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덮인 덕구온천 노천탕. 울진군 제공차가운 겨울은 여행자를 솔직하게 만든다. 화려함보다 따뜻함을, 빠름보다 머무름을 원하게 된다.
한 해의 끝과 새해의 시작이 맞닿은 계절, 경북 울진은 그런 마음에 가장 먼저 응답하는 곳이다. 온천의 온기, 동해의 일출, 겨울 바다의 미식이 차분하게 어우러진 울진의 겨울은 서두르지 않아 더욱 깊다.
울진 여행의 하루는 온천에서 시작해도 좋다.
백암온천은 오래된 온천 마을 특유의 고요함이 매력이다. 알칼리성 온천수에 몸을 담그면 피부가 부드러워지고, 겨울의 긴장이 천천히 풀린다.
덕구온천은 또 다른 풍경을 선사한다. 구내 유일의 자연 용출 온천으로 계곡 사이로 김이 오르는 노천탕에서 바라보는 겨울 숲은 그 자체로 한 장의 풍경화다. 눈 내린 날이라면 온천의 따뜻함은 더욱 선명해진다.
해가 떠오르는 울진 앞바다. 울진군 제공
몸이 풀리면 시선은 자연스레 바다로 향한다.
울진의 해안선은 동해 일출을 가장 담담하게 보여준다. 월송정과 망양정, 등기산 스카이워크, 은어다리까지.
새해 첫 아침, 수평선 위로 떠오르는 해는 요란하지 않다. 붉은빛이 바다 위로 천천히 번지고, 파도는 조용히 호흡한다. 그 순간, 지난 한 해의 무게는 가볍게 내려놓고 새해의 바람은 조용히 마음에 새겨진다.
울진 대게. 울진군 제공겨울 울진을 완성하는 것은 결국 맛이다.
차가운 바다에서 건져 올린 대게는 살이 꽉 찼다. 담백하지만 깊은 단맛은 겨울이 아니면 온전히 느낄 수 없다. 여기에 곰치국 한 그릇이 더해진다. 얼큰하면서도 시원한 국물은 바다의 겨울을 그대로 담아낸다. 현지인들이 겨울마다 찾는 이유를 단번에 알게 된다.
올해 울진 여행이 한층 가까워진 것도 반가운 변화다.
동해선 개통에 이어 12월 30일부터 KTX 운행이 시작되면서 울진은 더 이상 먼 동해안이 아니다. 접근성이 좋아진 만큼, 스쳐 지나가는 여행보다 하룻밤 머물며 온천과 바다, 식탁을 차분히 즐기는 여행이 가능해졌다.
온천의 온기, 일출의 감동, 겨울 바다의 미식.
울진의 겨울은 무엇 하나 과하지 않다. 한 해를 정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길목에서, 울진은 조용히 손을 내민다. 잠시 쉬어가도 좋다고, 천천히 시작해도 괜찮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