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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위협 뒤 '에너지 청구서' 내미는 美…원전 협력 나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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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에너지 투자 요구에 한국, 원전 사업 카드로 협력 가능성

트럼프, 11월 중간선거 앞두고 조기 투자 압박
일본, 정상회담 전 자금 투입 가능성…한국 압박 수위↑
미국의 에너지 투자 요구에 한국, 원전 사업 제시 전해져
"원전은 자금 집행 시점 조절 가능한 대안 카드"

조현 외교부 장관(왼쪽)과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이 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외교장관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조현 외교부 장관(왼쪽)과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이 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외교장관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인상을 압박하는 가운데, 미국이 구체적인 에너지 투자 프로젝트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국회가 대미투자특별법 처리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미국이 '청구서'부터 들이밀면서 조기 투자 압박이 거세지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우리 정부가 미국 측에 원전 사업 투자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꽉 막혔던 협상이 긍정적 기류로 전환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트럼프, 11월 중간선거 전 투자 유치 압박↑…서두르는 日

7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물밑에서 외교·산업·통상 라인을 통해 미국의 관세 인상 저지를 위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앞서 김정관 산업부 장관과 조현 외교부 장관,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잇따라 방미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얻지는 못했다.

이런 가운데 미 행정부가 관세 인상 내용을 관보에 게재하는 절차를 실제로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관보가 게재되더라도 실제 관세 인상 시점 전까지 최대한 유예 기간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다. 여 본부장은 5일 귀국 당시 "미국 관보에 관세 인상 조치가 게재되더라도, 인상 시점이 즉시인지 1~2개월의 유예 기간이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이 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주미한국대사관에서 방미 결과를 설명하는 간담회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조현 외교부 장관이 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주미한국대사관에서 방미 결과를 설명하는 간담회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이에 우리 국회도 최근 대미투자특별법 처리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미국 측은 최대한 빠른 '조기 투자'를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조 장관은 5일(현지시간) 워싱턴 주미대사관에서 열린 한국 특파원단 간담회에서,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이 당시 회담 시작 전 "통상 관련 공약 이행과 관련해 미 측 내부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상황을 솔직히 공유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한국 국회의 대미투자특별법 처리가 지연되고 있는 데 대해 노골적인 불편함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미국의 이 같은 압박 배경에 11월 중간선거가 있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가 좁아진 상황에서, 중간선거 전 가시적인 투자 성과를 제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일정에 따르면 한국은 특별법 처리 이후 3분기 내 실질적인 투자까지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일본은 이미 6조~7조엔 규모의 1차 대미 투자 프로젝트를 구체화하며 속도를 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의 전날 보도에 따르면 일본은 AI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용 가스 발전 시설을 핵심으로 한 3개 인프라 사업을 1호 프로젝트로 추진 중으로, 한국과 EU보다 앞서 미국의 요구에 응답하는 모양새다.

특히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미국 백악관 방문이 다음 달 19일로 조율되고 있는 만큼, 그 이전에 1차 프로젝트와 관련한 자금 투입 또는 구체적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미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미·일 프로젝트가 정상회담을 계기로 가시화될 경우, 우리 정부를 향한 미국의 조기 투자 압박 역시 한층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韓, 원전 카드 제시…"투자 시기는 신중히 설득해야"

연합뉴스연합뉴스
관건은 투자 분야다. 미국 측이 대미 투자 1호 프로젝트로 에너지 분야를 특정해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인공지능(AI) 확산과 제조업 재도약 정책을 추진하면서 막대한 전력 공급이 필요한 상황이다. 여기에 기존 전력망 노후화 문제도 겹쳐 있다. 이에 김 장관은 이번 방미 기간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을 별도로 만나, 에너지·자원 분야 실무 협의 채널 개설에 합의하기도 했다.

미국이 구체적으로 어떤 에너지 투자를 원하는지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기존에 대미 에너지 투자 분야로 거론됐던 알래스카 개발 사업 역시 사업성이 낮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런 가운데 우리 정부가 미국 측에 원전 사업 투자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원전이 새로운 협상 카드로 부상할지 주목된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이후 '원전 르네상스'를 선언하며 2030년까지 신규 원전 10기 건설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나아가 원전 300기를 증설해 2050년까지 원자력 발전량을 4배로 늘리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 역시 지난해 12월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미국은 전력 생산을 위해 거대한 원자력 기반시설이 필요하다"며 "일본과 한국이 투자하는 수천억 달러로 이를 만들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산업부는 원전 협상과 관련해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원전이 한미 양국에 상호 호혜적인 카드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은 원전 분야에서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낮아, 한국이 조성하는 투자 자금의 상당 부분이 한국 기업 수혜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 원전 건설 이후 유지·보수 과정에서도 우리 기업의 지속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한국무역협회 장상식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통화에서 "원전은 자금이 즉시 투입되는 구조가 아니다 보니, 한미 합의 이후에도 실제 자금 집행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며 "이 점이 우리 정부로서는 협상 카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인 투자 이행 시기를 놓고는 미국을 정교하게 설득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통상 전문가는 "사실상 반년 안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각종 절차와 사회적 합의, 당시 환율 상황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단계별 투자 계획을 제시하되, 그 과정에서 미국을 치밀하게 설득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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