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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칭''의 사회학, 사장을 ''님''이라고 부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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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계에 따라 사업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제조업 분야, ''한국형 호칭'' 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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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 주임, 과장, 부장, 사장…

직장에서 쓰이는 이 같은 ''호칭''들은 단순히 상대를 부르기 위해 기능적으로만 고안된 것이 아니다. 누가 명령하는 사람이고 누가 따라야 하는 사람인지를 구별짓는, 상명하복의 조직문화를 이어가는 토대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조직문화로는 창발적인 아이디어가 생산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라 최근 기업들 사이에서 호칭 파괴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 대기업으로는 2000년 처음 호칭을 파괴한 CJ그룹의 경우, 기존 사업과 판이하게 다른 신규사업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님'' 호칭제도를 든다.

그동안 식품 사업에 주력해왔던 CJ그룹은 2000년대 들어 CJ오쇼핑을 인수하고 엔터테인먼트&미디어 사업군에까지 진출했다.

CJ 엔터테인먼트의 영화 ''해운대'', 엠넷미디어와 CJ미디어의 ''슈퍼스타 K'', ''롤러코스터'' 등이 성공하면서 신규 사업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는데, 상당 부분이 호칭파괴 덕분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신영수 상무는 "''님''호칭제도가 조직문화를 창의적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라며 "젊거나 직급이 낮은 사람의 아이디어도 빛을 발할 수 있었던 결과"라고 말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많은 기업들도 호칭파괴에 따라 나섰다.

아모레퍼시픽도 "화장품은 감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님'' 호칭제도를 도입했다. 박우용 인사팀 과장은 "직원들의 감성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위해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에 도움이 되는 새로운 기업문화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SK 텔레콤 역시 팀장을 제외한 부장 이하 직원들 호칭을 ''매니저''로 통일했고 OB맥주는 상하급자가 서로 영어 닉네임을 부르고 있다. 삼성화재는 지난해부터 ''선임-책임-수석''의 3단계로 직급을 간소화한 ''변형''된 수평적 호칭제도를 도입했다.

수평적 의사소통과 창의적 조직문화를 위해 이들과 함께 호칭파괴를 시도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해 기존의 제도를 부활시킨 기업들도 있다.

2002년 ''님'' 호칭제를 실시한 오리온은 지난 해 다시 직급 호칭제로 돌아가기로 했다. 오리온 관계자는 "나이가 많은 선배들과 대화할 때 오히려 분위기가 어색해지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차라리 한국적인 조직문화를 활용하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해태제과 역시 기존 호칭제도를 부활시켰는데 대외업무에서의 불편함을 그 이유로 꼽았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영업업무 등을 위해 외부에서 사람을 만나면, 어느 정도 직급이 되는지 파악하려고 하는데 그럴 때 불편함이 가중됐다''''면서 ''''외부에서 한국형 호칭을 사용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내부호칭도 외부호칭을 따라가게 됐다''''고 말했다.

한양대 황상재 교수는 "미디어기업 등 아이디어가 중요한 조직에서는 호칭파괴를 통해 수평적 의사소통을 꾀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반면 위계에 따라 사업이 순차적으로 진행되야 하는 제조업의 경우 한국형 호칭이 선호되는 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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