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 짓는 필립 블랑 감독. 한국배구연맹남자 프로배구 2위 현대캐피탈의 필립 블랑 감독이 선두 추격에 대해 재치 있는 태도를 보였다. 1위 대한항공의 부진을 내심 바라면서도, 지나친 긴장을 경계하듯 "텔레비전을 보지 않겠다"라는 농담을 던지며 심리적 여유를 드러냈다.
현대캐피탈은 5일 경기도 의정부의 경민대체육관에서 열린 진에어 2025-2026 V-리그 남자부 6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KB손해보험은 세트 스코어 3-0(25-20 26-24 25-21)으로 완파했다. 21승 12패 승점 65를 쌓은 현대캐피탈은 한 경기를 덜 치른 1위 대한항공(승점 66)과의 격차를 승점 1로 바짝 좁혔다.
1세트는 범실을 무려 10개 쏟아내고도 막강한 화력을 앞세워 잡아냈다. 블랑 감독은 "오늘 중요한 상황마다 점수를 잘 가져온 것 같다"며 "1세트는 사이드 공격이 잘 이뤄졌고, 2세트는 그러지 않은 상황에서도 조직력으로 이겨냈다. 매우 흥미로운 경기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2, 3세트는 모두 짜릿한 역전승이었다. 블랑 감독은 "2세트 유효 블로킹 이후 반격 상황을 잘 만들었다. 모두 세트 초반 리시브가 흔들렸고, 지고 있는 상황이 많았다"며 "하지만 블로킹으로 공격 활로를 찾았다. 특히 블로킹 7개를 잡아낸 김진영이 정말 잘했다"고 칭찬했다.
이날 현대캐피탈은 높이 싸움에서 KB손보를 압도했다. 팀 블로킹에서 14개로 KB손보(7개)보다 2배 앞선 가운데, 김진영이 7개로 절반을 책임졌다.
김진영의 활약에 대해 블랑 감독은 "블로킹 움직임이 많이 성장했다. 팔을 빨리 넣는 동작이 좋아졌더라"며 "서브도 강하지만 꾸준함이 없었는데, 오늘은 범실 없이 잘했다. 공격만 보완하면 더 좋은 선수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기 중 어깨 통증을 호소한 세터 황승빈의 몸 상태는 큰 문제가 없는 듯하다. 블랑 감독은 "심리적으로 매우 놀랐을 텐데, 물리적으로는 괜찮다"고 설명했다. 경기 후 황승빈과 나눈 깊은 대화에 대해서는 "사이드 아웃 분배는 잘했지만, 더 나은 의사결정과 판단이 있었을 거라 했다. 그걸 가져갔을 때 확실하게 실행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필립 블랑 현대캐피탈 감독. 한국배구연맹블랑 감독은 경기 전 선두 경쟁에 대해 "지금은 우리 경기력에 집중해야 한다. 반대로 대한항공이 기복 있는 모습을 보이면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오는 6일 펼쳐질 경기에서 내심 우리카드가 대한항공을 잡아주기 바랄 터. 이에 블랑 감독은 "텔레비전을 보지 않을 것 같다. 전해지는 소식을 통해서 확인하겠다"며 웃었다.
이어 "항상 모두에게 일어날 수 있는 불의의 일격이 있지만, 그걸 전적으로 기대할 수는 없다"면서도 "대한항공을 상대하는 팀을 응원하는 수밖에 없다. 어떤 목표나 결과물이 손에 쥐어지는 걸 선호하지만, 지금은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은 지켜보는 것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