원전 건설과 KTX 도입, T-50훈련기 구매 등 양국간 경제군사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따라서 문제의 노트북 안에도 이들 국가외교적 사안에 대한 민감한 협상 정보들이 담겨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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