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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망 없는 '지방의원' 권력…반복되는 비리, 해법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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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김경 전 서울시의원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김 전 시의원은 지방선거를 앞둔 2022년 1월 서울 용산의 한 호텔에서 공천 대가로 무소속 강선우 의원에게 1억원을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김 전 시의원은 가족회사를 차려 서울시의 사업을 수주하는 등 자신의 영향력을 이용해 이권사업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김 전 시의원에게 제기된 이같은 의혹은 개인적인 일탈이 아니라 지방의회 곳곳에서 발견되는 구조적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CBS노컷뉴스는 지방의회의 부패범죄 실태와 그 구조적 문제, 해법 등을 모색하는 기사를 두 차례에 걸쳐 싣는다.

김경 전 서울시의원 수의계약 몰아주기 의혹
경기 ITS·인천 전자칠판…지방의원 비리 백태
예산·감사 권한→'갑의 권력'으로 변질
지방의회 견제할 감시기구는 사실상 부재
전문가 "통제·공천 구조 전면 개혁 필요"

서울시의회 본회의장. 연합뉴스서울시의회 본회의장. 연합뉴스
▶ 글 싣는 순서
①지방의회 비리, 김경 전 서울시의원은 빙산의 일각
②감시망 없는 '지방의원' 권력…반복되는 비리, 해법 없나
(끝)

지방의원들이 의정권한을 무기로 수의계약을 몰아주거나 뇌물을 받아 챙기는 등 '권력형 비리'가 되풀이되면서, 제대로 견제받지 않는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지방의원은 조례입법권과 예산심의권, 행정감사권을 손에 쥔 채 지자체를 좌우할 수 있는 반면, 이들을 통제할 감시망은 없어 사실상 '갑'의 위치로 변질돼 부당한 이권 개입으로 번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갑의 권력'으로 변질된 예산 배정·감사·심의 권한

11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도 ITS(지능형교통체계) 사업 관련 뇌물 비리는 지방의원들의 '예산 배정' 권한이 어떻게 범행에 악용될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사건에서 경기도의원 3명과 화성시의원 1명은 2023년 초부터 지난해까지 ITS 업자로부터 "경기도 '특별조정교부금(특조금)'을 우선순위로 배정받을 수 있도록 요청해 달라"는 취지의 청탁을 받고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됐다.
 
특조금은 지역 현안 사업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재원이다. 업자 입장에서는 예산을 따낸 순간 사업 수주 가능성이 열리는 만큼, 지방의원은 그 통로에 영향력을 행사할 위치에 서게 된다. 실제 일부 지역에는 특조금이 배정됐고, 업자는 이를 통해 ITS 사업을 따내 이익을 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날 수원지법 안산지원(제2형사부, 박지영 부장판사)은 ITS 뇌물 등 혐의로 이들 전·현직 도·시의원들에게 징역형(최대 10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지방의회와 공공기관의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한 행위"라고 판시했다.
 
인천지역에서 불거진 전자칠판 납품 비리 의혹사건은 지방의원이 가진 '감사·심의' 권한의 압박력, 즉 '갑'의 영향력이 작동한 사례다.
 
인천시의원 2명은 2022년 말부터 2024년 초까지 학교 전자칠판 사업과 관련해 특정 업체의 납품을 돕고 그 대가로 금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방의원이 학교 물품을 직접 구매하거나 납품을 결정하는 권한은 없다. 하지만 교육위원회 소속이라는 지위는 교육청과 학교 현장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예산 심의는 물론, 행정사무감사와 현안 질의 등을 통해 불이익을 줄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복수의 지자체 관계자들은 "의원들 심기를 건드리면 부서 예산을 대폭 삭감하거나 행정감사에서 곤욕을 치를 수 있다"며 "간혹 특정 업체나 개인적 요청도 있지만 우린 '을'이기 때문에 거절하기도 어렵다"고 털어놨다.
 

지방에선 막강 권력인데도…감시망 없는 '지방의회'

연합뉴스연합뉴스
지방의원은 결재권만 없을 뿐 행정을 흔들 수 있는 위치에 있다. 하지만 이런 권력 행사를 상시적으로 들여다볼 제도는 지방의회에 전무하다. 지방의회에는 독립적인 감사기구가 없고, 집행부 감사기구 역시 의원들을 직접 조사할 수 없다.
 
ITS 비리 사건을 수사한 경찰 관계자는 "도의원들에게 뇌물을 전달한 업자가 다른 사건으로 붙잡혀 자금 흐름을 추적한 덕분에 이번 사건을 수사할 수 있었다"며 "만약 업자가 붙잡히지 않았다면 ITS 비리 사건은 '완전범죄'로 끝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정당국의 수사 이외에 지방의원들을 제재할 방법이 없는 셈이다.

유일한 수단인 의회 내 윤리위원회마저도 동료 의원 중심으로 구성돼 실효성 논란이 반복돼 왔다. 징계 역시 사후적·형식적 조치에 그치는 경우가 다반사다. '제 식구 감싸기'에 그친다.
 
실제 경기도의회에서는 성희롱·품위유지 의무 위반 의혹이 제기된 의원에 대해 윤리위가 경고나 당원권 정지 등 의원직 유지가 가능한 수준의 처분에 그쳐 '솜방망이 징계' 논란이 일었다.
 
인천 지역에서도 업무추진비 사용이나 이해충돌 의혹이 제기된 시·구의원들이 주의·경고 처분에 그치며 내부 징계가 사실상 면죄부 역할을 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전문가·시민단체 "통제기구 신설·공천 구조 개혁 필요"

전문가들은 지방의원 비리가 반복되는 근본 원인으로 작동하지 않는 통제 구조를 지목한다.
 
금창호 한국정책분석연구원은 "지방의회 기능의 독립성을 이유로 의원들을 상시적으로 점검·통제할 기구를 두기 어려운 현실이 이어져 왔다"며 "그 결과 지방의회는 무방비 상태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정 성과뿐 아니라 예산·사업 개입 여부 등 세분화된 항목을 기준으로 의정활동을 주기적으로 점검·기록하는 별도 '평가기구' 설치가 시급하다"며 "모니터링이 쌓이면 감시 기능을 할 수 있고, 문제가 있는 의원의 재출마를 막을 명분도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민사회는 보다 근본적인 공천 구조 개혁을 주문한다.
 
김송원 인천경실련 사무처장은 "지방의회는 스스로 감시할 기능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했고, 윤리위원회는 제 식구 감싸기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며 "공천헌금을 줘야 하는 구조 속에서 비용 부담이 생기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이권에 개입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겸직 금지가 논의되는 이유도 이해충돌 때문인데, 현재는 신고제로 운영돼 당사자가 보고하지 않으면 제한하기 어렵고 가족·친지 명의로 우회하면 걸러내기 쉽지 않다"며 "현역 의원을 배제한 공천심사와 공천 과정의 전면 공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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