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카페를 탈퇴하시겠습니까?'''' 이홍주(여, 29)씨는 다음 카페 ''''닥터윤주의 화장품 나라''''의 탈퇴 버튼을 누르고 나서 한숨을 지었다. 근 2년 동안 열심히 활동해 오던 카페는 16만여 명의 회원을 자랑하는 대형 커뮤니티다. 신제품이 출시될 때면 ''''닥터윤주가 추천한''''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유명했고, 이 씨 자신도 비록 온라인 동호회이지만 깊은 애착을 갖고 있던 터였다.
그런 카페를 탈퇴하기로 결정한 것은 운영자가 기업으로부터 협찬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 제품 샘플테스트를 하고 업체당 50만원씩 총1,600만원이나 받았다고 한다. 즐겨 찾던 공간에서 배신당했다는 느낌과 함께 2년 동안의 흔적이 사라지는 순간, 이 씨는 마음속이 씁쓸해지는 것을 느꼈다.
11
◆ 블로그 ''''1인 미디어'''' 시대…기업 마케팅의 블루칩 부상
통계청의 2008년 ''''인터넷 이용실태조사''''에 따르면 인터넷 이용자의 58.1%가 최근 1년 이내 타인 블로그를 이용한 ''''블로그 이용자''''다. 최근 1개월 이내에 타인 블로그를 이용한 경우도 44.5%에 이른다.
그 중에서도 수백, 수천만의 방문자수를 보유하고 있는 ''''파워 블로거''''들은 사실상 요리, 전자기기, 인테리어, 육아, 화장품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수준이다. 이들이 자신의 블로그에 소개하는 제품 사용후기, 요리법 등은 수천에서 수만 명의 ''''트윈슈머''''들에게 절대적인 구매 영향력을 행사한다. ''''트윈슈머''''란 사용 후기 등을 살피고 구매하는 소비자를 말한다.
덕분에 블로그는 이미 기업들의 새로운 마케팅 수단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블로그 마케팅은 말 그대로 블로거들의 입을 빌려 제품이나 서비스를 홍보하는 마케팅 방식으로,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한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또한 제품을 만든 업체가 아닌 소비자, 또한 해당 분야에서 영향력이 있는 파워 블로거들의 목소리로 제품을 홍보하기 때문에 직접 광고보다 신뢰도가 높고 사용자들에게 친밀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블로그 마케팅을 활용하는 기업들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 네이버 블로그 문맥광고 도입…상업화 논란 가속화
네이버 블로그는 접근성을 무기로 블로그의 대중화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포털 블로그의 폐쇄성은 번번이 불만사항이었다. 지난해 개방성을 앞세운 설치형 블로그들이 잇따라 나오자 파워블로거들이 대거 설치형 블로그로 자리를 옮겼다.
이에따라 네이버 블로그에서도 문맥 광고(일정 키워드를 검색했을 때 이 키워드에 관련된 사이트로 이동할 수 있도록 만든 광고 서비스)를 시작했다. 일단 네이버 블로거들은 환영 일색이다. 그러나 네이버가 블로그의 상업화를 가속화시킨다는 우려도 있다.
한편 구글의 경우 문맥광고 플랫폼인 ''애드센스(AdSense)'' 등을 통해 이용자들이 자신의 블로그에 문맥광고를 달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다음도 테터툴즈라는 설치형 블로그와 협력해 ''티스토리''를 오픈하고 구글 애드센스 등을 설치 할 수 있도록 해놓은 상태다.
◆ 기업 협찬은 ''''흔한 일''
2009년 네이버 파워 블로거로 선정된 김인경(38) 씨는 블로그를 통해 도시락과 요리 관련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고, 관련 사업체도 운영하고 있다. 김 씨는 "기업이 블로그를 마케팅 전략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고, 대부분의 블로거들이 물건이든 돈이든 이익이 되는 부분이 있으니 블로그 상업화는 더욱 가속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블로그 이벤트는 블로그를 찾는 사람들의 수를 높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유명 블로거이자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는 원윤희(여, 25) 씨는 많은 기업으로부터 뷰티 제품 품평 제의를 받고 있다. 유명 블로거에게는 흔한 일이다. 그녀는 블로그 상업화에 대해 ''''적정선 유지''''를 강조한다. ''''사실 협찬이란 것도 본인이 지금까지 블로그를 잘 키워 왔기 때문에 들어올 수 있는 것이거든요. 하지만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으려면 상업적인 것은 최대한 자제하는 것이 좋을 거예요. 협찬이나 광고들을 무분별하게 받아들여선 안 되겠죠. 파워 블로거들은 사실 굉장한 영향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 책임감을 갖고 포스팅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 대기업과 블로거들의 제품 홍보 결탁…전문 브로커도 등장
기존 대기업들 역시 최근 ''''블로그 마케팅''''을 주요 전략으로 선호하는 추세다. 삼성전자의 경우 ''''햅틱'''' 출시 당시 전문 블로거를 선정하고 이들이 리뷰를 올릴 때마다 원고료를 지급했다. 선정된 블로거가 리뷰를 작성하면 건당 10만~20만 원 정도의 원고료를 제공했다. 글은 블로거가 선정해 쓰되 글을 올리기 전에 삼성전자가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블로그 마케팅 브로커''''라는 신종 직업도 생겨났다. 이들은 제품 홍보를 의뢰하는 기업과 사용 후기를 작성해줄 파워 블로거를 연결하고 수수료를 받는다. 이들이 블로거에게 전달하는 지침에는 ''''사용 후기가 포털사이트에서 잘 검색되도록 제품명과 핵심 광고 문구를 삽입할 것'''' ''''5~6번에 나누어 시리즈물로 작성할 것'''' ''''직접 체험하고 쓴 것처럼 보일 것'''' 등 구체적인 방법까지 명시되어 있다.
한 블로그 마케팅 관계자는 ''''기업은 부정적인 사실은 전달하지 않고, 긍정적인 사실만 부각될 수 있도록 여론을 조성한다. 앞에서는 리뷰를 통해 여론을 호의적인 방향으로 이끌고, 뒤에서는 관련 검색어를 상위 순위에 노출하게 한다. 거대 기업의 마케팅은 철저한 가이드라인에 의해 실행된다''''고 말했다.
◆ 규제 없는 블로그 리뷰…블로거의 신중하고 책임감 있는 태도도 중요
미국 연방 거래위원회(FTC·Federal Trade Commission)는 ''''블로거는 상품 리뷰를 대가로 기업에서 제공받는 무료 경품, 보수에 대해 명확히 밝혀야 하며, 이를 어길 시 최대 1만1,000달러를 벌금으로 내야 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새 가이드라인은 2009년 12월 1일부.터 적용됐다. 위원회에 따르면 2011년까지 37억 달러(약 4조2,000억 원)가 블로거 마케팅에 쓰일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은 아직 블로그를 통한 상품 마케팅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 다만 블로그 네트워크 사이트에서 기업으로부터 후원을 받으면 이를 블로그에 명시하기로 했을 뿐이다.
숙명여자대학교 언론정보학부 강미은 교수는 "블로그가 의미 있는 이유는 다원적 형태의 소셜 미디어이기 때문"이라며 "그 중심이 되는 콘텐츠를 생산하는 주체가 블로거인만큼 영향력을 고려해 신중하고 책임감 있게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