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 예방접종 지원 안내 포스터. 부산 부산진구 제공 부산시가 HPV(사람유두종바이러스) 예방접종자에게 비용을 지원하고 있지만, 대상자들은 부담해야 할 비용이 여전히 비싸다는 이유로 접종을 미루거나 포기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접종률이 낮다는 이유로 올해 지원금 예산이 오히려 줄어들어 정책이 거꾸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부담금 '최대 60만 원'…지원에도 접종 망설이는 청년층
부산에 사는 직장인 이모(26·여)씨는 올해 부산시 HPV 예방접종 지원금을 받을 수 있지만 아직 접종을 하지 않았다. 이씨는 "지원금을 받더라도 수십만 원을 직접 부담해야 해 망설이고 있다. 올해 지원 대상인 다른 친구도 가격 때문에 결국 맞지 않았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직장인 최모(26·여)씨는 "지원 대상인 줄도 몰랐다. 백신 가격이 워낙 비싸서 맞을 생각이 없었는데 지원금이 나온다고 하니 맞을까 고민이 된다"면서도 "지원금 규모를 보면 '너무 좋다', '당장 맞아야겠다'는 생각까지는 들지 않는다. 3차까지 다 맞으려면 부담이 크다"고 걱정했다.
대학생 김모(23·여)씨는 접종 필요성을 알고 있지만, 비용 지원 대상이 아니어서 접종을 미루고 있다. 김씨는 "백신 주사로 자궁경부암을 예방할 수 있다고 해서 맞고 싶지만, 부산시 지원 대상이 되려면 몇 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고 토로했다.
부산시는 지난 2024년부터 만 26세 여성을 대상으로 HPV 예방접종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올해는 주민등록상 부산에 거주하는 1999년생 여성을 대상으로, 회당 10만 원씩 모두 3회 최대 30만 원을 지원한다.
하지만 접종자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여전히 규모가 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비급여 진료비용 정보에 따르면 가다실9을 기준으로 전국 평균 비용은 21만 9032원이며, 의료기관마다 최소 16만 원에서 최대 30만 원 수준이다. 이 때문에 부산시 지원금을 받더라도 회당 6~20만 원은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3차까지 접종을 모두 마칠 경우 개인이 부담해야 할 비용은 18만 원에서 최대 60만 원에 이른다.
지원금 더해도 비싼데 접종률 낮다며 예산 삭감…정책 '엇박자'
부산시청 전경. 부산시 제공
이처럼 높은 자부담 비용 탓에 부산시 지원 대상자들조차 접종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실정이다. 그런데 부산시는 오히려 올해 지원 예산을 삭감했다. 부산시에 따르면 2024년 시범사업 접종률이 목표 대비 87% 수준에 그치면서 지방보조금 평가에서 '미흡' 판정을 받아 올해 본예산 5억 9100만 원을 편성했다. 이는 지난해 6억 9450만 원에 비해 15%가량 줄어든 수준이다.
이에 대해 부산시는 시범사업 초기 수요 예측이 어려웠고, 홍보 부족 등 이유로 예상보다 참여율이 저조해 관련 예산이 삭감됐다고 설명했다. 또 재정 부담 문제로 대상 연령이나 지원금을 확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시범사업 첫해 수요 예측이나 홍보 부족 등 영향으로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해 예산이 삭감됐다. 다만 올해 예산 집행 현황을 지켜보며 추경을 통해 증액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정 연령층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불가피하게 연령을 제한하고 있다. 백신 단가 자체가 높은 데다 구·군과 매칭하는 방식으로 예산이 투입되는 구조여서 지원 확대에 한계가 있고, 특히 부산처럼 대상 인구가 많은 지역은 재정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지역에서는 정책 수요와 방향이 엇박자를 내는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지원금 확대나 대상 연령 조정 등 구조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 사하구의회 유영현 의원은 "사하구의회에서 2022년 HPV 예방접종 지원 조례를 전국에서 처음 제정한 후 2024년 예산 6천만 원을 편성해 18세부터 26세까지 접종 비용을 전액 지원했다"며 "당시 한 달 만에 예산이 소진될 정도로 참여율이 높았다. 현재처럼 자부담이 큰 구조에서는 사회초년생들이 접종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접종률이 낮다는 이유로 예산을 줄일 게 아니라 연령 확대와 자부담 완화 등 근본적인 구조를 바꿔야 한다"며 "HPV 백신은 향후 건강보험 재정 절감 측면에서도 의미가 큰 만큼 보다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