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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검찰' 공정위, 시정조치 패소 뒤엔 왜 말이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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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이후 시정조치 소송 일부 승소·패소 비율 30% 넘어
과징금 환급만 1200억 원대…법원 판단과 공개 정보 괴리
'경제 검찰' 위상 속 책임 있는 정보 공개 필요성 대두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모습. 황진환 기자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모습. 황진환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정책 기능 분리 등 조직 개편을 통해 이른바 '경제 검찰'로서의 역할을 강화하는 가운데, 공정위의 시정조치(시정권고·시정명령·과징금 부과)에 반발하는 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그럼에도 공정위는 소송에서 패소해 시정조치 내용이 변경되거나 취소되더라도 이를 알리거나 기존 공개 자료를 수정하지 않고 있다. 변화된 공정위의 위상에 걸맞은 보다 신중한 법리검토와 함께 책임감 있는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정위 시정조치 24.4% 소송…일부 승소·패소 비율 30%↑

 
14일 공정위가 발간한 2024년도 통계연보를 보면 2024년 공정위가 내린 시정조치 254건 가운데 62건에 대해 소송이 제기돼 시정조치 대비 소송 비율은 24.4%에 달했다. 공정위 시정조치 4건 중 1건꼴로 소송이 제기된 셈이다.

시정조치 대비 소송 비율이 처음으로 20%를 넘어선 2014년 이후, 2015년과 2023년을 제외한 모든 해에서 소송 비율은 20%를 웃돌았다. 특히 2022년과 2021년 소송 비율은 각각 28.3%와 27.6%로 역대 1·2위를 기록했다.

2001년 이후 공정위가 시정조치 관련 소송에서 완전 승소한 비율은 60%에 미치지 못했다. 시정조치의 일부 내용이 변경되거나 취소된 '일부 승소·패소' 비율은 30%를 넘는다.

2024년 시정조치에 대한 이의신청 제기율 역시 254건 중 34건으로 13.4%를 기록하며, 2016년과 2001년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을 보였다.

공정위의 대표적 시정조치인 과징금은 그동안 패소 판결 등으로 여러 차례 도마 위에 올랐다. 공정위는 지난해 네이버의 쇼핑 알고리즘 조작 의혹 제재 관련 소송과 호반건설의 총수 자녀 일감 몰아주기 의혹 제재 관련 소송에서 잇따라 일부 패소했다.

공정위가 2024년 행정소송에서 패소해 환급한 과징금은 1230억 원에 육박했다. 계열사를 부당 지원했다며 SPC그룹에 약 647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으나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서울고법이 현대제철이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등 취소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공정위, 패소·변경 결과는 비공개…승소 판결만 알린다



이처럼 법원에서 공정위 시정조치와 관련한 과징금 산정이나 일부 처분의 적법성을 문제 삼는 판결이 이어지고 있지만, 공정위는 이 결과를 체계적으로 알리지 않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재판 결과가 언론에 보도되기를 기대하거나 스스로 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는 공정위가 2023년까지는 자신들의 손을 들어준 법원 판결이 나올 경우, 확정 판결이 아니더라도 내용을 공개해 왔던 것과 대비된다.

공정위가 홈페이지를 통해 최근 10년 동안 공개한 소송 결과 가운데 패소한 사례는 없었다. 과거 일부 사건에서 재판 결과를 토대로 과징금 재산정 사실을 알리거나, 서울고법에서 패소했지만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겠다고 공지했던 사례와 비교해도 소극적인 대응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공정위는 매년 2월과 7월 전년도 및 상반기 소송 동향을 발표하고 있지만, 일부 승소 확정 판결이나 승소 선고 위주로만 공개하고 있을 뿐 패소 사례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제공하지 않고 있다. 매년 5월 발표되는 공정위 통계연보 역시 소송 접수 건수와 처리 현황, 소 제기율 등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아울러 소송을 통해 과징금 액수나 일부 시정명령이 취소·변경되는 경우에도, 공정위는 최초 시정조치 내용을 별도로 수정하거나 보완해 알리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사법부 판단이 반영되지 않은 초기 시정조치만 남게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위가 시정조치 결과를 사후에 공지하거나 수정해야 할 법적 의무가 명시적으로 규정돼 있는 것은 아니다. 행정처분의 적법성은 사법부 판단을 통해 확정되는 구조인 만큼, 소송 결과를 이유로 행정기관에 별도의 정정·공지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현행 제도상 자연스럽지 않다는 반론도 가능하다. 공정위의 시정조치는 행정 단계에서 이뤄진 판단이며, 그 법적 평가는 법원 판결을 통해 확인되는 것이 원칙이라는 점에서다.

이 같은 제도적 공백과 관련해 공정위는 별도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다만 내부적으로는 대응 필요성에 대한 인식도 일부 나타나고 있다. 공정위 한 관계자는 "시정조치가 달라지거나 취소된 사실을 알려야 한다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다"며 "관련 기업은 물론 아니라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할 때 어떤 방식의 대응이 가능할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공정위의 위상과 역할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보다 신중한 법리 검토와 함께 책임 있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도권의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민 상당수가 공정위의 시정조치를 확정된 사실로 받아들이는 현실을 고려할 때 소송을 통해 결론이 달라진 경우 이를 알리려는 최소한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단기적으로는 공정위에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신뢰도를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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