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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든 척 플레이?"…허술한 사건 종결, 성범죄 피해자들은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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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올해 10월부터 민생 범죄 수사는 사실상 경찰이 전담하게 된다. 형사사법제도 개편으로 민생 범죄 수사의 한 축을 맡았던 검찰이 수사권을 상실하고 공소청으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검찰을 대신할 중대범죄수사청은 부패·경제 등 6대 주요 범죄만 수사할 수 있다. 민생 범죄 피해자들이 고통을 호소할 곳이 줄어드는 셈이다. 특히 성범죄 피해자들은 두려운 마음으로 제도 개편을 마주하고 있다. 경찰이 타당하지 않은 이유로 사건을 종결할 때 성범죄 피해자들의 끝 모를 고통이 시작된다. 검사의 보완수사권이 이들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을지 짚어봤다.

[보완이 필요한 고통①]
석연찮은 이유로 불송치되는 성범죄 사건
술 취한 피해자 추행…"합의했다" 말 믿어
범행 다음날 신고했지만…"가해자 특정 못해"
피해자가 제출한 '핵심 범행 증거'는 외면
검찰 '보완수사'로 뒤늦게 드러난 범죄 피해

연합뉴스연합뉴스
▶ 글 싣는 순서
①"잠든 척 플레이?"…허술한 사건 종결, 성범죄 피해자들은 '고통'
(계속)
경찰에서 무혐의 판단을 받은 성범죄 사건이 검찰 단계에서 뒤집히는 사례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석연치 않은 이유로 피의자 주장에 신빙성을 부여한 수사 결론의 미흡한 점들이 추후에 포착되는 것이다. 검찰의 보완수사는 양측의 주장을 다각도로 검증하면서 피해 유무를 재차 확인하는 장치로 작용했다.

술 취한 피해자 강제추행…"잠든 척" 피의자 말만 들어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는 지난해 말 A씨를 준강제추행,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A씨는 술에 취해 잠든 피해자를 강제추행하고, 휴대전화로 신체를 촬영한 혐의를 받는다. 하지만 앞서 피해자의 고소장을 접수한 경찰은 수사 끝에 불송치 결정했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상호 합의가 있었고 피해자가 잠이 든 척 플레이하면서 촬영한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경찰은 이러한 A씨 진술을 거짓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보완수사에 나선 검찰은 A씨 진술의 신빙성을 따졌다. 검찰은 피해자의 요청을 받아들여 A씨와 대질 조사를 진행했다. 또 A씨 휴대전화를 분석해 피해자를 촬영한 영상이 추가로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영상의 메타데이터를 분석했고, 그 결과 A씨가 피해자를 강제추행하고 모두 10차례에 걸쳐 불법촬영한 혐의를 포착했다.

피해자가 '이름·나이' 말했지만…"피의자 특정 못해"

    대구지검 서부지청 형사2부는 지난해 11월 베트남 국적의 B씨를 강간치상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B씨는 같은 국적의 피해자를 상대로 성폭행을 시도하다가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다. 대구의 한 농업 현장에 베트남 국적 노동자를 소개하던 B씨는 일터에서 알게 된 피해자를 상대로 범행을 저질렀다.

피해자는 범행 다음 날 곧바로 경찰에 B씨를 신고했지만, 경찰은 약 4개월 만에 "가해자를 특정할 수 없다"며 피의자중지 결정했다. 피의자중지는 피의자 소재 파악이 불가능할 때 수사를 중단하는 절차다.

검찰은 "피해자 진술을 통해 B씨의 인적 사항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며 경찰에 시정 조치를 요구했다. 경찰은 뒤늦게 B씨를 체포했지만, '구금되면 자녀를 돌봐줄 사람이 없다'는 B씨 진술을 믿고 그를 석방했다.

경찰은 불구속 상태에서 B씨를 조사한 뒤 강제추행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보완수사를 통해 B씨가 성폭행을 시도한 정황을 확인했고, 법정형이 더 무거운 강간치상 혐의로 죄명을 바꿔 구속했다.

B씨가 구속되기까지 피해자는 1년간 공포에 떨어야 했다. 검찰 수사로 B씨 전 부인이 피해자에게 '고소를 취하하지 않으면 내 돈을 훔쳤다고 신고할 것'이라고 협박한 정황이 드러났다. 협박 이후 B씨가 자신의 지인 6명으로부터 '피해자와 연인 관계였다'는 내용의 사실확인서를 받아 검찰에 제출하기도 했다.

'범행 시인' 녹취 있는데도…피해자 진술 의심하며 불송치

대구지검 김천지청 형사2부는 지난해 C씨를 성폭력처벌법상 업무상위력에 의한 추행, 유사강간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C씨는 종업원인 피해자를 추행하고 유사강간을 시도한 혐의 등을 받았다.

피해자는 C씨가 범행을 시인하는 듯한 취지의 대화가 담긴 녹취 파일을 경찰에 제출했다. 하지만 경찰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부족하다며 사건을 불송치했다.

검찰은 피해자가 제출한 녹취 파일 분석과 양측에 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며 재수사를 요청했다. 하지만 경찰은 녹취 분석이나 추가 조사를 하지 않은 채 사건을 검찰로 송치했다.

검찰은 피해자 휴대전화에 대한 디지털포렌식을 진행하는 한편, 피해자 진술 분석을 대검찰청 법과학분석과에 의뢰했다. 대검은 피해자를 면담한 뒤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는 분석 결과를 수사팀에 회신했다.

결국 검찰은 C씨가 고용관계에 따른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그를 재판에 넘겼다.

이처럼 경찰에서 무혐의 판단을 받은 성범죄 사건이 검찰의 보완수사를 통해 바로잡히는 경우가 상당한 것으로 파악된다. 법조계에선 피해자와 피의자의 주장을 재차 검증하고 사안을 면밀하게 접근해야 하는 성범죄 특성상, 보완수사 같은 안전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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