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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리스'에 속은 동탄 상가 분양자들…"내가 '김부장' 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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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정 수익 보장 내세운 마스터리스 분양
임대료 두 달 만에 끊기며 수분양자 피해 속출
공실 확대 속 '무료 인테리어'까지 내건 무리수
시행사 파산 뒤 계약 해지 둘러싼 책임 공방
수분양자 "신탁사가 해지 주체"…신탁사는 선 긋기

경기 화성시 동탄신도시 동탄그랑파사쥬. 이준석 기자경기 화성시 동탄신도시 동탄그랑파사쥬. 이준석 기자
"드라마에서 나오는 '김부장'이 내가 될 줄은 몰랐죠. 이자 내는 날만 다가오면 무서워요."

A(30대·여)씨는 2020년 8월 지인의 권유로 경기 화성시 동탄신도시 상업시설 '동탄 그랑파사쥬' 5층에 위치한 전용면적 20㎡ 규모 상가를 2억8천만원에 분양받았다. 상가가 준공되기 전이라 A씨가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5층 도면이 전부였지만, 시행사가 제시한 '마스터리스' 조건만 믿고 분양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마스터리스는 시행사나 운영사가 상가 전체를 장기간 임차한 뒤 이를 다시 재임대하는 방식으로, 수분양자는 상가의 실제 임대 여부와 관계없이 약정된 임대료를 지급받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공실에 따른 위험은 시행사 또는 운영사가 부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A씨가 체결한 계약에서도 시행사는 개별 임차인과 임대차 계약을 맺어 5년간 매달 96만원의 임대료를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상가가 임대되지 않더라도 시행사가 임대료를 보전해준다는 조건이 포함됐다.

2022년 12월 상가 준공 이후 5층에는 골프연습장이 들어섰지만, 약속된 임대료가 정상적으로 지급된 기간은 불과 두 달에 그쳤다. 이후 임대료는 전혀 들어오지 않거나 월 9만원에서 40만원 수준으로 들쭉날쭉하게 지급됐다.

골프연습장마저 2년 만에 문을 닫자 A씨는 자체적으로 임차인을 구하려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골프연습장이 시설을 원상복구하지 않은 채 철수했고, 도면으로만 봤던 본인 소유의 호실이 정확히 어디인지 특정하기 어려운 구조였기 때문이다.

A씨는 "상가를 분양받으면 더 이상 아등바등 살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현실은 전혀 달랐다"며 "오히려 상가를 분양받은 뒤에는 이자를 내기 위해 부업까지 하고 있다"고 울먹였다.

상가 임대돼도 임대료는 미지급…왜?

동탄그랑파사쥬 5층에 골프연습장이 사용하던 물건들이 방치돼 있다. 이준석 기자동탄그랑파사쥬 5층에 골프연습장이 사용하던 물건들이 방치돼 있다. 이준석 기자
상가가 실제로 임대된 수분양자들도 피해를 입기는 마찬가지였다. B(50대·여)씨는 본인과 남편 명의로 총 31억원을 들여 그랑파사쥬 1층 상가 두 곳을 분양받았다. 시행사와 마스터리스 계약을 맺고 매달 1천만원의 임대료를 5년간 지급받기로 약정했다.

하지만 준공 이후 정상적으로 임대료가 지급된 기간은 역시 두 달 남짓에 불과했다. 이후 임대료는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다.

특히 B씨의 상가는 임차인이 실제로 사용 중이었음에도 임대료 지급은 이뤄지지 않았다. 임차인이 매달 납부한 임대료는 임대차 계약의 주체인 시행사 통장으로 그대로 입금됐고, 시행사는 해당 임대료 중 일부만을 B씨에게 지급했기 때문이다.

이에 의문을 품은 B씨는 시행사가 임대되지 않은 상가의 임대료를 자체적으로 보전하지 않고, 임대가 이뤄진 상가에서 발생한 임대료를 수분양자들에게 N분의 1로 나눠 지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B씨는 "내 소유 상가에서 발생한 수익조차 제대로 가져가지 못하는 구조가 어디 있느냐"며 "마스터리스 계약만 맺지 않았으면 이 정도 손해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남편과 내 월급을 모두 모아도 이자조차 낼 수 없어 그동안 모아둔 재산을 처분하고 있다"며 "남편의 얼굴도 제대로 못 보고 매일을 죄인처럼 살고 있다"고 토로했다.

'마스터리스' 내건 시행사…무리한 운영 끝에 파산

동탄그랑파사쥬 호실 곳곳에 임대 전단지가 붙어있다. 이준석 기자동탄그랑파사쥬 호실 곳곳에 임대 전단지가 붙어있다. 이준석 기자
28일 CBS 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그랑파사쥬는 동탄 호수공원과 인접한 지상 6층짜리 대규모 상업시설로, 연면적은 약 8만 8천㎡에 달한다. 2019년 무렵 분양을 시작했으며, 전체 811개 호실 가운데 약 160호실을 마스터리스 방식으로 분양했다.

시행사는 동탄 호수공원 인접 입지를 앞세워, 주변 상가보다 30%에서 많게는 3배 이상 높은 가격에 분양을 진행했다. 안정적인 임대 수익을 원하는 투자 수요를 겨냥해 마스터리스 조건을 핵심 분양 포인트로 내세웠다.

그러나 분양 이후 100여 호실이 미분양 상태로 남았고, 준공 이후에도 임차인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면서 공실이 점차 늘어나는 상황이 이어졌다.

시행사는 약 160여 명과 마스터리스 계약을 체결한 상태에서 미분양과 공실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각종 유인책을 내놓았다. 업종에 맞게 내부 인테리어를 무료로 제공하겠다는 조건까지 제시하며 임차인 유치에 나섰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비용 부담이 급격히 커졌고, 임대 수익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손실이 누적됐다. 결국 시행사는 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2025년 9월 파산했다.

수분양자들 '분양 계약 해지' 요청…신탁사는 "시행사가 책임져야"

    
시행사가 파산하면서 마스터리스 계약에 따른 임대료 지급은 사실상 중단됐다. 수분양자들은 "시행사가 사라진 상황에서 계약 관계를 정리할 수 있는 주체는 신탁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수분양자들의 근거는 분양 계약 구조다. 분양 당시 계약 주체가 시행사뿐 아니라 신탁사와 시공사까지 포함돼 있었고, 시행사 파산 이후 분양 계약 해지 절차를 진행할 수 있는 주체가 사실상 신탁사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또 수분양자들이 제시한 분양 계약서에는 시행사가 분양 당시 내세운 마스터리스 조건이 신탁사와 시공사의 동의를 거쳐야 한다는 취지의 내용이 포함됐다.

수분양자들은 "시행사의 파산관재인 보고서를 보면 신탁사는 분양 당시 마스터리스 계약에 동의했다"며 "그렇다면 시행사가 파산해 마스터리스를 이행하지 못한 책임은 신탁사에게도 있으니 분양 계약을 해지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신탁사 측은 마스터리스 계약과는 무관하다며 분양 계약 해지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신탁사 관계자는 "수분양자들이 마스터리스 계약을 맺은 주체는 시행사"라며 "신탁사는 마스터리스 계약의 당사자가 아닌 제3자로, 계약 이행 여부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분양 계약 해지를 신탁사가 책임져야 하는지 역시 법원이 판단할 사안"이라며 "현재로서는 법적 절차에 따라 대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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