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검색
  • 댓글 0

실시간 랭킹 뉴스

[르포]휠체어 타고 벚꽃 보러 왔는데 화장실도 못 가다니…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부산 낙동제방벚꽃길 장애인 화장실 수년째 '無'
"재해 예방 위해 설치 안 돼"…비장애인 화장실은 있어
"장애 가진 소외계층에 관심 부족" 지적

부산 사상구 낙동제방벚꽃길에서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시민이 산책하고 있다. 정혜린 기자부산 사상구 낙동제방벚꽃길에서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시민이 산책하고 있다. 정혜린 기자
장애인 화장실이 단 한 곳도 없다는 지적이 일었던 부산 낙동강변 벚꽃길이 수년째 같은 상황인 것으로 드러났다. 관계 기관이 사회적 약자 기본권 보장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평일 오후 부산 사상구 낙동제방벚꽃길. 전동 휠체어를 탄 시민이 길가에 마련된 임시 화장실 앞을 그대로 스쳐 지나갔다. 축제 기간 임시로 설치된 간이 화장실은 입구 단차가 높아 휠체어를 탄 장애인은 아예 들어갈 수가 없었다.

기존에 있는 화장실도 경사로가 없어 계단으로만 접근할 수 있었다. 관리사무소 화장실은 경사로가 있었지만, 문턱이 높고 내부가 좁아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이용할 수 없는 건 마찬가지였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은 한목소리로 불편을 호소했다.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은정하(53·여)씨는 "갈 수 있는 화장실이 없다는 걸 알고 있어서 여기서는 아예 갈 생각도 안 한다. 집에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오는데도 급하면 멀리 떨어진 마트 화장실까지 가야한다"며 "혹시 몰라서 물도 잘 안 마시고 먹을 때도 조심해야 한다. 인간으로서 당연한 생리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니 불편함이 크다"고 토로했다.
 
장애인 활동지원사 김미애(50대·여)씨는 "여기선 화장실을 못 가니까 오늘은 미리 기저귀를 차고 나왔다. 혹시 몰라서 변기통도 들고 왔다"며 "화장실도 그렇고 곳곳에 다 계단이라 휠체어를 탄 사람들은 다니기가 정말 쉽지 않다"고 말했다.

낙동강정원 벚꽃축제를 맞아 사상구가 임시 화장실을 설치했지만, 단차가 높아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은 이용할 수 없다. 정혜린 기자낙동강정원 벚꽃축제를 맞아 사상구가 임시 화장실을 설치했지만, 단차가 높아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은 이용할 수 없다. 정혜린 기자 
이곳은 이미 3년 전부터 장애인 화장실이 없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당시 부산 사상구는 장애인 화장실을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예산을 편성했지만(관련기사 23.04.17 CBS노컷뉴스="화장실없어 지하철역까지" 장애인에게는 험난한 낙동강 꽃길), 낙동강유역환경청 승인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이곳 일대가 하천 범람을 예방하기 위한 제방이기 때문에 시설물을 설치할 수 없다는 이유로 장애인 화장실 설치를 승인하지 않았다. 낙동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법적으로 제방 관리가 강화됐고, 특히 화장실은 누수 등 문제로 제방 안전성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당시 안전상 이유로 미승인 결정이 났다"며 "새로운 시설물 설치는 어렵지만 기존 화장실을 리모델링하는 방안은 적극 검토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부산 사상구 낙동제방벚꽃길에 설치된 화장실 모습. 계단으로만 접근이 가능하다. 정혜린 기자부산 사상구 낙동제방벚꽃길에 설치된 화장실 모습. 계단으로만 접근이 가능하다. 정혜린 기자 
하지만 이미 제방길에는 비장애인 화장실이 설치돼 있어 낙동강유역환경청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 장애인 단체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인권 감수성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사상구장애인자립생활센터 노경수 센터장은 "지금도 제방길에 비장애인 화장실은 4개나 설치돼 있다. 이 화장실들도 똑같이 안전상 문제가 있는 데도 필요하다는 합의가 있어 만든 것"이라며 "그런데 장애인 화장실은 안전상의 이유로 단 한 곳도 설치가 안 된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낙동강유역환경청에서 미승인 결정이 난 게 3년 전이지만, 지금까지 아무런 진척이 없고 장애인이 화장실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은 달라진 게 없다"며 "지자체에서 지역 내 장애를 가진 소외계층에 대한 인권 감수성과 관심이 부족했다는 생각이 든다. 가장 기본적인 시설인 화장실이 없는 것은 단순한 불편의 문제가 아닌 장애인을 배제하는 차별"이라고 말했다.

0

0

실시간 랭킹 뉴스

오늘의 기자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