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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왜 스스로를 묶으려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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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스스로 손발을 묶는다는 말이다. 일상 생활에 널리 쓰이는 계언(戒言)이지만 스스로를 이런 상황으로 몰아넣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국에 대한 관세 재인상 발언을 놓고 야당이 주장하는 바가 자승자박이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국민의힘은 한미 간 관세 협상 공동설명자료(joint fact sheet)에 대해 국회 비준 동의를 받으라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가 관세 재인상을 불쑥 꺼낸 것은 한국 정부가 국회 비준 동의를 거부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 여당은 설명자료가 조약이 아닌 강제성 없는 '양해각서'인만큼 국회 비준 동의 대상이 아니라고 반대하고 있다. 대신 '대미투자특별법'을 처리해 달라고 국회에 요구하고 있다.
 
우선 조약이 아니기에 국회 비준 동의가 필요하지 않다는 정부 입장은 다분히 형식 논리적이다. 총 500조원이 넘는 거액을 미국에 투자하는만큼 국회 통제를 받는게 헌법 정신에 부합한다. 정부는 예산이 아닌 기업 투자와 외환보유고 운용 수익, 국책은행 채권 발행 등으로 대미 투자금을 마련하기 때문에 재정 부담은 없고, 따라서 비준 동의 대상이 아니라고 재차 말한다.

하지만 환율 안정과 국내 일자리 창출 등에 쓰여야 할 외환 운용 수익과 기업 투자가 미국으로 빠져 나가면 그 부담은 온전히 국민 몫이 된다. 재정으로 하든 다른 주머니로 하든 국민 부담이 되긴 마찬가지다. 결국 대미 투자에 대한 국회의 통제는 건너뛸 수 없다.
 
조현 외교부 장관이 28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한국에 대한 관세 인상 발언과 관련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조현 외교부 장관이 28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한국에 대한 관세 인상 발언과 관련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럼에도 국회 비준 동의가 우려스러운 이유는 자승자박으로 국익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준 동의안은 국회를 일단 통과하면 바꾸기 힘들다. 한미 양국이 각각 비준한 내용은 상호 준수 의무가 생기기 때문이다.
 
반면 대미투자특별법은 국내법이어서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상황 변화에 따라 우리가 개정할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폐지할 수도 있다. 비준 동의보다 훨씬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는 셈이다.
 
이런 사정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도 의회 비준 대신 '행정명령' 형식으로 한미 관세 협상 결과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은 손발을 자유롭게 쓰며 공격하는데 우리는 왜 스스로를 묶으려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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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비준 동의가 사태를 빠르게 수습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관련 산업 영향 평가 등을 거쳐야 하기에 비준 동의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대미투자특별법은 이미 두 달 전 법안이 국회에 제출돼 관련 상임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특별법을 신속처리한다고 해도 서둘러서는 안된다. 다음 달 미국 대법원이 트럼프 상호 관세에 대한 위헌 여부를 판결할 때까지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이미 하급심에서 위헌 판결을 받아 대법원에서도 그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판결 전부터 자승자박할 필요는 없다.
 
여야 정치권은 상대를 흠집 내 선거에 이기기 위한 정치 셈법이 아니라 국익과 실익의 관점에서 한미 관세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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