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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 인분을 투척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내용은 이미 잘 알려졌지만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 2월 2일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해 묘역 일부의 잔디가 불에 타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전직 대통령 묘역 훼손사건은 대한민국이 건국 62년의 짧은 역사이다보니 아주 희귀한 사건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17대 대통령이긴 하지만 이승만 대통령이 1대에서 3대 박정희 대통령이 5대에서 9대까지 역임하다보니 전직 대통령 9명 중 서거한 전직 대통령은 6명이다. 이 중 지난해 서거한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역이 훼손되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왜 전직 대통령 묘소를 훼손하나?''라는 주제로그 속사정을 알아본다.
▶우선 두 사건에 어떤 연관성이 있는 것이냐?
= 아직 구체적으로 확인된 것은 없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으로 봐서는 직접적으로 연관된 사건은 아닌 것 같다. 노무현 전 대통령 묘지 훼손사건의 용의자는 현장에서 붙잡혔지만 지난 2월에 발생한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 화재사건은 아직 아무런 단서조차 발견되지 않고 있다. 발생지역이 서울과 김해여서 지리적으로 멀고 노 전 대통령 묘역 분뇨 투척용의자가 혼자서 범행 준비를 했다고 진술하고 있고 시기적으로도 9개월 넘는 차이가 나는 점 등으로 봐서는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어 보인다. 다만 두 전직 대통령이 닮은 점이 많고 보수우익단체들이 지속적으로 비판을 해온 점,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 근처에서 ''부관참시'' 퍼포먼스를 펼친 적이 있다는 점 등 유사한 사항도 적지 않아서 완전히 무관하다고 하기에는 조금 성급한 것 같다.
▶노 전 대통령 묘역에 분뇨를 투척한 이유는 뭐냐?
= 경찰의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구체적으로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취재기자들의 얘기를 종합해 보면 노 전 대통령의 재직 중 정책에 대해 불만을 품고사 전에 준비된 범행이었다. 정씨는 경찰 조사에서 "고 노 전 대통령이 젊은 층의 지지로 인해 재직 중 장관 등을 잘못 임용하면서 좌익권이 판을 치고 하는 것에 대한 불만을 품고 노 전 대통령 묘역에 인분과 유인물을 뿌리기로 하고 1주일 전부터 준비를 했다"라고 진술했다. 정씨는 "자신의 집 화장실에서 인분을 모았으며 배낭에 담아 기차 편으로 김해 진영역으로 이동한 뒤 택시를 타고 봉하마을로 가서 인분을 투척하고 유인물을 뿌렸다"고 진술했다. 정씨는 다른 배후의 존재여부에 대해서는 "혼자 봉하마을을 찾았으며 친구들에게도 이 같은 사실을 자랑했다"라고 진술한것으로 알려졌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거냐?
= 두 전직 대통령의 묘역 훼손사건은 불행하게도 두 전직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는 문화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내가 지지하지 않았거나,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또는 그 분들이 추진한 정책에 불만이 있어서 등등의 이유로 고인의 묘역을 훼손하는 일이 일어났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사회학자는 "이런 행위를 ''사회적 병리현상''이라고 표현하기에는 지나친 것 같다"면서 "개인의 돌발적인 행동이지 조직적으로 일어난 사건은 아닌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우파 행동주의''의 한 형태로 분석을 했다. 군사정권 시절 재야.학생운동이 화염병이나 쇠파이프로 무장하는 등의 과격한 행동양식을 보인 것은 ''좌파 행동주의''로 분류한다면 ''묘역 훼손'' 행위는 우파 행동주의로 분류 가능하다는 것이다. 민주주의가 성숙해지면서 학생운동이나 재야운동의 과격성은 현저히 감소하고 있는 반면에 우파나 보수를 자처하는 단체들의 과격 폭력성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 우리나라에서 미국의 ''KKK단''이나 유럽의 ''스킨헤드 족'' 같은 극단적인 형태의 우파 행동주의가 조직화 되지는 않았지만 개인적인 소영웅주의와 이를 용납하는 사회분위기 일각에서는 이를 부추기는 경향이 있다는 점 등이 이런 사건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우리사회에 ''존중과 승복의 문화''가 제대로 성숙하지 못했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인분 테러''를 한 정 모 씨도 대통령 재임 시절 정책을 못마땅해 했다고 경찰에서 진술하고 있다.
▶그런데 ''우파 행동주의''를 보이는 연령대가 주로 고령층인 것 같은데?
= 그런 경향이 있다. 노 전 대통령 묘소 분뇨를 투척한 사람은 62살이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역 앞에서 ''부관참시'' 퍼포먼스를 했던 단체는 ''대한민국어버이연합''과 ''라이트 코리아'' 등 극우단체들이다. 이들 단체의 집회장을 가보면 주로 고연령층임을 알 수 있다.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과격한 행동을 주도한 세력은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던 만큼 주로 20대와 30대였다. 그렇지만 우파 행동주의의 형태를 보이는 연령층은 대체적으로 고연령층에서 나타난다. 젊은이들의 과격한 행동에 대해서는 사회적으로 어른들이 ''철없는 젊은이들''이라고 호통을 치기도 했고 화염병 투척자와 쇠파이프 사용자에 대해서는 끝까지 추적해 구속하겠다는 강경한 대응 방침이 실행되면서 사라졌다고 해도 될 만큼 현저하게 감소했다. 그러나 고연령층에서 나타나는 ''우파 행동주의''에 대해서는 유교사상과 맞물리면서 꾸짖거나 호통칠 사람도 없고 법집행기관에서도 강경하게 대처하지 않고 있다. 일부 보수단체 회원들이 참여연대 앞에서 가스통과 시너를 동원해 시위를 벌였지만 경찰은 가스통을 압수했다가 돌려줬다. 아직 이들 단체회원들을처벌했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다. 그러나보니 단체사무실에 난입하거나 심지어 국가기관 사무실에 난입해 집기류를 부수거나 점거농성을 해도 제대로 단죄하지 못하고 있다.
▶ 민주주의가 성숙해가는 과정으로 볼 수도 있나?
= 그런 분석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군사정권 치하에서는 할 말을 할 수가 없었지만 민주화가 진전되면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데 그 방식이나 과정에 문제가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주의가 무엇이나 다 할 수 있는 제도가 아닌데도 착각을 하거나 왜곡되고 비정상적인 일종의 정신병적인 현상으로 보는 경우도 있다. 고성국 정치평론가는 "정치의식의 과잉"이 원인이라고 분석하면서 권위주의 시절 잘못된 정치의식의 잔재가 남아 있거나 독재 아니면 민주라는 흑백의 이분법에 의해 어느 쪽이던 선택해야 하는 흔적이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정치의식의 수준은 낮아서 묘역방화나 분뇨투척 같은 천박하고 유치한 정치적 행위가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아마 국회의사당에 오물을 뿌렸던 김두환의 행동을 모방한 것 같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폭력시위나 테러에 준하는 돌출 행동에 대해서는 엄중히 대처해야 하는 것 아니냐?
= 전직 대통령의 묘역에 오물을 투척하거나 방화를 하는 잘못된 행위들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우선 대화와 타협 상대의 의견을 존중하는 사회문화가 성숙해야 한다. 다른 사람들의 다른 의견이나 다른 선택을 존중하는 문화 소수파의 의견을 인정하는 그런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 특히 돌출행동이나 잘못된 행위에 대해서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젊은 학생들은 자신의 소신에 따라 행동하고 그래서 구속되고 고문받고 책임을 졌다. 마찬가지로 ''우파 행동주의''의 잘못된 행위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 그래야 잘못된 일탈행동들이 사라지게 될 것이다. 화염병이나 쇠파이프가 시위현장에서 거의 사라지게 된 것도 엄정한 법집행을 했기 때문이고 잘못된 행동을 하면 당연히 그에 따른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었기 때문 아니겠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역 방화사건 수사는 진척이 있나?
= DJ 묘역 방화사건 수사는 9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혀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데 수사가 종결된 것도 아니고 오리무중 상태다. 서울 동작경찰서는 사건 발생 다음날인 2월 3일부터 곧바로 17명 규모의 전담팀을 구성해 현충원 내부 CCTV 22대 및 인근 아파트 CCTV 2대의 영상까지 모두 분석, 주변 기지국 10곳의 통신기록 25만 건을 조회했지만 별다른 단서를 발견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당초 방화 현장에 있던 우익단체인 ''대한민국수호국민연합''의 전단지를 근거로 수사에 착수했으나 이 단체가 강력히 반발하면서 수사가 지지부진한 상태다.
▶분뇨 투척행위에 대해 처벌이 가능한가?
= 경찰은 정씨에 대해 재물손괴나 사체 등의 오욕 등의 혐의로 입건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처벌이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지난 1999년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부모 묘에서 식도와 쇠말뚝이 발견됐고 1998년에는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조상 묘에서 쇠말뚝이 발견됐다. 당시 경찰은 사체, 유골 또는 유발(遺髮)을 오욕(汚辱)한 자를 처벌하는 형법 제 159조(사체 등의 오욕)와 사체, 유골, 유발 또는 관(棺) 내에 장치한 물건을 손괴, 유기, 은닉 또는 영득(領得)한 자를 처벌하는 형법 제 161조(사체 등의 영득) 등의 적용을 검토했지만 단순히 봉분에 쇠말뚝을 박은 것일 뿐 사체나 유골을 훼손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 같은 법률을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을 했다. 경찰은 또 타인의 재물, 문서 등을 손괴, 그 효용을 해한 자를 처벌하는 형법 제 366조(재물손괴 등)를 검토했으나 이 역시 분묘를 경제성이 있는 재물로 볼 수는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당시 경찰 관계자는 "법적 처벌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는 결론을 내린 적이 있다. 인터넷에서는 정 모 씨에 대해 하루 동안 분뇨통에 있게 하거나 인분을 먹여야 한다는 등의 처벌방법을 제시하는 네티즌들도 있었다.
▶인터넷이나 트위터에서는 잘못된 행동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았다던데?
=인터넷과 트위터에 원색적인 비난과 한탄의 목소리들이 이어지고 있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서 묘소에 분뇨를 뿌린 행위는 잘못된 행위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한 나라의 대통령 행적은 역사에 맡겨야 하는 것 아닙니까? 사회적으로 악순환만 불러올 뿐이라고 저는 생각하는데 동의하기 싫으세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노무현 대통령 묘역에 분뇨 투척, 김대중 대통령 묘역에 방화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고인이 되신 두 분의 대통령께서 무슨 잘못을 그리 크게 했다고 돌아가셔서까지 욕을 보셔야 하는지 가슴이 아픕니다" 등 지금도 트윗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인터넷 댓글도 "나라 팔아먹은 친일파 묘지에 저래 본 적 있을는지… 저러니 무지한 국민이라 개무시 당하고 산다"거나 "노무현 대통령은 한국 대통령 중에서도 손꼽을 만한 훌륭한 대통령인데…죄다 사익만 추구했던 대통령들과는 달리 나라를 위해서…돌아가셔서도 저런 꼴을 당하다니, 진짜 한국이라는 나라를 위해서 자기 한 몸 바치면 안 된다"는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친일파 무덤에는 먼지 하나 투척 안하는 인간들이 노무현 대통령에는 인분을 투척 하냐…이게 사람으로서 할 짓이냐"라거나 "매국노가 아니면 고인에 대한 예의는 당연히 지켜져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 예의 때문에 동방예의지국이라는 말도 생겼듯이…그런데 이 나라는 어찌된 건지 6.25도 아니고 좌파니 우파니 좌익이니 우익이니 하는 말들이 난무하면서 전직 대통령에 대한 털끝만큼의 예의도 없는 행태를 할까? 저 늙은이 자기가 잘난 줄 아나보지? 너의 무능함을 알아라. 대통령 탓이니 남의 탓이니 하지 말고"라고 했다.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거나 "사람이라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분노의 감정들을 표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