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중동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미국의 관세 정책을 둘러싼 통상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한국 경제의 대외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국내 경제는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완만한 성장 흐름을 유지하고 있으나 건설 경기 부진이 이어지고 수출 증가가 일부 품목에 집중되는 등 구조적 취약성도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KDI는 12일 이런 내용이 담긴 'KDI 경제동향 3월호'를 발표했다.
KDI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국제유가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두바이유 가격은 올해 1월 평균 배럴당 62.0달러에서 2월 68.4달러로 오른 데 이어 3월 초에는 95달러 수준까지 급등했다. KDI는 유가 상승은 향후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을 높이는 한편 기업 생산비 부담과 건설 비용 상승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도 확대되는 모습이다. 미국의 관세 정책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수출 구조의 편중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2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29.0% 증가했고 일평균 기준으로도 49.4% 증가했다. 반도체 가격 상승 영향으로 정보통신산업(ICT) 수출이 크게 늘면서 1~2월 일평균 기준 ICT 수출은 110.3% 증가했다. 선박 수출도 14.5% 늘었다.
그러나 ICT와 선박을 제외한 품목의 수출은 같은 기간 일평균 기준 0.9% 증가에 그치며 부진한 흐름을 이어갔다.
KDI는 특히 고율 관세가 부과된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수출 감소세가 나타나는 등 통상 환경 변화의 영향이 일부 나타나고 있다고 봤다.
국제 금융시장도 최근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2월까지는 금리와 환율이 비교적 안정된 흐름을 보였으나 3월 들어 중동 전쟁 이후 금융시장 불안이 커졌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1월 말 3.14%에서 2월 말 3.04%로 하락했지만, 3월 10일 기준 3.28%까지 상승했다. 원·달러 환율도 올해 1월 말 1439.5원에서 2월 말 1439.7원에 이어 3월 10일 1469.2원으로 올랐다. 주식시장 역시 변동성이 확대되며 코스피 지수는 2월 말 6244.1에서 3월 10일 5532.6으로 하락했다.
KDI 제공대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지만, 최근 국내 경제는 전반적으로 완만한 성장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1월 전산업 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4.1% 증가했다. 다만 조업일수 증가 영향이 크게 작용하면서 계절 조정 기준 증가율은 0.5%로 전월(1.0%)보다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비스업 생산은 금융·보험(7.0%), 도소매(5.8%), 보건·사회복지(6.1%) 등을 중심으로 전년 동월 대비 4.4% 증가하며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
소비는 설 명절 이동 등 일시적 요인으로 변동을 보였지만, 완만한 개선 흐름을 유지했다. 1월 내구재 소비는 9.5%, 준내구재는 7.1% 증가했지만, 비내구재 소비는 -5.4% 감소했다. 이에 따라 소매판매 증가율은 0.1%로 전월(1.3%)보다 둔화됐다. 다만 계절 조정 기준으로는 전월 대비 2.3% 증가했다. 2월 소비자심리지수도 112.1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설비투자는 반도체 관련 투자를 중심으로 증가했다. 1월 설비투자는 전년 동월 대비 15.3% 증가했다. 반도체 제조 장비 투자가 전월 -10.4%에서 41.1%로 크게 반등했으며 운송장비 투자도 -19.8%에서 15.1%로 증가했다. 반면 일반 산업용 기계(-3.2%)와 전기·전자 기기(-6.6%) 등 반도체를 제외한 기계류 투자는 여전히 부진했다.
반면 건설업 부진은 심화되고 있다. 1월 건설기성은 전년 동월 대비 9.7% 감소해 전월(-5.5%)보다 감소폭이 확대됐다. 계절 조정 전월 대비로도 11.3% 감소했다. 특히 건축 부문 감소폭이 -11.8%로 크게 확대됐다. 반면 토목 부문은 -2.8%로 감소폭이 일부 축소됐다.
고용 여건은 큰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다. 1월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10만 8천 명 증가해 전월(16만 8천 명)보다 증가폭이 축소됐다. 특히 60세 이상 취업자 증가폭이 24만 1천 명에서 14만 1천 명으로 줄었다. 계절 조정 기준 경제활동참가율은 64.7%, 고용률은 62.8%로 전월과 유사했고, 실업률은 3.0%로 소폭 하락했다.
물가 상승세는 비교적 안정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2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0% 상승했다. 국제유가 하락세가 시차를 두고 반영돼 석유류 가격이 -2.4%로 하락하고 농산물 가격 상승세도 둔화되면서 상품 가격 상승폭은 1.2%로 축소됐다. 다만 여행 관련 서비스 가격 상승 영향으로 서비스 물가는 2.6% 상승했다.
KDI는 다만 중동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향후 물가 상승 압력이 확대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한국 경제의 향후 경기 흐름이 에너지 가격과 통상 환경, 국제 금융시장 변동성 등에 크게 영향받을 것이라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