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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속으로 줄인다던 정책, 또 죽음 불렀다"… 故 뚜안 추모 기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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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청년 뚜안 씨 사망, 진상규명 요구 확산
"할당량 채우는 토끼몰이식 합동단속 중단해야"





정부가 미등록 이주민을 대상으로 합동단속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단속을 피해 숨던 베트남 출신 스물다섯 살 청년 뚜안이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정부가 미등록 이주민을 대상으로 합동단속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단속을 피해 숨던 베트남 출신 스물다섯 살 청년 뚜안이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정부가 미등록 이주민을 대상으로 합동단속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단속을 피해 숨던 베트남 출신 스물다섯 살 청년이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2023년부터 정부가 내세워 온 '불법체류 감축' 정책이 죽음으로 이어졌다는 비판이 커지는 가운데, 시민사회와 기독교계는 강제 단속 방식 전면 재검토와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대책위 조사 발표 "할당량 채우는 토끼몰이식 단속이 죽음 불렀다"

 
23일 서울 중구 전국금속노동조합 회의실에서 열린 故 뚜안 사망 진상조사 중간보고회. 故 뚜안 사망사건 진상규명과 강제단속 중단을 위한 대구경북공동대책위원회 진상조사단 및 법률지원팀 제공23일 서울 중구 전국금속노동조합 회의실에서 열린 故 뚜안 사망 진상조사 중간보고회. 故 뚜안 사망사건 진상규명과 강제단속 중단을 위한 대구경북공동대책위원회 진상조사단 및 법률지원팀 제공
정부가 뚜안 씨 사망 이후에도 공식적인 사과나 충분한 설명을 내놓지 않자 '고 뚜안 사망사건 진상규명과 강제단속 중단을 위한 대구경북지역 대책위원회'가 꾸려졌다. 대책위는 23일 뚜안 사망 진상조사 중간발표회에서 이주노동자 검거 할당량을 채우기 위한 '토끼몰이식' 단속이 이번 사고의 배경이라고 지적했다.
 
대책위는 이러한 단속 방식 뒤에는 윤석열 정부가 2023년부터 추진해 온 '불법체류 감축 5개년 계획(2023~2027)'이 있다고 주장했다. 2023년 41만명이던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2027년까지 20만명대로 줄이겠다는 목표 아래 각 출입국 사무소에 단속 할당량이 내려졌고, 이 할당량을 채우기 위한 집중단속 과정에서 사고 위험이 커졌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실제로 뚜안 씨 사망 한달 전쯤인 지난 9월, 불법체류 감축계획의 일환으로 2차 정부합동단속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APEC 2025 KOREA'의 성공적인 개최를 지원한다는 명분 아래, 경주 지역을 중심으로 체류 질서 확립을 위한 집중단속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10월 28일, 대구 성서공단의 한 제조업체에 출입국 단속반이 갑작스럽게 들이닥쳤고, 현장에 있던 이주노동자들은 단속을 피해 공장 곳곳에 몸을 숨겼다. 이 과정에서 베트남 출신 청년 뚜안 씨는 약 5층 높이에서 3시간가량 숨어 있다가 추락해 숨졌다. 대책위는 "대구출입국, 법무부, 대통령 누구도 딸을 잃은 유족들에게 단 한마디의 사과도 없었다"며 "오직 적법한 절차를 지켰고 뚜안 님의 사망은 출입국 단속과는 상관없다는 해괴한 말만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합법 체류'였지만…숨어야 했던 청년

 
뚜안 씨는 계명대학교 무역·통상학과를 졸업한 뒤 구직비자(D-10)로 한국에 체류 중인 합법 체류자였다. 구직비자는 법무부에서 글로벌 고급인력 유치방안의 일환으로 교수, 연구, 기술지도, 전문직업 등 자격에 해당하는 분야에 취업할 수 있도록 일정기간 연수나 구직활동을 허용하는 제도로, 제조업과 농축산업 등 일부 업종에서의 취업은 제한된다.
 
뚜안 씨는 대학원 진학을 위해 학비를 벌어야 했고, 전공과 연계된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노동시장 현실 속에서 해당 제조업체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한국의 체류 제도 속에서 체류는 합법이나 서류미비 이주노동을 하는 불법이 발생했고, 뚜안 씨는 단속을 피해 몸을 숨길 수밖에 없었다. 대책위는 "불법 취업으로 내몰 수밖에 없는 구조 자체가 한국의 이주·체류 정책이 낳은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리스도인들 "죽음 반복돼선 안돼"

 지난 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농성장에서는 '고(故) 뚜안 님을 추모하며 동행하는 그리스도인 기도회'가 열렸다. 장세인 기자지난 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농성장에서는 '고(故) 뚜안 님을 추모하며 동행하는 그리스도인 기도회'가 열렸다. 장세인 기자
대책위가 대구경북지역에 이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농성을 이어가자 기독교계에서도 연대의 마음을 모았다. 지난 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농성장에서는 '고(故) 뚜안 님을 추모하며 동행하는 그리스도인 기도회'가 열렸다.
 
추운 날씨에도 기도회에 참석한 이들은 "정부가 생명보다 단속 실적을 앞세우는 정책을 멈춰야 한다"며 고인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상 규명과 책임 있는 사과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강제 단속 중심의 정책을 중단하고 생명과 존엄을 우선하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헌주 경북북부이주노동자센터 소장은 "공식 집계만으로도 단속 과정에서 숨진 이주민이 35명에 이른다"며 "뚜안은 36번째 희생자"라고 말했다. 이어 "유가족은 '우리 딸이 잘못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한국 사람들이 목소리 내줘 고맙다'고 말했다"며 연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목회하는 정진우 서울디아스포라교회 담임목사는 "뚜안은 K팝을 좋아하고 올리브영을 즐겨 찾던 평범하고 아름다운 청년이었다"며 "시민의 힘으로 대통령을 탄핵했던 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이 지금은 너무 초라하고 부끄럽다"고 말했다. 이어 "적어도 국민주권 정부라면 과거 정부와 달라야 한다"며 "새 정책, 새 질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정 목사는 또 성경 속 '나인성 과부의 아들' 이야기를 언급하며 "그때나 지금이나 죽어가는 이들은 사회적 약자"라면서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 이주노동자 등 약자의 억울한 죽음을 고발하는 것이 성경의 이야기이고 예수의 역할이었다"고 강조했다.
 

"필요로 하면서도 배제하는 이주정책의 모순"

 
기도회에 참석한 권현우 한베평화재단 사무처장은 "현실에는 뚜안 씨와 같은 학생들이 많다"며 이주민 정책의 모순을 지적했다. 장세인 기자기도회에 참석한 권현우 한베평화재단 사무처장은 "현실에는 뚜안 씨와 같은 학생들이 많다"며 이주민 정책의 모순을 지적했다. 장세인 기자
이주민 정책 전반의 모순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기도회에 참석한 권현우 한베평화재단 사무처장은 "정부는 외국인 유학생을 적극 유치하면서도 졸업 이후 이들의 취업을 지원하는 정책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며 "단속과 배제로만 이주민을 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날 기도회에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박승렬 총무와 향린교회 관계자들도 참석해 대책위원회에 연대의 뜻을 전하며 지원금을 전달했다. 대책위는 23일 저녁 서울출입국 세종로출장소 앞에서 투쟁 문화제를 여는 등 시민사회와 연대해 행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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