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성탄의 기쁨을 이 시대 고통받는 이웃들과 함께 나누기 위해 거리로 나선 교회도 있습니다.
서울 도심 곳곳, 위로와 연대가 필요한 곳에서 캐럴이 울려 퍼졌습니다.
장세인 기자가 보도합니다.
향린교회 성도들이 24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 지혜복 교사 농성장을 찾아 성탄 새벽송을 부르고 있다. 장세인 기자[기자]
기쁜 성탄을 차가운 거리에서 보내는 이들이 있습니다.
부당 전보와 해임에 맞서 싸우고 있는 공익제보자 지혜복 교사의 투쟁 현장.
향린교회 성도들은 연약한 자들의 친구로 오신 예수를 노래하며 연대의 뜻을 전했습니다.
[현장음]
"가난한 사람들 친구였네"학교 내 성폭력 사건을 신고했다가 해임된 뒤, 거리로 나선 지 705일째.
교회는 함께하겠다는 뜻을 담아 투쟁 후원금을 전달했습니다.
[녹취] 강성윤 / 향린교회
"이 차가운 도시 곳곳에 작고 낮고 외롭고 연약한 곳을 비추는 별빛이 지금 이곳의 하늘에서도 빛나는 모습을 저희는 봅니다."지혜복 교사는 오랜 싸움 속에서도 어려운 순간마다 곁을 지켜준 성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녹취] 지혜복 교사
"(예수는) 가장 보잘 것 없는 자, 가난한 자, 어려운 자 곁에 계셨던 누구보다도 평등이란 가치를 실천하셨던 구세주셨고 만약 지금 우리 곁에 계신다면 우리가 계속 광장에서 외쳤던 평등의 세상, 여기에 함께 하는 그런 동지처럼 느껴지지 않았을까…"성탄의 기쁨을 나누기 위해 나선 교인들은 이어서 이태원 참사 분향소 '별들의 집'을 방문했습니다.
159명의 아이들을 떠나보낸 가족들에게 함께 아파하고, 함께 고통 받았던 예수의 위로를 전했습니다.
[현장음]
"어두운 뒷골목에 숨죽이던 흐느낌도"성도들과 유가족들은 별이 된 아이들의 이름을 다시 한 번 가슴에 새겼습니다.
[녹취] 송해진 위원장 / 이태원 참사 유가족 운영위
"지난해에도 그렇고 올해도 그렇고 어김없이 이렇게 찾아와주셔서 저희 유가족들은 항상 기억하고 있고요."
십여 년째 성탄 새벽송을 이어오고 있는 향린교회는 집집마다 새벽을 깨우던 전통 대신 고통 받는 현장을 직접 찾고 있습니다.
가장 낮은 곳으로 오신 예수의 탄생 의미를 오늘의 한국사회 속에서 다시 전하기 위해섭니다.
[인터뷰] 한문덕 목사 / 향린교회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신 이유는 하늘의 높은 그런 자리를 버리시고 정말 가장 낮고 천한 곳으로 가장 고통당하는 현장으로 오신 거란 말이죠. 향린교회는 여전히 성탄의 이 기쁨을 누릴 수 없는 오히려 고통과 아픔이 있는 그런 분들을 찾아다니는 것으로써 가장 예수님의 뜻을 잘 따르는 새벽송이 아닐까."
24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앞에서 열린 2025 4.16 기억약속문화제 내일 '거룩한 밤, 기억할 밤'. 장세인 기자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시민들도 유가족들과 함께하며 성탄의 온기를 더했습니다.
[인터뷰] 김태은 (20) / 경기도 성남시
"크리스마스에 따뜻하게 지내셔야 할 분들은 이런 참사를 겪으신 유가족 분들이나 피해자 분들인데 요즘 같은 사회에서는 자기랑 가까운 사람들부터 챙기느라 그런 연대의 마음이 조금 부족한 것 같아서…"축제가 아닌 연대의 방식으로 성탄을 맞이하는 사람들.
거리에서 울려 퍼진 캐럴은 예수 탄생을 축하하는 기쁨의 노래이자, 아직 끝나지 않은 고통의 현장을 잊지 않겠다는 약속이었습니다.
CBS뉴스 장세인입니다.
[영상기자 최내호] [영상편집 서원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