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내 국민성장펀드 계좌 개설을 안내하는 공지문. 조혜령 기자말 그대로 대박이 터졌다. 정부 주도의 국민참여형 국민성장펀드가 판매 첫 날인 22일 비대면 물량이 10분만에 '완판'을 기록했다. 시장 유동성을 금융시장으로 유도한다는 정부 기조와 첨단산업을 육성한다는 정책 방향에 국민들이 '호응'하면서 도출된 결과다.
"챗지피티에 물어보니…딸·사위에게 꼭 권하래요"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에 배정된 국민참여형 국민성장펀드의 비대면 물량은 오전, 대면 물량은 오후에 모두 소진됐다.
국민은행은 오후 1시쯤 650억 물량이 모두 소진됐고,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농협은행도 모두 오후 1시를 기점으로 물량이 모두 판매됐다. 지방은행과 일부 증권사에는 아직 판매 한도가 일부 남아 있는 상황이다.
22일 오후 5시 현재 국민참여형 국민성장펀드 판매 결과 잔여물량 현황. 금융위원회 제공
22일 오후 5시 현재 기업은행 41억원, 우리은행이 6000만원, 경남은행에는 20억원의 비대면물량이 남아있다. 증권사도 신영증권을 제외한 비대면 물량은 모두 소진됐다. 다만 오프라인에서는 삼성증권이 262억원, KB증권 97억원, 한화증권 83억원, 유안타증권 78억 등 15개 증권사 중 11개 증권사에 물량이 남아있다. 대신증권과 미래에셋,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의 비대면 물량은 매진됐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오전 들어 이미 비대면 물량은 10분만에 모두 소진됐다"며 "전날 예약을 해 놓은 고객들이 있는데다 지점을 찾아오는 대신 온라인으로 고객이 몰리면서 소진 속도가 빨라졌다"고 말했다.
온라인 물량이 조기 소진되면서 마음이 급해진 일부 고객들은 오프라인 매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판매 첫 날인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1층 매장 고객 대기 소파와 의자에는 여느 때와 달리 손님들로 가득 했다. 직장인도 있었지만, 대부분 흰머리의 장년층이었다.
정장 재킷 왼쪽에 명찰을 단 직원들이 고객과 함께 머리를 휴대전화에 파묻고 계좌 개설과 본인 인증 절차를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었다.
여의도에서 직장을 다니는 딸의 권유로 펀드에 가입하게 됐다는 김에스더(84)씨는 "서류를 읽어보고 듣고 대답하는데 손해 50% 선택하라고 하고 엄청 불리하더라"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주식 투자도 안 하고 펀드도 처음 가입해본다는 김씨는 "그래도 정부에서 20% 손실을 보존해준다고 하더라"며 "설마 정부에서 서민들 돈 뺏겠냐"고 말했다.
주부 정모(65)씨도 "나는 세금 혜택이 얼마 안 된다고 해서 가입을 안 했지만 우리 딸과 사위에게는 꼭 가입하라고 권유했다"며 "오늘 아침에 은행에 오기 전에 챗지피티에게 펀드에 대해서 다 물어보고 왔다"고 말했다.
22일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내 국민성장펀드 계좌 개설을 하려는 고객들 증가로 번호표가 조기 마감됐다. 조혜령 기자국민참여형 국민성장펀드는 정부가 향후 5년 동안 150조원의 자금을 인공지능, 반도체, 바이오, 백신, 로봇, 미래차, 방산 등 첨단전략산업 및 첨단산업 생태계 전반에 지원하는 상품이다.
국민 자금을 첨단전략산업 등 성장 분야로 유도하고 성과를 국민과 공유하겠다는 취지다.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생산적 금융 구상 정책으로, 부동산에 쏠려 있는 유동성을 자본시장으로 유도하겠다는 의지다.
이 대통령은 지난 7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국민성장펀드 조성이 생산적 금융을 확산하고 미래 첨단 산업 발전과 국민의 안정적 자산 증식에 기여하는 든든한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성장펀드 2차 물량도? 금융위 "확답 못 해"
국민성장펀드에 대한 시장 반응이 예상보다 강했던 건 예금에서 투자로 자금 이동 흐름이 본격화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손영채 금융위원회 국민성장펀드 추진단장은 한 컨퍼런스에서 "온라인 판매 비중이 전체의 50%를 넘지 않도록 제한했는데도 미래에셋증권은 오픈 9분 만에 온라인 물량이 모두 소진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손 단장은 "5년 만기 상품인데다 투자 제약도 있어 국민들이 쉽게 가입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예상과 다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국민성장펀드에 대한 시장 기대가 상당히 크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성장펀드는 단순한 정책펀드가 아니라 자본시장을 통해 성장 산업에 장기 투자하는 구조를 만드는 과정"이라며 "예금 중심 자금 흐름을 투자 중심으로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생산적 금융을 강화하기 위해 금융권도 조직 개편과 투자 확대에 나서고 있다"며 "국민성장펀드 역시 첨단산업과 새로운 성장 플레이어를 키우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성장펀드 판매 개시와 함께 코스닥도 이틀 연속 급등세를 이어가며 5% 넘게 올랐다.
22일 코스닥은 4.99% 올라 1161.13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에도 코스닥은 4% 넘게 오르면서 이틀 연속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국민성장펀드 판매 개시로 코스닥의 자금 공급 활성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 자본시장연구실 신용상 선임연구위원은 "지금은 코스피 위주로 금융시장이 움직이고 있지만 정부가 혁신, 중소기업 등 코스닥을 키우겠다는 의작 강하다"며 "정부 의지에 따라 코스닥도 밸류업 기조로 이어질 거라는 기대가 제일 큰 요인으로 작동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