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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바다' 오명 속 부산 택한 청년들…"문제는 일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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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으로 출장 왔다가 이주 결심
창업 꿈꾸며 수도권서 부산 내려오기도
청년 10명 중 8명 "부산 계속 거주 희망"
가장 큰 걸림돌은 일자리…산업 구조 변화 필요

부산의 공기업들이 밀집해있는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인근에서 시민들이 걷고 있다. 정혜린 기자 부산의 공기업들이 밀집해있는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인근에서 시민들이 걷고 있다. 정혜린 기자 
청년 인구 감소로 '노인과 바다'라는 뼈아픈 오명을 지우지 못하고 있는 부산이지만, 이 곳에 제 발로 들어와 새로운 삶의 궤적을 그리는 청년들이 있다. 이들에게 부산은 팍팍한 수도권 삶을 대체할 '기회의 땅'이자 정착지다.

그럼에도 이들 역시 부산 정착의 가장 큰 걸림돌로 '양질의 일자리 부재'를 지목한다. 형식적인 지원책을 넘어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근본적인 구조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하철이 이렇게 여유로워?"…출장서 '부산 살 결심'

수도권에서 평생을 살아온 박지희(28·여)씨는 지난해 9월 서울에서의 삶을 완전히 정리하고 부산으로 이사했다. 박씨가 처음 부산 이주를 꿈꾸게 된 건 지난 2023년 우연히 오게 된 계기는 7주간의 출장이었다. 부산에서 휴가가 아닌 일상을 보낸 박씨는 '지하철이 이렇게 여유로울 수 있다고?'라고 생각했다.

박지희씨는 "서울과 비교하면 어디를 가든 다 가깝고 크게 번잡하지 않아서 살기 좋다고 느꼈다. 밥값이나 집값 같은 생활 물가도 서울보다 훨씬 저렴해서 놀랐다"며 "'일자리만 있으면 부산처럼 살기 좋은 곳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산으로 이직을 계속 생각하다가 운 좋게 부산에 있는 공기업에 합격해 완전히 내려오게 됐다"고 말했다.

부산 정착 6개월차인 박씨는 부산이 팍팍한 서울살이에 지친 청년들에게 숨통 트이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한다. 박씨는 "서울에서 매일 느꼈던 이동 스트레스나 치열함, 경쟁의식이 훨씬 덜하다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수도권에서는 비싼 월세 때문에 좁고 열악한 집에서 살거나 몇 시간 동안 기차로 출퇴근하는 삶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그렇게 살아왔고 주변을 둘러봐도 다들 그렇게 살고 있으니까 다른 방식의 삶을 생각하기 어렵다"며 "부산에서 여행이 아닌 일하는 일상을 경험했기 때문에 '이런 삶도 있구나'라고 느낄 수 있었던 같다"고 털어놓았다.

사장님 꿈꾸며 돌아온 부산…"저렴한 물가 매력"

부산 해운대구 구남로 거리 일대에 시민들이 걸어가고 있다. 정혜린 기자부산 해운대구 구남로 거리 일대에 시민들이 걸어가고 있다. 정혜린 기자
새로운 꿈을 펼칠 곳으로 부산을 선택했던 청년도 있다. 평생을 수도권에 살았던 조찬영(28·남)씨는 스무살 한국해양대학교에 입학하면서 처음 부산으로 내려왔다. 졸업 이후 수도권으로 돌아갔다가 3년 만에 창업이라는 꿈을 안고 다시 부산행을 택했다.

조씨는 "처음엔 부산가면 치킨도 못 먹고 생선만 먹는 거 아니냐고 말할 정도로 수도권 밖에 대해 무지했다. 살아보니 있을 건 있으면서, 교통 체증도 서울에 비해 훨씬 적고 여유로운 느낌이라 좋았다. 부산의 정(情) 문화도 따뜻하게 느꼈다"며 "특히 물가가 저렴하다는 게 가장 큰 매력으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조씨는 졸업 후 경기도에서 공무원으로 근무하다 그만둔 뒤, 창업을 계획하며 지난 2024년 다시 부산으로 돌아왔다. 조씨는 "요식업 창업을 계획할 때 동업자와 단번에 부산으로 의견이 일치됐다. 서울에서는 도저히 가게와 집 임대료를 감당하기가 어렵고 경쟁도 너무 치열할 것 같았다"며 "부산은 내가 선택한 제2의 고향이기도 하고, 인구 수가 많으면서 임대료는 서울 절반 정도라 현실적으로 더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부산에 계속 살고 싶지만…" 그래도 떠나는 청년들

부산 서면, 부산국제금융센터 일대 모습. 박상희 기자부산 서면, 부산국제금융센터 일대 모습. 박상희 기자
나고 자란 부산에서 나이 들어가는 삶을 꿈꾸기도 한다. 평생을 부산에서 살아온 김도현(26·남)씨는 현재 부산에 있는 공기업을 목표로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김씨에게 부산은 떠나기 싫은, 계속 살고 싶은 도시다.

김씨는 "가족도 부산에 있고, 서울은 너무 번잡한데 비해 부산은 인구수도 적당하고 어느 정도 인프라도 형성 돼있어 살기 좋다고 생각한다"며 "서울을 경험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결국 가정을 꾸리고 정착해서 살아갈 곳은 부산이었으면 좋겠다. 주변에 보면 친구들도 70~80% 정도는 부산에서 계속 살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 최근 통계에서도 부산에서 일하고 싶다고 답한 청년은 무려 10명 중 8명 꼴이다. 부산시가 소득·신용 기반 인구 빅데이터 및 공식 통계를 분석한 결과, 지역 구직 청년(39세 이하)의 81.4%가 부산에서 일하기를 원했으며, 10명 중 8명은 부산에서 계속 살고 싶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부산에 살고 있는 청년 수는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현황에 따르면 부산의 내국인 청년(18세~39세)수는 지난 2016년 102만 1781명에서 매년 꾸준히 줄어들어 지난해 78만 5802명을 기록했다. 10년 만에 100만 명대에서 70만 명대로 급격하게 떨어진 것이다. 통계청 국내인구이동통계를 살펴보면 부산에서 다른 지역으로 떠난 청년 수를 보여주는 순이동자 수 역시 2020년 이후 5~7천 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부산에서 살고 싶다는 청년들의 목소리와 청년들이 부산을 떠나가는 모습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는 현실이다. 실제로 요식업 창업을 준비하던 조찬영씨는 부산 번화가마저 청년층과 소비 규모가 줄어드는 것을 체감하고 최근 계획하던 사업 방향을 다른 분야로 바꾸기도 했다.

"일자리 찾아 떠날 수밖에 없어"…부산에 기업 늘어야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인근에서 시민들이 걷고 있다. 정혜린 기자부산국제금융센터(BIFC) 인근에서 시민들이 걷고 있다. 정혜린 기자
청년들이 부산을 떠날 수밖에 없는 이유이자 부산 정착에 가장 절실한 요소로 이들은 한목소리로 일자리를 꼽았다. 김도현씨는 "취업을 준비하면서 부산에 지원할 수 있는 기업 자체가 적다는 것을 절실하게 체감하고 있다"며 "다른 인프라가 많다고 해도 밥 벌어먹고 살 수 있는 데가 없으면 나갈 수밖에 없다. 사기업을 준비하는 친구들은 서울로 올라가는 걸 당연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찬영씨 역시 "부산이라는 도시를 좋아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은 못 하는 이유는 일자리의 부재"라며 "청년들에게 일자리가 가장 중요한 문제인데, 현실적으로 부산에선 공기업에 다니거나 공무원이 아닌 이상 다른 지역으로 가는 게 맞다고 본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청년들은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도록 기업이 부산에 내려올 수 있는 환경과 구조가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입을 모은다. 일회적인 청년 지원정책이 아닌 전반적인 부산 산업 구조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조씨는 "형식적인 지원책보다 근본적으로 부산의 전체 산업 구조를 바꾸고 발전시켜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다만 강제적인 기업 이전보다 기업이 부산으로 이전할 수 있는 인프라나 환경 조성이 우선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지희씨는 "청년들은 가장 일을 해야 할 시기이기 때문에 일할 수 있는 자리가 어디에 있는지가 정말 중요하다. 공기업뿐 아니라 부산에 특화된 사기업들이 생긴다면 내려오고 싶은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며 "집값 등 이유로 서울을 떠나고 싶은 청년들도 분명 있다. 부산이 서울 다음 제2의 도시이기도 하고, 일자리만 있다면 청년들에게 서울을 대체할 수 있는 최적의 대안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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