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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공판에 핵심증인으로 출석한 한만호(50 수감중) 전 한신건영 대표가 한명숙 전 총리 사건이 윗선에서 계획된 것이라고 밝혔다.
한 전 대표는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우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한 전 총리에 대한 6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회사 간부였던 남 모 씨가 지난해 4월3일 검찰조사 때 찾아와 ''한명숙 전 총리 사건은 아주 윗선에서 계획된 사건''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한 전 대표는 또 "남씨가 ''협조 안하면 아주 힘들어질 것''이라고 위협했다"며 "''지방선거와 관련된 것이냐''고 묻자 ''그렇다''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덧붙였다.
한 전 대표가 지목한 남 씨는 한신건영 감사이자 한 전 대표가 한 전 총리에게 수억원의 정치자금을 건넸다고 검찰에 제보한 장본인이다.
앞서 지난해 12월20일 열린 2차 공판에서 한 전 대표는 "제보자 남 씨가 찾아와 서울시장 이야기를 거론하며 ''검찰에 협조하지 않으면 불리할 것''이라고 겁박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 전 대표의 이날 주장은 제보자 남 씨의 겁박 내용을 더 구체화한 것으로 남 씨 역시 공판에 증인으로 채택돼 있어 ''윗선 개입'' 논란은 진실공방 양상으로 치달을 것으로 보인다.
◈ 한만호 VS 정모 경리부장 대질 ''곳곳서 충돌''
지난달 17일 5차공판에서 검찰과 변호인단이 한신건영 채권회수목록의 신뢰성 여부를 두고 벌였던 공방이 6차공판에서도 고스란히 재현됐다.
이날 핵심증인으로 출석한 한만호 전 대표와 정 모 한신건영 경리부장(37.여)은 대질과정에서 채권회수목록 신뢰성 문제로 여러번 부딪쳤다.
정 부장은 회수목록의 신뢰도를 묻는 검찰측 신문에 "엑셀 파일 등을 참고해 만든 것"이라며 "만약 내용이 틀렸다면 한 사장님이 교도소에서 보낸 편지 등을 통해 밝혔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전 대표는 "목록을 교도소 면회과정에서 처음으로 보고 채권회수로써의 가치가 없다고 생각해 재론할 필요성을 못느낀 것"이라며 정 부장의 증언을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또 "검찰에 협조하기 위해 정 부장에게 회수목록을 검찰로 가져오라고 한 것일 뿐"이라며 "목록이 사실이라서 가져오라고 한 것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목록에 건설채권이 들어 있지 않아 회수 가치가 없다"는 한 전 대표의 지적에 정 부장은 "건설채권은 따로 공사비로 작성해 빠진 것"이라고 반박했고, 이에 한 전 대표는 "기록된 채권도 7-8년 전에 이미 부실처리된 것이거나 정 부장이 추정해서 작성한 것에 불과하다"고 재반박하는 등 공방은 계속됐다.
◈ ''한''표기는 한명숙? 한만호?채권회수목록 작성의 근거 자료인 총괄장부에 기입된 3억원 옆에 ''한''이라고 표기된 부분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와 정 부장의 증언은 엇갈렸다.
한 전 대표는 "표기된 ''한''은 내가 쓴 돈임을 구분하기 위해 표시한 것"이라며 "샤프나 연필로 다른 곳에도 여러차례 표기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 부장은 "''한''이라고 표기된 부분은 한 차례밖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한''은 의원님을 의미한다고 한 사장이 말해줬다"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가 2007년 3월과 4월, 8월 말에 각각 3억여 원씩 총 9억여 원을 한 전 총리측에 건넸다는 검찰측 공소사실과 관련해 정 부장은 "세차례 모두 달러와 현금을 한 전 대표와 여행용 가방에 함께 담았다는 증언을 유지했다.
반면 한 전 대표는 "같이 담은 것은 한 번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가 돈을 조성할 때마다 했다는 ''은팔찌(수갑) 차지 않으려면 잘해라''라는 말 역시 정 부장은 "한 사장이 돈을 조성할 때마다 반복해 모두 세차례를 들었다"고 증언했지만 한 전 대표는 단 한차례만 얘기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 미묘한 신경전이날 대질신문 과정에서는 두 사람간 미묘한 신경전도 감지됐다.
지난 4차공판에서 한만호 전 대표와 증인으로 출석한 박모 부사장이 몸싸움 직전까지 간 상황이 재현된 정도는 아니었지만 곳곳에서 신경전이 펼쳐졌다.
''환전한 미화 5,000달러를 사장실 내부금고에 있던 5,000만 원과 바꿔 한 전 총리측 김모 비서실장에게 빌려줬다''는 한 전 대표의 검찰진술에 대해 정 부장은 "내부금고에 5,000만원을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고 말했다.
정 부장은 또 "9억여 원이 한 전 총리에게 모두 간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한 사장이 달러와 현금이 든 여행용 가방을 들고 나가는 것을 봤다"고 덧붙였다.
이에 한 전 대표는 "행위자인 내가 한 전 총리에게 주지 않았다고 하는데 정 부장이 왜 그렇게 오버해서 진술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돈은 정 부장이 만들었지만 집행은 내가 한 것 아니냐"고 따졌다.
또 "금고에 돈이 들어갈 수 있는지 없는지까지 굳이 그렇게 적극적으로 얘기하는 저의가 뭐냐"며 정 부장을 몰아세웠다.
이날 공판에서는 이밖에도 한 전 대표가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H교회 공사 수주를 위해 2007년 5월쯤 박 부사장과 김 모 장로에게 로비명목으로 건넸다는 5억 원의 전달장소를 놓고도 공방이 이어졌다.
앞서 한 전 대표는 한 전 총리에게 제공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한 돈이 사실은 공사수주를 위한 성과급으로 박 씨와 김 씨에게 전달된 것이라고 진술을 뒤집은 바 있다.
검찰측은 "한 전 대표가 돈을 건넸다던 2007년 5월쯤에는 해당 사무실이 완공도 되기 전"이라며 같은 해 5월 말로 기재된 케이블TV 설치 내역서를 증거로 제출했고, 한 전 대표는 "케이블 설치는 가구배치가 다 끝나고 사무실이 완공된 상태에서 맨 마지막에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총리에 대한 7차 공판은 오는 21일로 예정돼 있으며 이날 공판에는 한 전 대표가 검찰 진술을 뒤집을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는 구치소 동료 김 모 씨 등 2명이 출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