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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서답' 외국인 내보낸 쿠팡…호텔 오찬 해명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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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방위 쿠팡 청문회 열었지만 핵심 증인 불출석
로저스 신임 대표 출석했지만 "한국말 몰라" 언어장벽
"허수아비 세우고 시간만 잡아먹어" 여야 질타
미국에는 청문회 전날 정보 유출 보고서 제출
김병기-박대준 비밀회동 질답도 지지부진해
"계산 누가했는지 기억 안 나"…영수증도 제출 안 해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국회 청문회가 열렸지만, 김범석 쿠팡Inc 의장 등 핵심 증인이 불출석하면서 맹탕으로 전락했다. 대신 출석한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대표는 '언어 장벽'을 내세워 시간을 끌거나 동문서답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여야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쿠팡 측은 CBS 단독보도로 불거진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박대준 전 쿠팡 대표의 '호텔 오찬' 관련 질의도 회피하면서 주요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김범석 어딨나' 질문에 로저스 대표 "여기 와 기쁘다"…맹탕 청문회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쿠팡 침해사고 관련 청문회에서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이사가 의원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쿠팡 침해사고 관련 청문회에서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이사가 의원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17일 쿠팡 개인정보 유출 관련 청문회를 열었지만, 김 의장과 박 전 대표 등 핵심 증인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특히 김 의장은 개인정보 유출 사태 관련 국회의 출석 요구를 다섯 차례 불응했다. 이번 청문회에는 불출석 사유로 "글로벌 기업의 CEO(최고경영자)로서 공식 비즈니스 일정이 있다"는 이유를 대 빈축을 사기도 했다.

김 의장과 박 전 대표는 쿠팡 정보 유출 사태 당시 재직한 핵심 증인이다. 당시 보안 조치 관련 주요 의사결정을 확인해야 하는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으면서, 결국 맹탕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최고경영자의 불출석은 국회를 넘어 대한민국 전체를 존중하지 않고 대한민국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고발과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대신 이번 청문회에는 로저스 신임 대표와 브랫 매티스 쿠팡 CISO(정보보호 최고책임자), 민병기 쿠팡 대외협력 총괄 부사장 등 5명만 출석했다.

그러나 로저스 신임 대표와 매티스 CISO의 언어 장벽으로 질의응답이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함께 배석한 통역사는 "기본적인 '안녕하세요' 정도의 인사말은 한다", "'장모님', '처제', '아내' 정도의 한국어만 구사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이들이 원론적이고 의례적인 답변으로 일관하면서 통역 시간은 갈수록 불어났다. 민주당 훈기 의원은 "로저스 임시대표는 허수아비 같다"며 "의미 있는 답변도 못 듣고 시간만 잡아먹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질답 시간이 한없이 늘어나자 일부 의원들은 통역사에게 "형식적인 답변은 통역하지 말라"고 부탁하는 모습도 보였다. 최 의원장은 "오전 내내 외국인 증인들의 답변을 들었지만 필요한 질문에 대해선 답변한 내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최 위원장은 시간이 걸리는 통역 대신 인공지능(AI) 번역을 화면에 띄우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로저스 대표의 동문서답도 원활한 질답을 방해하는 요인이었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이 김 의장의 불출석 배경을 묻자 로저스 대표는 뜬금없이 "이 자리에 오게 돼 기쁘다"며 "심려와 우려를 끼쳐드려 깊이 사과한다. 쿠팡 한국의 대표로서 어떤 질문이든 성심껏 답하겠다"고 답변했다. 김 의장의 소재와 소통 상황을 묻는 민주당 황정아 의원 질의에는 "내가 쿠팡의 한국 대표로 이번 사고를 관리하고 있다"며 즉답을 피하기도 했다.

쿠팡 측의 불성실한 자료 제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앞서 여야 의원들은 정보 유출 관련 각종 자료를 요구했지만, 쿠팡 측은 "보안 절차상의 이유로 제출할 수 없다"는 답변을 대며 불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서는 '모르쇠'하며 美엔 보고서 제출…"해외투자자 안심용"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쿠팡 침해사고 관련 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한민수 의원이 김범석 쿠팡 의장의 불출석 사유서를 보이고 있다. 윤창원 기자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쿠팡 침해사고 관련 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한민수 의원이 김범석 쿠팡 의장의 불출석 사유서를 보이고 있다. 윤창원 기자
쿠팡 증인들은 청문회에서 모르쇠로 일관했지만, 미국에서는 해외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려는 조치에는 힘쓰면서 빈축을 샀다. 쿠팡이 청문회 직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이번 정보 유출사고를 보고한 것이 청문회 과정에서 언급된 것이다.

쿠팡은 '항목 1.05. 중대한 사이버 보안 사고'를 제목으로 한 8-K 보고서를 SEC에 제출했다. 8-K는 기업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을 때 신속히 알리는 공시다. 쿠팡 모기업인 쿠팡Inc는 미국 뉴욕증권시장 상장사다.

민주당 이정헌 의원은 로저스 대표에게 "이번 사안은 SEC에 보고할 정도로 중대한 사안이 아니라고 했는데 청문회 전날 신고한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추궁했다.

이에 대해 로저스 대표는 "SEC 규정에 따르면 이번 사고로 유출된 데이터는 민감도 측면에서 중대한 사고로 규정되지 않아 공시 의무는 없다"며 "미국 개인정보 보호 관련 법령을 위반한 것도 아니다"라고 답했다. 다만 그러면서 "한국 상황을 미국 내 투자자들에게 알려 정보의 비대칭을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결국 쿠팡이 대한민국 피해자보다 해외 투자자를 위한 행보에 집중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정헌 의원은 "공시 대상은 아니지만 이번 청문회로 투자자들이 동요할 것을 우려한 조치"라며 "'쿠팡의 영업은 중대하게 중단되거나 훼손되지 않았다'는 표현을 넣어 투자자 판단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고 비판했다.

김병기-박대준 '비밀오찬' 질답도 지지부진…"계산 누가했는지 몰라"

쿠팡 박대준 당시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 연합뉴스, 윤창원 기자쿠팡 박대준 당시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 연합뉴스, 윤창원 기자
청문회가 공전하면서 박 대표-김 원내대표의 비밀 오찬 회동 관련 질답도 지지부진했다. 앞서 CBS노컷뉴스는 이들이 국정감사를 약 한 달 앞둔 지난 9월 서울의 한 고급호텔에서 비공개 오찬을 진행했다고 보도했다([단독]국감 앞두고 쿠팡 박대준-與 김병기 원내대표 비밀회동). 이 자리에서 김 원내대표는 쿠팡 임원 인사 관련 민감한 자료를 제시하며 청탁을 시도한 정황이 취재 결과 드러났다([단독]"김병기 의원이 뭘 보여줬는데"…쿠팡 대표의 녹취록 확보).

국민의힘 박정훈 의원은 민 부사장에게 당시 영수증을 요청했고, 민 부사장은 "아직 (영수증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에 박 의원은 "여당 원내대표하고 밥을 먹었는데 그 밥값을 누가 냈는지 모른다고 얘기하는 것은 대관을 책임지고 총괄하는 사람의 말로는 상식적으로 전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도 높게 질책했다.

박 의원은 이어 "저 발언은 위증이고 만약 진실을 규명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면 위증으로 고발해야 한다"며 "돈을 누가 냈는지, 누가 초청했는지, 거기서 무슨 대화가 오갔는지에 대한 문제는 쿠팡이 어떤 식으로 로비를 했는지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단서"라고 부연했다.

민 부사장은 또 당시 식사 상황을 묻는 국민의힘 이상휘 의원 질의에 "아마 런치 세트를 먹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면서도 "시간이 많이 지나 계산을 누가 했는지 모르겠다", "(계산을) 제가 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료가 없다"는 답변을 되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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