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제공하청 노동조합이 자신의 노동 조건에 실질적인 권한을 가진 원청과 직접 교섭할 수 있는 길을 연 이른바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이 10일 시행에 들어간다.
고용노동부는 2조와 3조가 개정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 다음날부터 본격 시행된다고 9일 밝혔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공포된 이후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현장에 적용되는 개정 노조법은 원·하청 고용 구조 속에서 실질적인 권한을 쥔 원청과의 대화를 제도화해 노사 격차를 줄이고 갈등을 사전에 예방하는 데 방점을 뒀다.
이번 법 시행으로 산업 현장의 노사 관계에는 적지 않은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가장 핵심적인 변화는 노조법 2조 개정에 따른 원청의 '사용자성' 확대다. 앞으로는 하청 업체 소속 노동자라 할지라도, 원청이 해당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면 원청 역시 법적인 사용자로 인정받게 된다. 하청 노조가 진짜 사장인 원청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이 명확해졌다는 게 노동부의 설명이다.
노동쟁의의 대상과 노조 설립 요건도 폭넓어졌다. 기존에는 임금 등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사항으로만 국한됐던 쟁의 대상이 정리해고나 구조조정에 따른 배치전환 등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이나 명백한 단체협약 위반까지 확대됐다. 아울러 근로자가 아닌 자가 노조에 일부 포함되었다는 이유만으로 노조 설립 신고를 반려할 수 없도록 관련 조항을 삭제했다.
노조법 3조 개정을 통해서는 쟁의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 제도가 대폭 수정됐다. 앞으로 법원이 파업 등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할 때, 기존처럼 조합원 전체에게 '부진정연대책임(공동 책임)'을 묻는 방식은 제한된다.
대신 노조 내 지위와 역할, 파업 참여 경위, 손해 발생에 대한 관여 정도, 임금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조합원별로 책임 비율을 개별적으로 정해야 한다. 배상액 감면 청구권과 사용자의 책임 면제 규정도 신설되어 벼랑 끝 대치보다는 노사 간 원만한 분쟁 해결을 유도했다.
노동부는 법 시행 초기 산업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고 새로운 교섭 관행을 안착시키기 위해 행정력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법률 및 현장 전문가가 참여하는 정부 유권해석 자문기구인 '단체교섭 판단지원 위원회'를 가동한다. 위원회는 원·하청 관계에서 사용자성 인정 여부 등 실제 교섭에서 반복적으로 불거질 주요 쟁점에 대해 명확한 판단 기준과 방향성을 현장에 제시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이달 중 전국적인 설명회를 시작으로 상반기 내내 정기 세미나를 열어 기업과 노조의 이해도를 높인다. 일선 지방노동관서에는 전담반을 꾸려 쟁점 발생 가능성이 높은 사업장을 선제적으로 지도하고,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 시 교섭 단위 분리나 창구 단일화 등 절차적 사항을 충실히 안내해 합리적인 대화를 촉진할 계획이다. 공공부문 역시 노동계의 교섭 요구에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하며 선도적인 상생 노사관계 모델을 구축해 민간으로 확산시키는 마중물 역할을 수행한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개정법으로 갈등의 악순환이 끊어지고, 원·하청 노사 간 대화의 제도화로 신뢰가 회복된다면 '지속 가능한 진짜 성장'이 가능하다"며 "정부도 일관된 원칙과 지원으로 현장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며, 노사관계에서의 신뢰 자산이 형성되는 데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개정 노조법과 관련해 유권해석이나 위원회의 판단 지원이 필요한 노사는 노동포털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으로 신청하거나, 고용노동부 노사관계법제과로 서면(우편 또는 팩스) 접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