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 연합뉴스 '라임 사태' 관련 정치권 로비 의혹의 당사자들이 1심에서 줄줄이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검찰의 부실 기소가 도마에 올랐다. 각기 다른 1심 재판부는 검찰이 금품을 받았다고 본 더불어민주당의 기동민 전 의원, 이수진 의원 등에 이어 금품을 건넸다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까지 모두 무죄라고 봤다. 김 전 회장 사건 항소 여부 결정부터 일부 인사에 대해서만 항소한 금품 수수 사건 2심 공소유지까지 검찰의 고심이 깊어질 전망이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2단독 서영우 판사는 17일 불법 정치자금을 건넨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를 받는 김 전 회장 1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이 사건의 골자는 지난 2019년 1조6천억원대 대규모 환매 중단이 발생한 라임운용자산 사건의 핵심 주범인 김 전 회장이 정치권에 금품을 건네며 전방위 로비를 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김 전 회장이 20대 총선 직전인 2016년 전후로 기 전 의원, 이 의원,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 김모 전 민주당 예비후보에 등 4명에 대해 인허가 로비 등의 명목으로 총 1억6천만 원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건넸다는 혐의다. 검찰은 기 전 의원에게는 정치자금 1억 원과 200만 원 상당의 양복, 이 의원과 김 전 장관에게는 정치자금 500만 원, 김 전 예비후보에게는 5천만 원이 전해졌다고 봤다.
그런데 이날 재판부는 김 전 회장 무죄 판단의 핵심 근거로 이 사건 증거들의 신빙성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검찰이 핵심 증거로 제시한 김 전 회장의 진술과 수첩 등의 내용이 여러 차례 뒤바뀌는 등 신뢰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진술 외 공소사실을 뒷받침할 만한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증거가 제출되지 않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전 의원(왼쪽부터)·이수진 의원·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 연합뉴스 특히 재판부는 금품을 받았다는 4명에 대한 1심 선고 결과도 무죄 이유를 설명하며 거론했다. 지난 9월 같은 법원 형사11단독 정성화 판사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은 기 전 의원, 이 의원, 김 전 장관, 김 전 예비후보에 대해 전원 무죄를 선고했다. 이 때도 재판부는 김 전 회장의 진술 등 증거의 신빙성 문제를 들며 무죄 판단을 내렸다.
결국 두 개의 다른 재판부가 입을 모아 검찰이 내세운 증거의 신빙성을 의심한 것은 물론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고 콕 집은 모양새가 됐다. 검찰이 유죄를 입증할 충분한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기소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당장 김 전 회장 측의 이제일 변호사는 무죄 선고 직후 "애초에 기소할 수 있는 사건이 아닌데, 검찰이 억지로 짜맞추기식 기소를 했던 사건"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검찰 입장에선 앞으로의 상황에 더 신중해질 수밖에 없게 됐다. 당장 검찰은 김 전 회장에 대한 항소 여부를 7일 내로 결정해야 한다. 김 전 회장 측은 "워낙 결론이 명백한 사건이라 검찰이 항소를 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앞서 금품 수수 혐의 피고인들에 대해서도 1심 무죄 선고 후 추석 연휴를 포함해 약 2주 만에 항소 기한 마지막날 일부 항소 판단을 내린 바 있다. 기동민 전 의원, 김영춘 전 장관에 대해서만 항소한 것이다. 검찰이 항소하지 않은 이 의원과 김모 전 예비후보는 그대로 무죄가 확정됐다.
이미 검찰이 일부 인사들에 대해 항소한 상황에서 김 전 회장에 대한 항소도 피하긴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관건은 1심에서 재판부가 공통되게 지적한 문제들을 검찰이 뒤집을 수 있느냐다.
경실련(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시민입법위원장인 정지웅 법률사무소 정 변호사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1심에서 정치인들과 공여자 모두 무죄가 선고된 만큼 항소심에서 진술을 뒷받침할 결정적인 증거를 보강하지 못한다면 2심에서도 유죄를 장담하기는 어렵다"면서 "애초부터 명확한 물증 없이 진술 증거 등에만 의존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한 검찰이 무리한 기소를 했다는 비판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견해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