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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체육관에 AI 코치가 등장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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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4-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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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가 바꾼 학생의 움직임과 체육 수업의 전환

스마트이미지 제공스마트이미지 제공
고등학생 100명 중 단 13명만이 규칙적으로 운동한다. 질병관리청 「청소년건강행태조사(2024)」가 보여주는 이 수치는 단순한 생활 습관의 문제가 아니라 학교 교육이 구조적으로 놓치고 있는 지점을 드러낸다.

특히 과학영재학교와 같이 학업 집중도가 높은 환경에서는 이 문제가 더욱 선명하게 나타난다. 가장 뛰어난 두뇌들이 모인 공간에서 신체활동은 가장 빠르게 줄어든다. 학업 몰입은 높아질수록 신체활동은 뒤로 밀리는 구조적인 불균형이 나타난다. 규칙적인 신체활동이 학업 성취와 인지 기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는 이미 충분히 축적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교는 이를 지속적으로 실천하게 만드는 구조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이 질문에서 출발했다. "왜 학생들은 운동의 필요성을 알면서도 지속하지 못하는가." 문제는 의지가 아니라 구조에 있었다. 기존 체육은 학생건강체력평가(PAPS) 등 '측정'에 머물렀고 기록은 남았지만 그 기록이 다시 행동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데이터는 존재했지만 활용되지 못했고 측정은 일회성 활동에 머물렀다.

이 구조를 바꾸기 위한 시도가 광주과학고등학교 체육관에서 시작되었다. 광주광역시교육청의 '에듀테크 활용 미래 놀이공간 확충 사업'을 계기로 도입된 AI 휴먼 건강 체력 키오스크는 지난 5개월간 전교생 275명을 대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 시스템은 단순히 외부에서 도입된 기술이 아니다. 18년간 학교 현장에서 체육 수업을 운영해 온 교사의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학생과 교사, 그리고 학교가 실제로 필요로 하는 기능을 설계한 뒤, 이를 AI 휴먼 기술 관련 특허를 보유한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구현한 결과물이다. 현장의 요구가 기술과 만난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학생이 키오스크 앞에 서서 "오늘 운동은 뭐 하면 좋을까"라고 묻는 순간, AI 코치는 어제의 걸음 수와 소모 칼로리(웨어러블 밴드), PAPS 점수, 체성분 데이터(InBody)를 종합해 즉각적인 맞춤형 운동을 제시한다. 체육 수업은 더 이상 동일한 활동을 함께 수행하는 시간이 아니라, 데이터를 기반으로 각자 다른 운동을 설계하는 시간으로 전환되기 시작했다.

변화는 예상보다 빠르게 나타났다. 그동안 측정에 수동적으로 참여하던 학생들이 자신의 데이터를 확인하고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기 시작했다. 걸음 수와 칼로리 소모량, PAPS 점수를 기반으로 한 피지컬 챔피언십과 건강 체력 챌린지는 자연스럽게 참여를 유도했고, 운동은 '해야 하는 것'에서 '하고 싶은 것'으로 성격이 바뀌었다. 데이터가 단순히 쌓이는 것이 아니라 행동을 유도하는 장치로 작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변화는 세 가지 전환으로 요약된다. 학생은 더 이상 데이터를 받는 존재가 아니라 자신의 몸을 이해하고 목표를 설계하는 데이터 해석자로 변화했다. 교사는 개별 학생의 건강 데이터를 기반으로 보다 정교한 맞춤형 지도를 수행하게 되었고 AI가 생성한 생활기록부 초안을 활용해 업무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되었다. 학교 역시 기술을 소비하는 공간에서 벗어나 데이터 기반으로 교육과 연구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R&D&E(Research, Development & Education)' 환경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 흐름은 체육 교과의 경계를 넘어선다. 학생이 웨어러블 밴드를 통해 건강 데이터를 생성하고 AI가 이를 분석해 다시 개인 맞춤형 운동으로 환류시키는 구조는 과학, 기술, 수학이 실제 문제 해결에 적용되는 STEAM 교육의 구체적 장면이다. 체육은 더 이상 주변 교과가 아니라 데이터 기반 학습이 실현되는 하나의 중심 공간으로 재정의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개별 학교의 실험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광주는 이미 국가AI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수백 개 기업과 기관이 활용하는 AI 인프라를 갖춘 도시다. 문제는 이 축적된 자산이 교실 현장으로 충분히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2026년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을 앞둔 지금, 이 인프라를 교육과 연결하는 제도적 설계가 필요하다. 지역의 AI 컴퓨팅 자원을 초·중·고 교육과 연계하는 '교육 AX 트랙'을 구축해야 한다. 교사가 AI 기반 수업을 설계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연수 시스템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학생이 생성한 데이터를 안전하게 교육 연구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역 단위 데이터 거버넌스를 선제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교육은 언제나 시대보다 한 발 앞서야 한다. 체육관에서 한 학생이 기록한 건강 데이터가 교사의 지도 자료로 환류되고 다시 학생 개인의 행동 변화로 이어지는 이 순환 구조는 AI 시대 교육이 나아갈 방향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이제 질문은 달라져야 한다. 학생이 얼마나 운동했는가가 아니라, 그 운동이 다시 다음 행동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만들어졌는가를 묻는 것이 더 중요하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일수록 운동을 하지 않는 구조를 그대로 두는 한, 우리는 또 다른 형태의 불균형을 반복하게 될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운동 시간이 아니라 운동이 계속되도록 만드는 시스템이다. 그리고 그 변화는 이미 체육관에서 시작되고 있다.

※ 외부 필진 기고는 CBS노컷뉴스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최민수 광주과학고등학교 교사최민수 광주과학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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