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외교로 '한일 우호협력 선도'하는 양국 지도자
연합뉴스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여섯 번째 한일정상회담이자 올해 들어 벌써 두 번째 셔틀외교다. 역대 어떤 정부에서도 볼 수 없는 만남이다. 셔틀 외교가 완전히 복원돼 정상 가동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지난해 이재명 정부와 다카이치 내각이 들어설 때는 한일 간에 긴장감이 팽배했다. 이재명 대통령에게 일본의 우경적 언론 혹은 혐한론자들은 반일주의자라는 프레임을 씌워 비난하기에 혈안이 됐다. 한국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내각에 대해서는 과거의 언행을 가지고 우익의 아이콘인 아베의 추종자 혹은 '여자 아베'라고 비판하기에 정신이 없었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 독도문제 등에 대해 거침없이 했던 그의 언행 때문이었다.
그래서 한일관계가 종래보다 더 삐거덕거릴 것이라고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데 작년 10월 말 경주에서 개최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일본과 중국이 냉랭한 분위기 속에서 정상회담이 이뤄졌는데, 한일 간에는 좋은 분위기가 연출됐다. 모두 놀랐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이후 독도문제에서 더 나아가지 않고 종전과 같이 차관급으로 '다케시마(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의 날' 행사를 치렀다. 야스쿠니 신사에도 직접 참배하지 않았다.
올해 1월에는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에 가는 도중에 다카이치 총리의 고향인 나라(奈良)현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나라는 백제의 유적과 유물이 많이 있어서 상징성이 컸다. 그리고 이번엔 대통령의 고향인 안동에서 만나게 된 것이다.
좋은 관계임을 전 세계에 발신하고 있고, 두 분 모두 실용 외교를 추구하면서 한일의 우호 증진과 상호 협력을 굳건히 하고자 하는 지도자라는 것을 각인시키고 있다.
상호협력의 새로운 60년, 힘찬 비상 준비해야
올해는 한일 수교 61주년이다. 2년 후는 '김대중-오부치 선언'의 30주년이 된다. 그 선언에서 '과거를 직시하면서 미래지향적 관계를 구축한다'는 명제는 전범(典範)이 돼 있다. 한일 간에는 독도문제,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 교과서 왜곡 문제, 강제 동원 피해자 배상·보상 문제 등 '과거사'와 관련된 현안이 산적해 있다. 모른 채 방기해 지나칠 수가 없다. 그러나 워낙 인식의 간극이 커서 심히 우려스러운 부분이기도 하다.
'김대중-오부치 선언'의 정신을 가지고 해결하려는 의지만 있으면 충분히 가능하다. 정면으로 부딪쳐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지피지기, 역지사지의 지혜가 있으면 슬기롭게 해결할 수가 있다. 만약 당국 간에 뭔가 잘 풀리지 않는다면 양국의 지식인, 전문가를 모셔서 새로운 '현인회의'라도 구성해 그 방안을 찾아나가는 것도 한 방도다.
'앞마당을 같이 쓰는 이웃'으로서 한국도 일본도 이렇게 글로벌 리더 국가로 성장하는 데에는 서로가 큰 역할을 했다. 60여 년 전 수교를 통해 한국이 기술 협력, 분업·협업을 하면서 많은 기술을 이전받았고 일본은 한국이라는 시장과 저렴한 노동력을 제공받는 가운데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다. '김대중-오부치 선언' 이후에는 양국이 문화 개방을 통해 같은 문화를 누리는 지역이 되고 있다.
이제 새로운 60년을 준비할 때다. 미국과 함께 한미일 삼각 공조를 굳건히 하면서 한 단계 더 도약할 준비를 해야 한다. 일본인의 섬세함과 튼튼한 기초과학의 힘, 한국인의 진취성과 모험 정신 그리고 일본과 한국의 자본과 시장이 결합한다면 세계 속으로 힘차게 비상할 수 있을 것이다. 움츠리는 소아병적 자세를 버리고 담대하게 마음의 문을 열고 나아가자고 제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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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전 주일대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