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니 태극기 게양. 경남도청 제공 경남도청에 135년 전의 역사가 내걸렸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태극기 중 하나이자 국가유산 보물(제2140호)로 지정된 '데니 태극기'가 대형 현수막 형태로 재연됐다.
도는 제107주년 3·1절을 맞아 도청 본관 외벽에 데니 태극기를 게양했다고 26일 밝혔다.
데니 태극기의 원본은 현재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크기는 세로 182.5cm, 가로 262cm로 국내에 현존하는 옛 태극기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다.
우리나라가 국기를 처음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1882년 9월이며, 이듬해인 1883년 3월 6일 고종이 전국에 공식 선포했다. 이후 초기 국기들의 실물이 대부분 사라진 상황에서, 데니 태극기는 국기 제정 초창기의 역사를 오롯이 담고 있는 거의 유일한 유물로 꼽힌다.
이 태극기가 특별한 것은 단순히 오래됐기 때문만이 아니다. 역사적 무게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고종이 대한제국의 자주독립 외교를 도왔던 미국인 외교 고문 오언 니커슨 데니(Owen Nickerson Denny·1838~1900)에게 1890년 하사한 유물이다.
그는 1886년 조선과 프랑스 간 통상조약 협상에서 조선이 불리한 조건에 서명하지 않도록 힘썼고, 1888년에는 '중국과 한국(China and Corea)'이라는 저술을 통해 "조선은 청에 속한다"는 속방론을 국제법 논거로 정면 비판했다. 조선이 청의 속국이 아닌 자주 독립국임을 세계에 공표한 선언이다.
데니가 미국으로 가져간 태극기는 가족들이 대를 이어 간직했다. 이후 1981년 기증을 통해 90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왔다.
데니 태극기. 국가유산청 제공
데니 태극기는 청색·홍색 태극과 청색 4괘를 바탕천을 오려내 태극 문양이 뒤집혀 박음질하는 등 독특한 제작 기법이 담겨 있어 사료적 가치가 뛰어나다. 또, 국기봉을 매달았던 끈이 오른쪽에 남아 있는 것도 특징이다. 당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글을 쓰던 전통 습관과 관련된 것으로 해석된다.
2008년 국가등록문화재 제382호로 지정된 데니 태극기는 2021년 10월 보물 제2140호로 승격됐다.
도는 대한제국이 국제사회에서 자주 독립국으로 서고자 했던 노력의 증거물이자, 강대국의 압박 속에서도 자기 목소리를 냈던 역사의 기록이라는 점에서, 3·1운동 정신과 결을 같이한다는 보고 데니 태극기를 게양했다.
데니 태극기는 다음 달 3일까지 게양된다. 도는 이 기간 도내 전역에 태극가 달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