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오
국립중앙박물관은 한국서화유물도록의 제17집인『조선시대 초상화 Ⅲ』을 발간하였다.
이번에 발간된 『조선시대 초상화 Ⅲ』에는 화첩 속에 포함되어 있던 초상화들과 초상화의 밑그림이라 할 수 있는 초상화 초본 등 총 141점이 원색도판으로 수록되어 한국 초상화의 다양한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에서 다루는 화첩들은 조선시대 왕실의 여러 가지 중요한 행사를 기념하기 위하여 왕명으로 제작된 것으로 조선시대 초상화의 수준을 확인할 수 있는 걸작들이다.
숙종과 영조의 기로소 입소 행사가 끝난 후에 제작된 《기해기사첩己亥耆社帖》(보물929호)과《기사경회첩耆社慶會帖》에는 김창집, 홍만조, 신임 등 70세가 넘은 정2품 이상의 조선 후기 유명한 관리들의 초상화뿐만 아니라 왕의 어제문, 중요 행사 장면 및 참가자들의 축하 시, 화첩제작에 참여한 사람들 명단까지 첨부되어 화첩의 제작 내용을 소상하게 알 수 있다.
조선시대 초상화
특히 내용은 동일하나 제작시기가 1년 차이 나는《기사경회첩耆社慶會帖》2건의 화면 전체를 모두 게재하여 두 화첩을 자세하게 비교해 봄으로써 당시 왕실 초상화의 제작 양상을 살펴 볼 수 있다. 이밖에《등준시무과도상첩登俊試武科圖像帖》에는 1774년(영조50)에 시행된 특별 시험인 등준시登俊試의 무과 합격자 18인의 초상화가 수록되어 주목을 끈다.
이 화첩은 이번에 처음으로 전모가 공개되는 것으로 문신에 비하여 유존작이 드문 조선시대 무관의 초상화가 다량 공개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이러한 화첩 외에《명현화상名賢畵像》등 초상화 초본도 다량 수록하였다.
초본은 초상화의 최종본인 정본이 완성되면 멸실되어 전해지기 어려우나 이번에 소개된 국립중앙박물관 소장의 다양한 초상화 초본을 통하여 초상화의 제작과정 및 표현기법을 알 수 있는 의의가 있다.
이번에 초상화의 채색을 분석한 결과 진사, 석록, 석청, 금 등 고가의 천연 광물성 안료를 사용하여 초상화를 제작한 것을 알 수 있었다.
한편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초상화의 내역을 정리한 결과, 가장 최초로 소장하게 된 초상화는 제실박물관에서 1909년(순종3)에 구입한 순종의 조부祖父를 그린 <이하응 초상>이며, 가장 낮은 가격으로 구입한 초상화는 의외로 1916년에 입수한 김홍도, 이명기 합작 <서직수 초상>인 점이 흥미롭다.서직수>이하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