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의 9조 원대 대규모 투자 소식과 함께 전북 새만금 개발 사업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특히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산업단지 조성이 핵심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성공적인 기업 유치를 위해서는 파격적인 재생에너지 단가와 이를 뒷받침할 지역 중심의 상설 거버넌스 구축이 시급하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이 나왔다.
한국 RE100 위원회 진우삼 위원장과 순천향대 양광식 교수는 지난 6일 '전북CBS 라디오X'에 출연해 새만금이 글로벌 기업의 투자처로 자리 잡기 위한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했다.
진우삼 위원장은 기업의 투자 결정 기준이 단순히 '재생에너지가 많은 곳'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진 위원장은 "수도권에서도 전력 직접 구매를 통해 재생에너지를 쓸 수 있다"며 "기업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기를 구체적으로 얼마에 쓸 수 있느냐는 가격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새만금 내 재생에너지 공급 단가를 1kWh당 100원 이하로 낮출 수 있다"고 확언했다. 진 위원장은 "1MW 태양광 시설에 10억 원을 투자할 경우, 20년 감가상각비와 유지보수비, 부지 임대료를 합쳐도 원가는 60원 수준"이라며 "여기에 적정 이윤과 주민 지원금 등을 포함해도 100원 이하 공급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태양광 발전 단가가 높은 원인으로 인허가 과정의 프리미엄 매매와 민원 해결 비용 등 '간접비'를 꼽았다. 진 위원장은 "지방정부와 주민이 기업 유치를 위해 뜻을 모으고 거버넌스가 잘 작동해 매몰 비용을 없앤다면 시장 가격 자체를 크게 낮출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광식 교수는 이러한 갈등 관리와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법적 구속력을 갖춘 '상설 민관 협의체' 신설을 강하게 주문했다. 양 교수는 과거 경기도 시흥, 화성, 안산을 아우르는 '시화지구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사례를 들며 "지역 사회의 합의 없이는 중앙정부 위원회에 안건조차 올릴 수 없는 시스템을 20년 동안 운영한 경험을 새만금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국무총리실 산하에 새만금위원회가 있지만, 전문가 위주로 구성돼 지역의 목소리를 온전히 대변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지적했다. 양 교수는 "새만금을 둘러싼 3개 시·군과 시민사회, 지역 전문가가 중추가 되어 주요 갈등 현안을 치열하게 논의하고 합의를 이끌어내는 대정부 창구가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도출된 안을 새만금위원회에 올려 심의·의결하도록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두 전문가는 전북도의 수동적인 태도 변화도 촉구했다. 중앙정부나 새만금개발청이 그려주는 밑그림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주도적으로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양 교수는 "새만금을 둘러싼 3개 시·군의 합의를 전제로 전북도만의 고유한 밑그림을 먼저 그리고 정부에 관철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언급했다. 진 위원장 역시 "전북도가 구체적인 재생에너지 공급 가격과 조건을 세팅한 뒤, '우리는 이런 조건에 에너지를 공급해 주겠다'며 기업에 선제적으로 제안하는 전략을 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