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협회 제공중동에 담수화 플랜트 부품을 수출하는 A사는 최근 선사로부터 TEU당 2천 달러의 '긴급분쟁할증료'를 청구받았다. 평소 운임이 1500~2천 달러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갑자기 운임이 두 배 이상 폭등한 것이다. 심지어 선적 전 대기 중이던 물량에도 할증료가 부과됐다. A사 관계자는 "납기 일정을 맞추려면 할증료에 보험료 인상분까지도 선사가 요구하는 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산업용 플라스틱 자재를 생산하는 B사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화물이 계류하거나 UAE와 오만 등 인근 국가의 대체항에 강제 하역되면서 예상치 못한 내륙운송비와 보관료 부담에 직면해 있다. B사 관계자는 "하역된 화물을 어떻게든 운송하려면 내륙운송비를, 보관 또는 반송하려면 보관비나 반송비를 내야한다"며 "현지 운송을 하고자 해도 현지 항만 상황과 트럭킹 업체, 비용 등 정보가 깜깜이"라고 호소했다. 한국무역협회가 중동 사태 발발 이후 접수한 우리 수출입 기업들의 물류 애로 사례 중 일부다.
25일 무역협회는 "현재까지 총 193개사로부터 469건의 수출입 물류 애로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기업들이 토로한 주요 애로 사항은 '해상 운송 중단 등 운항 지연(129건)'과 '급격한 운임 상승 및 할증료 부과(117건)'로, 이 두 가지 사항이 전체의 절반을 넘었다.
특히 업황 부진으로 구조조정 중인 석유화학업계의 고충이 깊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원료인 나프타 수급이 막힌 데다가 유가까지 오르자, 업계는 원가 절감 방안을 다방면으로 모색 중이다.
국내 최대 석유화학 클러스터인 여수산업단지에 입주해 있는 C사는 현재 수출 물량 절반 이상을 인접한 광양항이 아닌 부산항을 통해 내보내고 있다. 부산항에서는 미주와 유럽, 중동 등으로 나가는 원양 노선이 70여 개나 있지만 광양항은 북미 3개와 유럽 1개, 인도 2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C사 물류 담당자는 "선사는 물량이 적어 광양항 증편이 어렵다고 하고, 화주는 노선이 부족해 가까운 광양항을 이용하지 못하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광양항 원양 노선이 늘어난다면 산단 내 기업들의 물류 효율화에 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지역경제에도 활기가 돌 것이라는 제언이다.
중동 사태 발발 직후인 지난 3일 '수출기업 물류애로 비상대책반'을 가동한 무역협회는 '내륙운송비·보관료·반송비 포함 물류비 지원 범위 확대'와 '기업 신용등급 기준 등 정책금융 지원 요건 한시적 완화' 등을 정부에 건의했다. 무역협회는 "물류 병목이 1개월 지속하면 해상 운임 인상 여파는 3개월가량 지속되는 만큼, 뒤늦게 피해를 본 기업이 지원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충분한 예산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석유화학업계 지원 방안으로 무역협회는 '전국 항만 내 위험물 무료 장치 기간 연장(3일→5일)'과 '선사의 광양항발 컨테이너 원양 노선 증편 유인을 위한 인센티브 예산 증액' 등을 요청했다.
한재완 물류서비스실장은 "주요 기업 사례를 종합한 결과, 부산항 대신 광양항을 이용하면 연간 약 840억 원을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생존을 위해 1원이라도 아껴야 하는 석유화학업계를 위해 광양항 활성화 등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무역협회는 정부와 협력해 중소기업 전용 선복 지원 사업의 조속한 재개 및 현지 대체항 운송 서비스 추진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