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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생활 애환 담긴 ''배추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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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향란 전시회, 학고재갤러리, 11.24-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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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향란의 작품 <배추밭>앞에 서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그 그림은 녹색과 푸른색이 주조를 이루고 있어 찬 겨울에 차갑게 느껴질 법한데 오히려 안온함이 느껴진다. 그 그림을 마주하는 시간이 점차 흐르자 그 차분하고 안온한 분위기 속에서 뭔가 약동하고 춤추는 듯이 생동하는 기운이 새록새록 전해져온다. 마치 푸르른 김장배추밭을 마주한 채 푸르름과 싱그러움, 생명의 기운을 호흡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배추속살과 배추포기를 표현한 부드럽고 날렵한 곡선, 그건 마치 동양화의 난줄기처럼 부드러우면서도 강하게 뻗쳐나가는 힘이 느껴진다. 여기 저기 조화롭게 배치된 배추포기들의 움직임은 둔황석굴 벽화의 비천무를 추는 천녀들의 옷고름마냥 유장한 율동으로 영원을 향해 출렁인다.

올해 50살의 윤작가는 프랑스 생활 25년이다. 그녀가 배추를 본격적으로 그리게 된 것은 6년 전이다.작가는 한국에서 매일 김치를 먹으며 살다가 김치가 귀한 프랑스에서 가끔 배추라도 발견하면 마치 가족을 만난 듯이 반가웠다고 한다.고국과 어머니에 그 간절한 그리움을 이 배추그림으로 형상화한 것이다.

표현기법에 있어서도 동양적인 화법이 사용된다. 동양화가 단숨에 그려나가는 것처럼, 그녀 역시 파스텔을 사용해 날렵하고 부드러운 선들을 단숨에 그려나간다. 그녀가 동양적인 화법과 화풍에 관심을 갖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다. 그녀는 프랑스 유학시절 지도교수로부터 "당신은 알고 있는 동양적인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전혀 대답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 이후 그녀는 ''과연 동양적인 것이 무엇일까?''에 대해 지속적인 의문을 품게 되었고, 동양적인 것이 자기 세계를 구축할 수 있는 길임을 깨달아 그 길에 들어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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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고재갤러리에서 전시회를 갖는 윤향란 작가의 작품은 <배추>,<산책>,<서류 위의="" 붓놀이="">로 구성된다.

<산책>은 가늘고 짤막한 선들이 위에서 아래로, 수평으로 오가며 각각 화면을 구성하고 있다. 이 선들은 무엇인가를 의미한다기보다 작가 스스로의 인생여정을 나타낸다. ''산책''이라는 제목이 의미하는 것처럼 세상 속에서 자신이 걸어온 길과 세상에 대한 반응의 흔적이다.

<서류 위의="" 붓놀이="">역시 작가의 프랑스 생활의 일면이 담긴 드로잉 작품이다. 25년동안 프랑스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며 자신에 대한 유일한 증거인 문서들에 가득찬 선들은 작가가 타국에서 느낀 애환과 고통이 녹아들어가 있다.

전시장소 및 전시기간:학고재갤러리,12월 3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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