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항공사 기장 살인 등 혐의를 받는 전직 부기장 김동환이 부산 부산진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김혜민 기자부산에서 항공사 기장을 살해한 전직 부기장 김동환(49)이 구속 기소됐다. 그는 피해자 차량에 GPS 위치추적기까지 붙이는 등 치밀하게 연쇄 살해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지검 형사3부(김경목 부장검사)는 14일 살인, 살인미수, 살인예비, 주거침입,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전직 항공사 부기장 김동환(49)을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김동환은 지난달 17일 오전 5시 30분쯤 부산 부산진구 한 아파트에서 항공사 기장 A(50대·남)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하루 전인 16일에는 경기 고양시에서 기장 B씨 목을 졸라 살해하려다가 미수에 그쳤다. 김동환은 이들을 포함해 기장 6명을 살해하려고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면허 상실 상조금 소송' 패소 직후 살인 계획
검찰 수사 결과, 김동환은 공군사관학교 파일럿 출신인 피해자들을 단기간에 연쇄 살해하려 했다. 공군 정보장교 출신인 그는 '공군 파일럿 출신들이 조직적으로 음해하거나 불이익을 주고, 모욕적인 말로 건강 이상을 유발해 퇴사하게 만들었고 결국 파일럿 인생을 파멸시켰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피해자들을 살해할 마음을 먹었다.
특히 김동환은 조종사 공제회와 벌인 소송에서 패소한 직후 본격적으로 살인 계획을 세웠다. 그는 조종사 공제회에 질병으로 인한 조종 면허 상실 상조금을 신청했지만, 지급 액수를 두고 공제회와 소송이 벌어졌다. 지난해 7월 김동환은 이 소송에서 일부 패소했고, 이 때문에 신청한 금액보다 훨씬 적은 금액을 받아 격분했다. 살인미수 피해자 B씨는 당시 공제회 회장이었다.
7개월간 치밀한 범행 준비…GPS 추적기도 동원
지난달 20일 김동환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위해 부산지검으로 호송되고 있다. 정혜린 기자김동환은 피해자 6명 가운데 우선 살해할 4명을 정했다. 이들 가운데 범행이 어려운 대상이 생기면, 나머지 2명 가운데 범행이 가능한 피해자를 살해할 계획이었다.
범행도구는 지난해 8월부터 미리 준비했다. 피해자들 주거지를 알아내기 위해 미행을 하거나, 심지어 피해자 차량에 GPS 위치추적기를 붙이기도 했다. 여러 차례에 걸쳐 주거지를 답사하며 주변 환경이나 피해자 행동 패턴 등을 분석했다. 이를 바탕으로 범행 시간과 장소, 방법, 도주 경로를 계획하는 등 7개월 이상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했다. 범행 직전인 지난달 1일부터 17일 사이에는 항공사 운항정보사이트에 권한 없이 여러 차례 침입해 피해자들 운항정보를 확인했다.
범행 준비와 실행 단계에서는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현금과 선불식 교통카드로 대중교통만 이용했다. 부산과 경기 고양시 범행 때는 피해자들이 사는 아파트에 배송기사로 위장해 침입했다. 범행 이후에는 옷을 갈아입고 대중교통을 여러 차례 갈아타며 도주했다.
검찰은 경찰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압수수색, 계좌추적, 데이터통신 분석, 임상심리분석, 관련자 조사 등 보완 수사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김동환이 지난해 10월 중순쯤 전국 범행 장소를 돌며 연쇄 살인 계획 전반을 점검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또 피해자 보호를 위해 구조금이나 장례비, 심리치료를 지원했다고 부연 설명했다. 부산지검 관계자는 "향후 재판 과정에서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고, 죄책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되도록 공소 유지에 만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