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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더 좋아진다지만"…반도체 초호황 속 내수는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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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연구원 PSI 4개월 만에 반등…체감경기는 여전히 온도차
AI·HBM 수요 폭증에 반도체 업황 '독주'
내수기업은 고유가·물류비 부담 지속…"피해·애로 834건"
"대기업 중심 회복"…공급망 재편에 중소 제조업 직격탄

연합뉴스연합뉴스
국내 제조업 경기 심리가 AI(인공지능) 확산에 따른 반도체 초호황과 수출 회복 기대에 힘입어 반등 흐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중동전쟁 장기화에 따른 고유가·물류비 부담이 누적되면서 내수·중소 제조업 현장에서는 "체감경기는 여전히 바닥"이라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AI 투자 확대에 제조업 PSI 반등…반도체 업황 '독주'

산업연구원 제공산업연구원 제공
25일 산업연구원(KIET)이 발표한 '2026년 5월 산업경기 전문가 서베이조사(PSI)'에 따르면, 5월 제조업 업황 현황 PSI는 107로 전월(95)보다 12포인트 상승했다. 기준선인 100을 웃돌며 지난 1월 이후 4개월 만에 반등에 성공한 것이다. PSI는 100 이상이면 경기 개선 전망이 우세하고, 100 미만이면 악화 전망이 많다는 의미다.

다음 달 전망은 더 낙관적이다. 6월 제조업 업황 전망 PSI 역시 107로 기준치를 웃돌았고, 수출 전망 PSI는 117, 생산 전망 PSI는 110까지 상승했다. 산업연구원은 AI 관련 투자 확대와 수출 회복 기대가 제조업 심리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반등의 중심에는 반도체가 있었다. 반도체 업황 현황 PSI는 167, 6월 전망 PSI는 156으로 전체 업종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산업연구원이 공개한 전문가 의견에서는 △AI 메모리 중심의 초호황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폭증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 확대 △메모리 공급 부족 지속 등이 제조업 업황 개선세를 이끈 배경으로 제시됐다.

실제 최근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AI 데이터센터 투자 경쟁이 격화되면서 HBM을 중심으로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AI 서버 증설과 하이퍼스케일러 투자 확대에 따라 메모리 가격 상승세도 이어지는 모습이다.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들은 AI 데이터센터 전력 확보를 위해 지열·원전 연계 방안은 물론 차세대 데이터센터 구축 방식까지 검토하며 인프라 투자 경쟁을 확대하고 있다.
 
반도체 외에도 일부 수출 제조업은 회복 흐름을 나타냈다. 화학 업황 PSI는 전월 79에서 116으로 급등했고, 기계는 88에서 107로 상승했다. 철강 역시 111로 기준치를 웃돌았다. 조선업도 LNG선과 친환경 선박 중심의 고부가가치 수주가 이어지면서 양호한 흐름을 유지했다.
 

"내수는 아직 한겨울"…중소 제조업 체감경기 냉랭

산업연구원 제공산업연구원 제공
반면 소비재와 내수 중심 업종 분위기는 크게 엇갈렸다.

휴대폰 업종의 5월 업황 PSI는 93으로 기준치를 밑돌았고, 6월 전망 역시 80에 그쳤다. 산업연구원 전문가들은 부진 원인으로 △메모리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 확대 △원가 상승에 따른 수요 둔화 △고환율 지속 등을 꼽았다.

섬유 업종 역시 5월과 6월 모두 PSI 93에 머물렀다. 전문가 의견에는 △글로벌 소비 둔화 △중국·동남아 업체들의 저가 공세 심화 △고유가에 따른 원가 부담 지속 등이 비(非)반도체 업종 회복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꼽혔다.

자동차 업종 역시 5월 PSI가 93에 그치며 완연한 회복세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중동 사태 장기화에 따른 고유가 지속 △원자재 가격 상승 △물류비 증가 등을 부담 요인으로 지목했다.

중소기업 현장의 체감경기는 훨씬 냉랭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집계한 '중동전쟁 관련 중소기업 피해·애로 현황'에 따르면, 지난 2월 말부터 지난 20일까지 접수된 피해·애로는 총 628건, 우려까지 포함하면 834건에 달했다.

가장 많은 피해 유형은 운송 차질(43.9%)이었다. 이어 물류비 상승(36.6%), 계약 취소·보류(32.8%), 출장 차질(17.8%) 등이 뒤를 이었다.

중기부가 공개한 현장 사례를 보면 한 식료품 제조업체는 포장재 가격이 15~20% 상승했고 공급도 한 달 이상 지연됐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업체는 전쟁 할증료가 최대 2천 달러까지 추가 부과되면서 물류비 부담이 급증했다고 밝혔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바이어 구매 물량이 축소돼 수출 매출이 30% 감소했다는 사례도 접수됐다.

문제는 이런 충격이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 훨씬 치명적이라는 점이다. 대기업은 장기 운송 계약과 원자재 조달선 다변화, 재고 확보, 가격 전가 등이 가능하지만 중소기업은 비용 충격을 흡수할 여력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실제 현재 제조업 회복을 이끄는 업종은 반도체·조선·전력기기처럼 대기업 중심 산업이 대부분인 반면, 중소기업 비중이 높은 섬유·부품·내수 제조업은 고유가와 소비 둔화 압박에 직접 노출돼 있다.

그 결과 국내 석유제품 판매량도 감소세에 접어들었다. 산업통상부와 한국석유공사 통계에 따르면 5월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휘발유는 2%, 경유는 6% 각각 감소했다. 정부가 최근 유류 가격 안정 조치에 나선 것도 이런 부담과 무관치 않다.
 

"반도체만 웃는다"…공급망 재편에 커지는 구조적 부담

산업연구원 제공산업연구원 제공
전문가들은 지금의 제조업 회복 흐름이 전(全) 산업의 동반 회복이라기보다 AI·반도체 중심의 회복 성격이 강하다고 보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중동발 위험 확산에 대한 일본·중국·러시아의 대응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미국-이란 전쟁이 단기 충돌을 넘어 글로벌 물류·에너지·공급망 질서를 재편하는 구조적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종전 이후에도 물류·에너지·지정학적 변화가 구조적으로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특히 한국은 높은 중동 원유 의존도와 해상 물류 중심 구조, 수출 제조업 중심 경제 구조 탓에 중동발 충격에 가장 취약한 국가 가운데 하나로 꼽혔다.

반면 일본은 장기간 에너지 안보 체계를 구축했고, 중국은 공급망과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고 있으며, 러시아는 오히려 에너지 수출 확대 수혜를 얻고 있어 상대적으로 충격 흡수 여력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공급망 다변화와 대체 물류망 확보, 전략산업 중심 산업안보 강화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업계에서는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조달처 다변화 △재고 확대 △물류 경로 우회 등에 따른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중소 제조업체들의 수익성 악화가 당분간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산업연구원 방현지 전문연구원은 "지금은 반도체 위주로 성장이 지나치게 양극화돼 있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당장 풀린다고 해도 원상 복귀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한국이 중동발 위험에 가장 직접적으로 노출된 국가인 만큼 에너지·원자재 공급망의 지리적 다각화와 대체 물류 수송로 확보 등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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