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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셔츠 주머니에 들어가도 부담스럽지 않은 크기. 지친 목에 부담을 주지 않는 순한 넘김성. 낮은 타르 수치.
국내의 대표적인 슬림담배 ''에쎄''가 시장 점유율 30%를 넘기며 중장년층 남성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들이다.
다른 계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제적 여유가 있는 이들에게 인기가 많으니 일반 담배보다 갑절 넘게 비싼 5천원, 9천원짜 리 스페셜 에디션도 날개 돋힌 듯 팔린다.
회식 때 담배 심부름을 나온 신입사원은 부장님이 피우시는 에쎄를 사고, 해외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에 면세점에 들른 과장님도 동료들과 나눠 피기 위해 에쎄를 챙기는 식이다.
에쎄가 이처럼 명실공히 ''아저씨들의 담배''로 한국에서 이름을 떨치고 있지만 해외로 나가면 사정이 조금 달라진다.
에쎄는 중국, 중동, 러시아 등 진출국가에서 주로 젊은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은 ''아가씨 담배''다.
사실 가늘고 긴 담배는 전 세계적으로 주 소비자가 여성이다. 대표적 슬림담배인 ''버지니아 슬림''의 경우 아예 ''여성을 위한 담배''라는 이미지를 내세우고 있고 대부분 고객도 여성이다.
에쎄 제조사인 KT&G 역시 1996년 에쎄 출시 당시 여성 고객 등 젊은 세대 유행 선도층을 대상으로 담배를 포지셔닝했었다. 심지어 이탈리어인 에쎄는 ''''그녀들''이라는 뜻의 3인칭 복수명사다.
◈ 여성 흡연인구 적고, ''건강에 덜 해롭다''는 인식 중장년층 남성에 확산된 탓그렇다면 당초 ''아가씨 담배''로 태어났고 대부분 지역에서 아가씨들에게 인기를 끄는 에쎄가 한국에서만 유독 아저씨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맨 처음 에쎄가 시장에 나왔을 때만 하더라도 20세 이상 여성 흡연인구는 5%가 안 됐다.
일단 에쎄를 자리 잡게 할 시장 규모 자체가 작았고 그나마 있었던 흡연 여성들도 자신들의 선호를 나타내기가 어려웠다.
당시만 해도 여성의 흡연에 인색한 분위기 였기 때문에 젊은 여성 흡연자들이 ''가늘고 긴'' 것을 선호하는 여성적 취향을 그대로 드러내기 힘들었다는 것이다.
10년 째 담배를 피운다는 전은영 씨(29,여)는 "흡연자라는 것 자체를 밝히기가 어려운 분위기였기 때문에 여성성이 강조된 제품에도 선뜻 손을 뻗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 사이 건강에 덜 해롭다는 인식이 중장년층 남성을 중심으로 확산되면서 에쎄는 초기 의도와 달리 중장년 남성을 위한 담배로 시장에서 자리잡았다.
이를 간파한 제조사도 여성담배로써의 에쎄를 고집하지 않고 신속하게 한국 타깃층을 바꿨다. 나아가 더욱 순하고 부드러운 담배로 선택폭을 넓히고 입지를 굳혔다.
여성 흡연자에 대한 시선이 개선되고 여성흡연율이 높아지면서, ''여성들이 가늘고 긴'' 담배를 선택하는 것도 자연스러워졌다. 하지만 현재의 아가씨들이 선택하기에, 에쎄는 이미 ''아저씨 담배''가 돼버린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