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2일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내란·외환·반란 범죄 등의 형사절차에 관한 특례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진행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국민의힘 장동혁 당대표와 한동훈 전 대표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손 잡을 수 있다는 일종의 연대설이 보수야권에서 제기됐다. 한 전 대표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끝낸 장 대표에게 "노고 많으셨다"고 치하하면서다.
그러나 한 전 대표를 향한 징계에 이미 칼을 빼든 상황과 각각의 지지기반, 리더십 스타일 등을 고려하면 연대가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회의적 전망이 당내에도 많다. 외려 회의론 부상으로 계파 내 반발이 터져 나오면서 관계는 더 틀어지는 모양새다.
①뇌관은 당원게시판 당무감사
연대를 꾀하기 어렵게 할 최대 장벽은 아무래도 당원게시판 논란에 대한 감사가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재임 중이던 지난해 9~11월 국민의힘 당원게시판에 한동훈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쓰는 계정으로 윤 전 대통령 부부를 비방하는 글이 대거 올라온 의혹에 대해 조만간 결론을 내릴 전망이다. 얼마 전 중간조사 결과 발표에서 한 전 대표 가족과 동명(同名)인 당원들이 논란의 게시물들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고, 소속 선거구상 실제 한 전 대표 가족일 가능성이 높다는 내용이 알려졌다.
앞서 장동혁 대표가 '해당(害黨)행위를 좌시하지 않겠다'며 이 사안에 대한 당무감사를 전당대회 공약으로 제시했던 만큼 감사 결과는 계파 간 갈등 폭발의 뇌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서 두 사람 간 급작스러운 해빙 모드가 연출되기 어렵다고 관측하는 이유다.
한 영남권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 자체가 오히려 '마이웨이' 선언이었다고 본다"며 "그가 말하는 변화도 스스로가 아닌 당(黨)에 방점이 찍혀 있지 않나"라고 했다. 그는 그 근거로 장 대표가 필리버스터에서도 '계엄은 내란이 아니었다'는 요지의 주장을 고수했다는 점을 제시했다.
특히 장 대표의 지지기반인 강성 당원들의 상당수가 한 전 대표 축출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는 점도 무시하기 어렵다. 이와 관련, 한 수도권 초선 의원은 "한동훈과 손 잡다간 장동혁까지 자리가 위태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장 대표가 최근 임명한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도 페이스북을 통해 "한동훈에게 당한 피해자는 국민의힘 당원들과 보수 지지층"이라면서 "당게 사태를 처벌하는 것은 당원과 지지층의 절대적 명령이고 보수재건을 위한 최소한의 선결과제"라고 강조했다.
친한(親한동훈)계에서도 신지호 전 의원이 "아무리 급해도 바늘허리에 실을 묶을 수는 없다"며 감사 결과의 조속한 발표를 요구했다. "연내 공개를 하지 않는다면, 당게 이슈는 실체가 없는 음모론이었다는 반증이 될 것"이라면서다.
②친한계서도 "동지? 원론적 개념"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인근 쪽문에서 12·3 비상계엄 1년을 맞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연대론을 부추긴 건 '한동훈의 복심'으로 불리는 한지아 의원의 이른바 '동지' 발언이었다.
한지아 의원은 25일 SBS 인터뷰에서 장 대표의 필리버스터에 한 전 대표 입장을 두고 "동지가 되자는 의미 아닐까"라며 연대설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복수의 친한계 인사들은 이같은 해석에 손사래를 쳤다. 과도한 의미부여가 부담스럽다는 취지다.
친한계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한지아 의원이 친한계를 대표한다고 볼 수는 없는 거 아니겠나"라며 "공개적인 칭찬은 정치적 포석보다 인간적 도리로 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른 초선 의원은 "서로 생각이 달라도 (한 전 대표가) 인정할 것은 인정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당 지도부는 한 전 대표가 법무장관 시절 관여했던 '론스타' 소송이 승소했을 때 입을 닫았지만, 반대로 한 전 대표는 '통 큰 모습'을 보였다고 주장하면서다. 이 의원은 "그걸 꼭 우리(한동훈계)가 손을 내밀면서 굽히고 들어가는 느낌으로 표현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친한계 핵심으로 꼽히는 한 원외 인사도 "동지가 되자는 것은 원론적 개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잘라 말했다.
③장동혁 "연대 논하긴 시기상조"
연대설을 불편하게 여기는 건 지도부도 마찬가지다.
장 대표 측에선 한 전 대표를 장 대표의 연대 상대로 거론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정당이 다른 개혁신당과의 연대설이면 모를까, 여전히 국민의힘 울타리 안에 있는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게 뭐가 있느냐는 취지다.
지도부 관계자는 "사실 여하를 떠나 '장동혁-이준석 연대설'은 (시나리오로) 납득이 되지만 '장동혁-한동훈 연대설'은 어불성설"이라며 "전자는 당대표고 후자는 당원 아닌가. 당원게시판 감사도 그런 역학관계로 바라볼 사안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장 대표도 26일 기자들이 연대설 관련 입장을 묻자 "지금은 구체적인 연대를 논하기엔 시기상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연대를 논하기보다는 국민의힘이 바뀌고 강해져야 할 시기"라고 덧붙였다.
앞서 한때 한솥밥을 먹은 장 대표와 한 전 대표는 12·3 비상계엄 이후 윤 전 대통령 탄핵 관련 이견으로 갈라섰다. 장 대표는 반탄(탄핵 반대)파의 지지를 업고 당권을 쥔 이래, 계엄 옹호성 입장을 견지하며 친한계와 반목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