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검색
  • 댓글 0

실시간 랭킹 뉴스

"스포츠에 정치 엮지마"…유권자 반응은 '삼진아웃'[영상]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야구 유니폼 홍보
전문가 "홍보 전략 자체 문제 아니지만, 과도하면 역효과"

대전 기초단체장에 출마한 한 예비후보가 출마 선언 현장에서 야구공 모양의 소품을 향해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캠프 제공대전 기초단체장에 출마한 한 예비후보가 출마 선언 현장에서 야구공 모양의 소품을 향해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캠프 제공
야구 모자를 눌러쓰고 방망이를 치켜든 한 남성이 힘차게 스윙을 날린다. 타격 대상은 야구공이 아니라 '잃어버린 16년'이라고 적힌 야구공 모양의 소품이었다. 대전의 한 기초단체장 예비후보의 출마 선언 현장이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스포츠를 선거 홍보에 끌어들이는 움직임이 잇따르면서, 이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프로야구의 인기가 높아질수록 후보들의 야구팬 표심 공략도 노골화하는 양상이지만, 정작 유권자들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선거철에만 팬인 척한다"거나 "오히려 표를 갉아먹는다는 것을 후보 본인만 모른다"는 냉소가 곳곳에서 쏟아지고 있다.

대전 기초단체장 예비후보 선거사무실 벽 한쪽에는 후보가 프로야구 한화이글스 유니폼과 류현진 선수의 등번호 99번이 쓰인 모자를 쓰고 방망이를 든 사진이 큼지막하게 자리 잡았다. 그 옆에는 한화이글스 가을 점퍼를 입은 사진도 함께 자리했다.

앞서 출마 기자회견 자리에서도 비슷한 차림으로 야구를 접목했다. 사회자는 야구를 연상시키는 "다시 뛰게 할 한방", "선수교체"라는 말로 예비후보를 소개했다.

정장을 입고 있던 해당 예비후보는 야구점퍼에 모자까지 갖춰 쓰고 야구공 모양을 한 소품을 향해 힘차게 방망이를 휘둘렀다.
대전 한 기초단체장에 출마한 예비후보가 프로야구 한화이글스 유니폼을 입고 스윙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 예비후보는 경선에서 탈락했다. 예비후보 누리소통망 영상 캡처대전 한 기초단체장에 출마한 예비후보가 프로야구 한화이글스 유니폼을 입고 스윙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 예비후보는 경선에서 탈락했다. 예비후보 누리소통망 영상 캡처
경선에서 탈락한 한 기초단체장 예비후보도 홍보 과정에서 한화이글스 유니폼을 챙겨 입었다. 파란색 유니폼 차림으로 스윙을 한 뒤 엄지손가락으로 자신의 이름을 가리키는 영상을 자신의 누리소통망에 올렸다.

확실한 한방, 명품 도시를 향한 기분 좋은 홈런 등의 문구를 써가며 야구를 자신의 홍보에 이용했다.

광역단체장 선거 경선에서 탈락한 모 국회의원 역시 한화이글스 점퍼를 입고 경기장 근처를 걸어 다니며 정책 등을 소개하는 영상을 수시로 올렸다. 영상에는 실제 한화이글스 경기 장면도 들어가며 출마 예정자라는 자막을 삽입했다.

경선 투표를 독려하는 게시물에서도 여지없이 한화이글스 점퍼를 입었다.

후보들의 이런 행동은 야구 인기에 편승해 친근한 이미지를 만들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프로야구의 열기를 선거판으로 끌어들이려는 시도로 읽히지만, 정작 유권자들의 시선은 후보들의 생각과 다른 곳을 향하고 있다.

한 예비후보가 홍보용으로 올린 게시물에는 "선거철에만 야구팬"이라는 냉소적인 반응은 물론, "스포츠가 선거 도구가 된 것 같아 불편하다"거나 "야구장만큼은 정치에서 벗어나 순수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한다"는 목소리 등의 이어졌다.

"한화 팬들은 절대 표를 줘서는 안 된다"거나 "선거 망치기 싫으면 유니폼을 벗어라", "눈치도 없고 감도 없다", "정치에 야구를 엮는 것 자체가 혐오스럽다", "차라리 성심당 빵을 들고 사진을 찍어라"는 등의 다소 강하거나 비꼬는 반응도 눈에 띄었다.

이 게시물 반응에는 후보를 응원하는 것보다 정치와 스포츠를 엮는 것에 대한 불편함을 호소하는 글들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선거철이면 반복되는 스포츠를 둘러싼 정치 논란은 과거에도 이미 여러 차례 전례가 있다. 2024년 4·10 총선을 앞두고 충남아산FC 홈 개막전에서 선수들이 기존 푸른색 대신 붉은색 서드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치르자 '간접 유세' 의혹이 일었다.

당시 명예 구단주로 시축에 나선 국민의힘 소속 김태흠 충남지사와 박경귀 아산시장도 같은 붉은색 유니폼을 착용했다. 응원석에는 항의성 손팻말이 등장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이 의심된다며 구단 측에 경위서 제출을 요구했고, 김태흠 지사는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며 반박했지만, 논란은 한동안 이어졌다.

2019년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시에도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창원축구센터 경기장 안으로 들어가 유세를 벌였을 때,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이를 허용한 경남FC에 제재금 2천만 원의 징계를 내리기도 했다.

스포츠를 활용한 선거 홍보 전략 자체를 무조건 문제로 볼 수는 없다는 시각도 있다.

권오철 중부대 교수는 "선출직 후보에게 미디어 홍보 전략은 중요하고, 대중의 관심을 끄는 소재를 활용하는 것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라고 전제했다. 다만 "문제는 과도함"이라며 "스포츠 마니아층의 반감을 살 정도로 무분별하게 벤치마킹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여지가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지층 전체의 시선을 고려할 때 선을 지키는 세련된 홍보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0

0

실시간 랭킹 뉴스

오늘의 기자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