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재 법원행정처장. 연합뉴스더불어민주당이 '사법개혁 3법(법왜곡죄·재판소원제·대법관 증원)' 입법을 강행하는 가운데, 박영재(사법연수원 22기)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이 27일 행정처장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지난달 천대엽 전임 처장 후임으로 임명된 지 40여일 만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박 처장은 이날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법원행정처장은 전국 각급 법원의 사법행정을 총괄하고 국회 등 대외 업무도 담당하는 역할을 맡는다.
박 처장은 사퇴 배경에 대해 "최근 여러 상황과 법원 안팎의 논의 등을 종합해볼 때 제가 물러나는 것이 국민과 사법부를 위해 도움이 될 것으로 보여 처장직을 내려놓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사법부가 많은 어려움을 겪는 시점에 물러나게 돼 여러모로 송구스럽다"며 "부디 현재 진행되는 사법제도 개편 관련 논의가 국민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이뤄지길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사법부의 지속적으로 우려를 전했지만 전날 법왜곡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이날 재판소원법도 처리가 임박하자 박 처장이 책임을 지고 사퇴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박영재 법원행정처장. 연합뉴스
앞서 박 처장은 국회에 출석해 여당에서 추진 중인 사법개혁 법안에 대해선 위헌 우려가 있어 공론화가 필요하다며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 25일에는 전국법원장회의 임시회의를 긴급 소집해 사법개혁 3법 입법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박 처장은 사법개혁 3법에 대해 "헌법 질서와 국민의 권리를 수호하는 법원의 본질적 역할과 기능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뿐 아니라, 법원을 통해 권리를 구제받으려는 국민들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법률안에 대한 숙의 과정에서 재판을 직접 담당하는 사법부의 의견이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 처장은 지난해 5월 파기환송 판결이 내려진 이재명 당시 대통령 후보의 공직선거법 상고심 때 전원합의체 회부 전에 사건 주심을 맡기도 했다. 이에 처장직 임명 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민주당 강성 의원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다.
박 처장은 행정처 기획총괄심의관과 기획조정실장에 이어 차장을 역임하고 2024년 8월 대법관으로 임명됐다. 지난달 13일 천대엽 전임 처장 후임으로 처장직에 임명됐다.
조 대법원장이 박 처장의 사퇴 의사를 받아들이면 박 처장은 다시 대법관 재판 업무에 복귀하게 되고, 조 대법원장은 다른 대법관 중에서 신임 법원행정처장을 임명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