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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사태에 석유화학 '벼랑 끝'…"5월 '공산품 쇼크'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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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프타 가뭄에 석유화학 직격탄…자동차·조선·유통으로 확산 우려

나프타 가격 톤당 1068달러…일주일 만에 80% 급등
NCC 가동률 하락…'산업의 쌀' 에틸렌 수급도 차질
공산품 원가 상승 불가피…"하루하루 피 말라"
플라스틱 쓰는 유통업계까지 여파 확산 가능성

연합뉴스연합뉴스
중동 전쟁 여파로 나프타 비축량이 바닥을 보이면서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나프타분해시설(NCC) 가동률이 절반 가까이 떨어진 가운데, 다음 달 국내 석화 산업단지가 줄줄이 가동을 멈출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여기에 더해 플라스틱과 타이어 등 국내 제조업 전반으로 충격이 확산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나프타 수입 가뭄에 석화 업계 유탄…4월 셧다운 우려


22일 산업통상부 원자재가격정보에 따르면 나프타 주간 가격은 톤당 1068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한 주 전과 비교해 79.19%, 연초 대비 101.13% 오른 수치로, 최근 1년 내 최고치다. 이번 달 평균 가격은 톤당 914달러로, 올해 초 500달러대에서 2배 가까이 급등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중동산 나프타 수급이 막힌 여파다. 국내 수입 나프타의 약 54%가 이 해협을 통해 운반된다. 해협 봉쇄 전 마지막으로 통과한 일부 초대형 원유 운반선이 곧 국내에 도착할 예정이지만, 물량은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석유 제품의 일종인 나프타는 석화 산업의 핵심 기초 원료다. 나프타는 에틸렌 등으로 가공된 뒤 합성섬유와 고무, 플라스틱 등의 제품으로 제조된다. 에틸렌은 '산업의 쌀'로 불릴 정도로 산업 전반에서 중간재 역할을 한다. 에틸렌 수급까지 차질을 빚을 경우 자동차, 건설, 플라스틱 등 국내 제조업 전반으로 충격이 확산될 수 있다. 현재 에틸렌 가격도 톤당 1150달러까지 치솟은 상태다.

가뜩이나 업황 악화로 구조 개편이 진행 중인 석화 업계는 이번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석화 기업들은 NCC 가동률을 60%대까지 낮추고 있다. 생산을 감축하는 고육지책을 꺼내 든 것이다.

롯데케미칼은 85% 수준이던 대산·여수 공장 가동률을 최근 70%까지 낮춘 것으로 전해졌다. 여천NCC도 가동률을 기존 80% 수준에서 65%까지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화학 공장은 24시간 가동을 전제로 설계돼 있어 가동률이 내려갈수록 원가 부담이 커지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나프타 가뭄으로 다음 달 석화 업체들의 연쇄 셧다운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업계에서는 나프타 재고가 거의 바닥을 드러냈다고 보고 있다. 최대 석화 산업단지인 여수 산단은 이르면 다음 달 공장 가동을 중단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여천NCC는 지난 4일 고객사에 공급 불가항력을 선언하기도 했다.

한 석화 업계 관계자는 통화에서 "나프타는 통상 2주 치 정도를 보관하면서 그때그때 사용하는데, 이를 채울 수 없는 상황"이라며 "25일쯤부터 4월 첫째 주까지는 말 그대로 (나프타) 진공 상태"라고 설명했다.


자동차·조선·유통까지 쇼크 번지나…"하루하루 피 말라"

LG화학 여수 NCC(납사분해시설) 공장 전경. 연합뉴스LG화학 여수 NCC(납사분해시설) 공장 전경. 연합뉴스
나프타 공급 차질이 공산품 생산 쇼크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NCC로부터 에틸렌 등 기초 원료를 공급받아 제품을 생산하는 제조업체들은 원가 상승 부담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프라스틱공업협동조합연합회 채정묵 회장은 19일 국회에서 열린 석화업계 간담회에서 "전쟁 이후 톤당 20만원 수준의 가격 인상과 함께 공급 물량 조정이 이뤄졌고, 추가 인상과 공급 중단 가능성까지 통보받은 상황"이라며 "플라스틱 업계는 하루하루 피가 마르는 심경으로 석화 기업의 처분만 바라보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여천NCC 배용재 전무도 "에틸렌을 공급하는 업체로서 수출보다는 국내 플라스틱 업체 등에 전략적으로 판매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필요한 나프타 물량을 모두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이 같은 상황이 4~5월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은 최근 고객사인 자동차 부품사와 화학 소재 가공 업체에 고부가가치 제품인 아크릴로니트릴 부타디엔 스티렌(ABS) 공급 차질 가능성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동 사태 여파로 기존 계약을 이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고객사에 공급망 다변화 등 선제적 조치를 요청한 것이다. ABS는 자동차 내·외장재의 핵심 소재다.

이와 함께 조선 업계도 폴리우레탄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폴리우레탄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의 LNG 보관용 단열재로 쓰인다. 업계는 다음 달 초·중순쯤 재고가 소진돼 생산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고 있다.

포장재와 일회용품 업계도 원가 상승 압박을 받고 있다. 플라스틱 원료인 선형 저밀도 폴리에틸렌(LLDPE), 저밀도 폴리에틸렌(LDPE),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의 평균 단가는 최근 톤당 20만원씩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프라스틱공업협동조합연합회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한 37개사 중 92.1%에 달하는 기업이 원료 공급사로부터 가격 인상 통보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하는 식품·음료 업계와 택배용 비닐봉투 등을 사용하는 유통업계에도 여파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중동 사태 여파가 이어질 경우 5월에는 전반적인 공산품 쇼크를 체감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석화 업계 관계자는 "시차를 두고 공산품 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할 수 있다"며 "5월 정도가 되면 소비자들도 체감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여기에 더해 석화 업계는 유가 상승에 따른 이중고도 겪고 있다. 국제 유가 상승으로 생산비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산업연구원은 16일 '미국·이란 전쟁의 리스크 확산과 한국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국제 유가가 10% 상승할 경우 석유제품 업종의 생산비 증가폭이 가장 클 것으로 분석했다.

홍성욱 선임연구위원은 "주요 제조업 가운데 석유제품 산업의 생산비가 6.3%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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