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산업단지 DL케미칼 공장. 연합뉴스정부가 나프타크래킹센터(NCC) 설비 감축안 제출 데드라인을 연내로 못 박은 가운데 주요 석유화학사들은 설비 폐쇄 및 통폐합 논의를 마무리 짓는 분위기다.
다만 여천NCC 대주주인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은 구체적인 감축안을 놓고 막판까지 실랑이를 벌이면서 내심 산업통상부의 결단을 기다리는 눈치다.
대산·여수 산단은 마무리했지만…
1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석유화학사들은 이날까지 산업부 요구에 맞춰 감축안을 내겠다는 취지로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는 석유화학사들과 다음주 중 간담회를 가질 것으로도 전해졌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월 '선(先) 자구노력, 후(後) 정부지원' 방침을 밝히며 NCC 설비 감축 목표를 제시했다.
정부는 주요 석유화학사들이 전체 최대 370만톤 규모의 NCC 설비 감축을 목표로 연말까지 3개 석화 산단을 망라하는 사업 재편 계획을 제출하면, 진정성을 따져 종합대책을 마련해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장 먼저 물꼬를 튼 곳은 대산 산업단지다.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은 지난달 산업부에 롯데케미칼 대산 공장을 물적 분할한 뒤 HD현대케미칼과 합병하는 방식의 사업재편계획 승인을 요청했다. 이번 재편이 승인되면
롯데케미칼 대산 공장은 폐쇄 절차를 밟게 된다.
여수 산단에서는
LG화학과 GS칼텍스가 설비 통합을 전제로 한 합작법인(JV) 설립에 뜻을 모았다. 양사는 LG화학의 노후 설비인 여수 제1공장(120만톤)을 폐쇄하고, 비교적 최신 시설인 제2공장을 공동 운영하는 방안을 두고 세부 사항을 조율 중이다.
산업부 압박에도…한화·DL 막판까지 진통
DL케미칼 제공
사실상
마지막날까지 협의에 진통을 겪는 곳은 여천NCC다. 공동 대주주인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은 최근 원료 공급 계약 타결로 3공장(47만톤) 폐쇄안이 급물살을 타는 듯 했지만, 하공정을 둘러싼 양사의 구조적인 차이 때문에 교착 상태가 풀리지 않고 있다.
DL케미칼은 1·2공장(각 90만톤) 중 한 곳을 폐쇄하고 싶어 하지만, 한화로서는 원료 수급망이 붕괴될 수 있는 만큼 수용하기 어려운 상태다.
한화솔루션은 여천NCC에서 받은 에틸렌을 자사 제품의 핵심 원료로 쓰기 때문에 1·2 공장 중 하나라도 문을 닫으면 원료 수급망이 끊길 수 있다. 반면 DL케미칼은 만성 적자인 범용 에틸렌 생산을 줄이는 대신 남은 설비를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재편하고 싶은 기색이 역력하다. 에틸렌은 공정이 단순해 단가가 상대적으로 낮다.
울산에서는 에쓰오일(S-OIL)의 초대형 증설 사업인 '샤힌 프로젝트' 때문에 막판까지 협의가 이어지고 있다. SK지오센트릭 공장(66만톤) 폐쇄 등이 대안으로 제시됐지만 내년에 180만톤 규모의 증산을 앞둔 에쓰오일의 감산 의지가 희박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일괄 폐쇄 대신 샤힌 프로젝트의 진행 과정을 지켜보면서 물량을 조절하는 단계적 감산이 해법으로 거론되고 있다.
한편 김 장관은 다음주 초 석유화학사 CEO들과 만나 구조조정 확정안과 지원 방안 등을 놓고 최종 논의할 방침이다. 산업부는 연내 자구안을 제출하지 못할 경우 정부 지원 대상에서 전면 배제한다는 원칙적인 기조를 고수하고 있다.
김 장관은 지난달에도
"시한을 맞추지 못한 기업들은 정부 지원에서 제외되고 향후 대내외 위기에 대해 각자도생해야 할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드러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