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만5,000여 관중으로 가득 찬 서울 월드컵경기장은 통일 물결로 넘실댔다. 수만여 팬들은 일제히 한반도기를 흔들며 아리랑을 불렀고 ''통일''을 외쳤다.
그러나 그라운드 위에서 만난 남북 축구대표팀의 대결에는 한치의 양보도 없었다. "아버지와 아들이 경기를 해도, 경기는 경기"라던 김명성 북한대표팀 감독의 말처럼, 남북 대표팀은 무승부로 끝난 지난 4일 동아시아축구선수권의 승부를 내겠다는 듯 거친 몸싸움과 강한 승부욕으로 맞섰다.
하지만 경기가 끝나자 남북 축구대표팀은 함께 한반도기를 들고 통일을 외치는 관중들에게 손을 흔드는 하나된 모습을 보여줬다.
본프레레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14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8.15 민족 대축전 행사의 하나인 2005 남북통일축구대회에서 전반 34분에 터진 정경호의 선제골과 전반 36분, 후반 23분에 연거푸 터진 김진용과 박주영의 추가골로 북측에 3-0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한국은 78년 방콕아시안게임부터 시작된 10번의 맞대결에서 6승3무1패를 기록했다.
지난 7일 끝난 동아시아축구선수권에서 무려 51번의 슈팅 끝에 단 1개만을 성공시키며 골결정력 부재를 그대로 드러냈던 본프레레호가 북측과의 경기에서 무려 3골을 뽑아내며 그동안의 골가뭄을 해소시켰다. 이날 한국 축구대표팀의 슈팅수는 총 13개였다.
본프레레 감독은 동아시아선수권에서 붙박이 주전으로 활약했던 공격수 이동국을 대신해 오른발 부상으로 지난 5월9일 쿠웨이트전 이후 선발로 나서지 못했던 박주영을 선발투입했다.
박주영과 함께 쓰리톱으로 나선 김진용, 정경호는 모두 한 골씩을 기록했을 만큼 공격라인에서 원활한 움직임을 보여줬다.
공격의 물꼬를 튼 것은 정경호였다. 정경호는 전반 34분, 김두현이 골 에이리어 좌중앙으로 띄워준 볼을 넘어지면서 헤딩, 골네트를 흔들었다.
그리고 불과 2분 뒤인 전반 36분, 백지훈이 미드필더 왼쪽 진영에서 올린 크로스를 골대 정면의 김진용이 오른발슛으로 연결하며 2-0으로 앞섰다.
승부의 추가 한국으로 기울기 시작한 후반 23분, ''천재 골잡이'' 박주영의 쐐기골이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박주영은 북측의 공을 가로챈 김진규가 오른쪽에서 밀어준 어시스트를 강한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 A매치 세 번째 골을 성공시켰다.
상암=CBS 체육부 박지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