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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저녁, 서울 예술의 전당 리사이트홀에 2명의 이탈리아 남성이 무대에 오르자 객석을 가득 메운 3백여명의 관람객들이 이내 숨을 죽였다.
먼저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은 건 장발의 끼아끼아레타가 들고 나온 ''반도네온''
얼핏 ''주름 상자''가 있어 아코디온과 비슷하게 보이지만 반도네온은 일단 소형인데다 건반이 아닌 측면에 달린 단추를 눌러 연주한다. 아르헨티나 탱고에 빼놓을 수 없는 악기로 애수를 담은 음색이 탱고 자체의 성격도 변화시켰을 정도였다고 한다.
벽안의 남성들이 별도의 자기 소개도 없이 각자 들고나온 반도네온과 클래식 기타로 누에보탱고의 창시자 피아졸라의 불후의 명곡 ''Oblivion(망각)'', ''Libertango''을 연주해 나가자 불모지나 다름없는 한국에서 탱고의 진수를 맛본 듯 객석에선 연방 ''탄성''이 터져나왔다.
영화 ''여인의 향기''를 통해 탱고 음악의 대명사가 되버린 ''Por una Cabeza(간발의 차이)''가 흘러나오자 일부 관객들은 흥에 겨운듯 장단에 맞춰 박수를 치기도했다.
클래식 기타리스트 지암파올로 반디니와 반도네온 연주자 체사레 끼아끼아레타가 만나 결성한 ''듀오 반디니 & 끼아끼아레타''의 한국 신고식은 이렇게 치러졌다.
예술의 전당이 주최한 ''CROSSOVER FESTIVAL(1/27~1/30)''에 초청받아 둘째날 공연의 후반부를 맡은 것.
이탈리아 출신인 이들은 유럽 전역 각종 무대에서 탁월한 음악성과 연주력을 갖춘 탱고 듀오로 명성을 얻고 있지만 한국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디니와 끼아끼아레타는 예술의 전당 공연에 앞서 지난달 25일 50여명의 관객을 모아놓고 벌인 쇼케이스에서도 소위 ''감이 좋았다''고 한다.
반디니는 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유럽에서 탱고하면 주로 장년층과 노년층의 관객이 오기 마련인데 서울 공연에서는 대부분의 관객이 20-30대여서 놀라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과 마찬가지로 이탈리아 등 유럽에서도 클래식 음악이 사양 산업인 것은 맞다"면서도 "탱고는 젊은 세대와 할 수 있는 장르이기 때문에 젊은 한국 관객을 보고 또 한번 용기를 얻었다"고 답했다.
끼아끼아레타는 "이탈리아에서 우리의 음악을 접한 한국 관계자들이 우리가 내뿜는 열정을 한국에 소개하고 싶다고 제안해 내한했다"며 "이번 공연후에도 조만간 다시 한국 팬들을 위해 서울에서 연주하는 기회가 찾아오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는 "탱고를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면서 "마음을 열고 있는 그대로의 것을 온몸으로 느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달 28일 서울 예술의 전당 공연에서 이들은 최근 발매된 2집 수록곡인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구름'' 등 모두 10곡의 곡들을 연주했고, 기립박수는 물론 세번의 ''커튼 콜''까지 요청받았다.
이들의 방한과 2집 작업을 맡은 루비스폴카 최기원 실장은 "예술의전당 리사이트홀 객석에서 생면부지의 음악가들에게 기립박수가 나온 건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고 전해진다"며 "반응이 너무 좋아 이들의 단독 공연을 곧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도네온''의 유래 |
아르헨티나 탱고에 빼놓을 수 없는 악기로 1830~40년경에 독일의 Friedrich Band가 아코디언과 콘세르티나라는 악기를 개량한 후 자신의 이름을 빌어서 Bandoneon이라 명명했다.
비교적 소형이라 무릎에 놓고 또는 두손으로 마주 잡고도 연주가 가능하다.
아코디언같이 손 전체를 움직이지 않고 가죽띠에 고정된 손으로 악기 측면에 달린 단추를 누르는 방식으로 연주하며 아코디언에서 잘 안되는 고음의 스타카토 표현에 용이하다.
특히 1880~90년대에는 이 악기가 아르헨티나에 전해져서 태동하던 탱고음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다만 아쉬운 점은 악기를 구하기도 연주를 배우기도 쉽지 않다는 점. 전 세계적으로 반도네온 연주자가 200여명에도 훨씬 못미친다고 한다. 끼아끼아레타도 반도네온을 독학으로 배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