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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에서 최초로 존엄사 인정 판결을 받은 김 할머니가 지난해 6월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면서 연명치료 중단 논의가 활발히 진행돼 왔다.
특히 연명치료 중단 문제는 의료현장에서 매우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그동안 의료계는 구체적인 방안 마련에 집중해 왔다.
이에 따라 지난해 10월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의학회, 대한병원협회는 회복 가능성이 없는 말기 암환자 등의 경우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도록 하는 지침을 공식 발표했다.
회복 가능성이 없는 환자의 경우 환자 본인의 결정과 의사의 의학적 판단에 따라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지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단, 의도적으로 환자의 생명을 단축하거나 자살을 돕는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
연명치료 중지 대상은 말기 암 환자를 비롯해 말기 후천성면역결핍증 환자, 만성질환의 말기환자, 뇌사환자, 임종을 앞둔 환자 등이 포함됐다.
이들이 사전에 연명치료를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히면 상태가 악화돼 의식을 잃은 뒤에도 인공호흡기나 심폐소생술을 시행하지 않게 된다.
이번 의료계 지침은 의료현장에서 발생하는 갈등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번 지침은 의료계가 자율적으로 마련한 것으로 법적인 강제성은 없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11월 헌법재판소는 김 할머니의 가족 등 5명이 ''''국가가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게 하는 법을 만들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며 낸 헌법소원을 각하했다.
헌법재판소는 ''''연명치료를 스스로 중단할 수 있는 권리는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이지만 국가가 이를 보호하기 위해 반드시 법률을 만들 의무는 없다''''고 설명했다.
또 인공호흡기가 제거된 뒤에도 김 할머니가 생명을 이어가자 과잉진료 논란과 함께 법정 다툼으로 비화되기도 했다.
김 할머니의 상태가 양호한데도 1년 4개월째 호흡기를 달아 온 것은 과잉진료였다며 가족들이 병원측을 상대로 위자료 지급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의료계의 연명치료 중단 지침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만큼 앞으로 연명치료 중단 시행과정에서 환자 가족과 의료진의 마찰 등 예측할 수 없는 혼란이 빚어질 수도 있다.
이제는 의료현장에서 이번 지침이 제대로 안착할 수 있도록 성숙한 사회분위기를 조성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