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시원히 짚어 준다. [편집자 주]
s
테더링 서비스 중단 여부를 둘러싼 이동통신 업계 내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오늘 ''Why뉴스''는 ''이동통신사는 왜 테더링의 끈에 옭매였나''라는 주제로, 그 고민의 속 사정을 들여다 본다.
▶ 테더링이라면, 휴대전화를 통해 노트북으로도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 아닌가?= 말의 뜻부터 알면 이해가 편할 텐데, 영어에서 테더(tether)라는 동사는 소나 말을 밧줄로 매놓다라는 의미다.
IT 기기 가운데 이 말이 쓰이면, 밧줄로 묶듯이 둘 이상의 모바일 기기를 연결시킨다는 의미가 된다. 정확하게는, 인터넷 연결이 되지 않은 노트북에 휴대전화를 연결하고, 휴대전화를 모뎀으로 삼아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가 테더링이다.
특히 최근 와이파이(WiFi)와 3G망에 기반을 둬 인터넷 사용이 편리한 스마트폰이 보편화되면서, 테더링을 통해 스마트폰을 노트북에 연결할 경우 큰 불편 없이 노트북에서도 인터넷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게 됐다.
▶ 그렇다면 인터넷 이용 요금이 별도로 부과되지는 않나?= 과거에는 비싼 데이터 사용 요금 때문에 테더링 서비스가 활성화되지 못했다. SK텔레콤의 경우 테더링 서비스로 인터넷에 접속하면 1메가바이트 당 3,000원의 요금을 내야 했다.
그런데 스마트폰의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가 출시되면서 상황은 많이 바뀌었다. 현재 SK텔레콤이나 KT, LG유플러스 모두 월 55,000원 이상 요금제의 경우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데, 이에 발맞춰 테더링 서비스도 사실상 무제한 이용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최근 이러한 흐름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 테더링을 이용할 수 없게 됐다는 건가?= KT가 테더링을 중단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는 것이다.
사실 KT는 지난해 5월 테더링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12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사용자가 가입한 요금제의 무료 데이터로 테더링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올해 1월부터의 정책은 미정인데, 이에 대해 ''고객의 편의와 효율적인 네트워크 운영을 감안해 최적의 방안을 검토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결국 테더링 서비스가 중단될 것이라는 시각이 많은데, 이 때문에 이용자들은 벌써부터 반발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KT는 뭐라고 설명하나? = 공식적으로는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테더링 제한 방침을 언제 공표하느냐를 두고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테더링 서비스를 계속하라는 이용자들의 요구는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사업자 입장에서 밑지고 장사할 수는 없지 않느냐는 것인데, 이 관계자는 "테더링 서비스 지속 여부는 사업자가 판단할 몫"이라며 "한시적으로 혜택을 제공받았다고 해서 무턱대고 이를 계속하라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홀로 테더링 서비스를 중단했다가는 집중포화를 맞을 수 있어서 쉽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국이다.
▶ 테더링 서비스가 그 정도로 부담인가?= 이용 패턴을 살펴봐야 한다. 유선을 통한 인터넷 사용은 현재 트래픽 과부하에 대한 걱정이 없는 반면, 무선 인터넷 사용은 한정된 네트워크 망 위에 각종 모바일 기기들이 쏟아져나오면서 트래픽 과부하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그나마 지금까지는 이동 중 잠깐씩 스마트폰 등을 이용해 무선 데이터를 사용하는 것이 주된 경향이었는데, 모바일 기기의 화면이 작다는 점과 일반 컴퓨터보다는 인터넷 활용이 불편하다는 점이 그 이유다.
하지만 테더링을 통해 노트북을 이용할 경우 데스크탑을 이용하듯 장시간 무선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데이터 트래픽이 급증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 그렇다면 테더링 서비스에 대해 고민을 하는 건 KT뿐만이 아니지 않나?= KT가 테더링 서비스에 더 깊은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은, 자사가 판매하는 아이폰 이용자가 다른 스마트폰 이용자보다 데이터 사용량이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지난 7월 기준으로 아이폰의 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299MB이고, SK텔레콤을 통해 출시되는 갤럭시S는 241MB였다. 그러나 SK텔레콤이나 LG유플러스도 고민이 없는 건 아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현재 제공되는 테더링 서비스를 변경할 계획은 없다"면서도 ''현재까지는''이라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이어 "앞으로 어떤 모바일 기기가 얼마만큼의 데이터를 사용할지 예측하기 어려워 테더링 서비스가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그런데 이러한 데더링 서비스 논란은 전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각종 모바일 기기의 범람으로 데이터 트래픽이 폭주하고 실제로 음성 통화 품질까지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동통신사들은 현재의 망이 데이터 트래픽을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 빈번히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 실제 데이터 트래픽 증가세가 심각한 수준인가?= 국회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으로 통신3사의 모바일 데이터 트래픽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00%에서 300%대까지 올랐다. 아이폰 특수를 노린 KT의 경우 트래픽이 443.7테라바이트로 344.1%로 늘어났고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각각 232.4%와 114.3%씩 증가했다.
특히 통신사들이 무제한 데이터요금제를 도입한 이후에는 증가세가 더욱 가파를 수밖에 없는데, 한 업체 관계자는 "데이터 트래픽이 이 정도로 늘 줄은 예측하지 못했다"면서 "그런데도 통신사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도입한 것이 결국 제살깎기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 섣불리 물길을 터놓은 뒤에 감당할 수 없는 물살이 쏟아지는 상황인데, 어떤 대비책이 마련되고 있나?= 두 가지 길이 있다.
하나는 무선 데이터를 덜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폭증하는 데이터 사용량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무선 망을 확충하는 것이다. 앞의 선택지와 관련해서는 테더링 서비스 제한이나, 데이터 사용량이 많은 이른바 ''헤비 유저(heavy user)''에 대한 선별적 서비스 제한 등이 논의되거나 시행될 예정이다.
무선 망 확충과 관련해서는, 데이터 펨토셀을 구축하거나 와이파이 기지국을 늘리는 등 자구책을 강구하고 있다. 또한 차세대 네트워크로 불리는 LTE의 상용화 시점도 빨라지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데이터 사용 제한은 이용자들이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점에서, 큰 비용이 수반되는 무선 망 확충은 단기간에 이뤄질 수 없다는 점에서 이동통신사들의 고민은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