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조 전 충남도지사. 양 전 지사 페이스북 캡처◇권오철: 양승조 전 충남지사 자리하셨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양승조: 네, 반갑습니다. 안녕하십니까.
◇권오철: 이렇게 뵈니까 더 반갑습니다. 그동안 어떻게 좀 지내셨습니까?
◆양승조: 글쎄요, 좀 힘들기도 했고요. 또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도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시다시피 2020년 6월 1일, 도지사 선거에서 예기치 않게 낙선의 아픔을 겪었고, 그 이후에도 도민들을 만나고 현장을 찾는 일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2024년 총선을 앞두고, 천안 갑 박완주 의원 지역구 출마를 준비하며 중앙 정치에 복귀해야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만, 당의 요청으로 총선을 45일 앞두고 홍성·예산 지역구에 출마하게 됐고, 또 낙선을 했습니다. 이런 결정은 당의 명령에 따른 것이었고, 개인적으로는 애당심에서 나온 결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20년 낙선 이후, 그리고 24년 총선까지의 과정 속에서 동네 곳곳을 다니며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현장도 살피며 많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충남을 한 발짝 떨어져서 바라볼 수 있었던, 제게는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권오철: 최근 북콘서트를 계속 열고 계시더라고요. 일각에서는 사실상 출마 행보 아니냐는 해석도 있는데,
다시 도지사 재도전을 준비하고 계신 겁니까?
◆양승조: 현재까지 북콘서트는 서산·태안 지역에서 7차 북콘서트를 가졌습니다. 물론 이 북콘서트가 순전히 출마를 위한 자리는 아닙니다. 비상계엄을 겪으면서 우리 국민이 어떻게 민주주의를 지켰는지, 그리고 제가 도지사로 재임했던 4년 동안의 행정 성과, 또 '다 함께 잘 사는 사회'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지, 이런 문제들을 도민들과 함께 나누고 정리하는 자리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런 철학과 방향을 담아 정리한 것이 사단법인 '다함께 잘사는 세상'이고, 북콘서트는 그 내용을 도민들과 공유하는 소통의 과정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공식적인 출마 선언은 아직 하지 않았지만, 2020년 낙선 이후, 그리고 2024년 총선 이후에도 도지사를 향한 일련의 행보를 계속 이어오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권오철: 그러면 서산·태안 북콘서트가 마지막 일정입니까?
◆양승조: 네, 그렇습니다. 내년 1월 말쯤에는 천안에서 여러 각계각층 인사들을 모시고 북 출판기념회도 가질 계획입니다.
◇권오철: 지사님께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재임하셨으니까, 지금 충남 상황도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실 텐데요. 현재 충남이 처한 가장 큰 위기, 어떤 점으로 보십니까?
◆양승조: 충남은 주력 산업이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아닙니까. 그런데 지금 철강과 석유화학 산업이 매우 심각한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철강의 경우 중국산 저가 공세, 수요 부족 문제가 심각하고,
석유화학 역시 중국·인도산 저가 제품 공세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당진에는 현대제철이 있고, 대산에는 석유화학단지에 4대 대기업이 있습니다. 이 산업들을 슬기롭게 극복하지 못하면 충남 경제 전체가 큰 타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문제는 충남이 반드시 힘을 모아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권오철: 또 하나 심각한 문제가 인구 소멸입니다. 금산은 한때 12만 명이었는데 지금은 5만 명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이 문제의 심각성,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양승조: 저출산 문제는 충남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입니다. 작년 합계출산율이 0.75명, OECD 평균 1.53명에 한참 못 미치고, 세계 최하위 수준입니다. 청양은 인구 3만이 무너졌고, 금산도 5만 명이 무너졌고, 서천도 5만 명 아래, 부여도 6만 명이 깨졌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지방 소멸, 지방 공동화를 막을 수 없습니다.
더 심각한 건 행정비용 문제입니다. 버스에 40명이 타든, 4명이 타든 운영비는 똑같습니다. 학교도 학생이 35명이든, 5명이든 비용 구조는 거의 같습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대한민국 전체가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저출산·지방소멸 문제야말로 대한민국이 반드시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라고 봅니다.
◇권오철: 이와 함께 청년 유입과 정착 문제도 중요합니다. 이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보십니까?
◆양승조: 매우 심각한 문제입니다. 수도권이 국토의 11.8%인데, 인구는 50%가 넘습니다. 대학 입시철만 되면 대전, 천안, 광주, 부산에서 공부하던 학생들이 대거 서울로 이동합니다. 충남 대학을 졸업해도 지역에 정착하는 비율은 30%가 안 됩니다. 그 이유는 결국 교육, 일자리, 그리고 문화입니다. 청년들이 '여기서 살아도 되겠다'는 매력적인 일자리가 있어야 청년 유출을 막을 수 있다고 봅니다.
일자리뿐만 아니라, 청년들이 누릴 수 있는 문화시설, 예술시설 같은 것도 굉장히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또 문화만이 아니라, 결혼하고 싶은 사람은 결혼하고, 출산하고 싶은 사람은 출산하고, 아이를 키우고 교육할 수 있는 여건까지 이 모든 조건이 복합적으로 갖춰져야 청년 유출이 아니라 '순유입'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이건 비단 충남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의 문제고, 국가의 존망이 걸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국토 면적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에 대한민국 인구의 50%가 넘게 집중돼 있는 나라, 세계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래서 수도권 인구 집중, 지방 소멸, 지방 공동화 문제는 국정 과제 가운데서도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로 다뤄져야 한다고 봅니다.
◇권오철: 재임 시절에 저출산과 고령사회 대응 정책도 많이 추진하셨는데요. 이번에 다시 도정에 나서신다면 발전시키거나 보완해야 할 부분은 어떤 게 있습니까?
◆양승조: 대표적으로 저출산·고령화 정책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혁신도시 지정이 가장 큰 성과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세종시가 생기면서, 충남과 대전은 혁신도시에서 계속 제외됐습니다. 하지만 세종시는 충남이나 대전과는 별개의 광역자치단체 아닙니까? 그런데도 충남과 대전만 혁신도시가 없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정책이었죠. 충남은 세종시로 인해 연기군을 통째로 내주고, 공주 일부 지역도 내줬고, 인구도 줄었는데 혁신도시마저 지정되지 않았던 겁니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를 상대로 강하게 요구했고, 결국 혁신도시 지정을 이끌어냈습니다. 이건 제 도정의 아주 중요한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저출산 정책을 예로 들면, 제가 고등학교 무상교육을 처음 시행했고, 고등학교 무상급식도 전국 처음으로 시행했습니다. 사립유치원 무상교육도 지금까지 충남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결혼의 가장 큰 장애물 두 가지가 직업과 주거 아닙니까? 일자리가 있어도, 살 집이 없으면 결혼을 못 합니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가 14억,
강남은 18억이 넘고, 전세도 6억이 넘는 상황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충남형 공공임대주택 '더 행복한 주택, 꿈비채'를 만들었습니다. 25평 기준, 보증금 5천만 원에 월세 15만 원 수준입니다. 이 사업은 저출산 대응 정책의 상징적인 성과라고 생각하고, 지금도 큰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권오철: 행복키움수당, 일명 '충남 아기수당'도 지사님 재임 시절 도입됐는데요. 이게 내년부터 종료된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양승조: 저는 이 문제에 대해 도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치인으로서, 또 행정을 했던 사람으로서 저는 정말 분노하고 있습니다. 행복키움수당은 2018년 11월 20일, 제가 취임한 지 4개월 만에 만든 정책입니다. 당시 중앙정부 아동수당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양육비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여보자는 취지에서 36개월 미만 아이들에게 월 10만 원씩 지급했던 제도입니다. 지금까지 약 4만 명의 아이들이 혜택을 받았습니다. 이건 단순한 현금 지원이 아니라 저출산 대응의 상징이자 실질적인 부담 완화 정책이었습니다. 그런데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이걸 없앤다는 건 시대 흐름을 읽지 못한 결정입니다. 제가 만약 다시 도정에 복귀한다면 추경을 편성해서라도 반드시 부활시키겠습니다.
◇권오철: 혁신도시는 지정만 됐지, 아직 뚜렷한 성과는 없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정부와의 협력, 공공기관 이전이 핵심일 텐데요.
◆양승조: 혁신도시 지정 자체가 큰 의미가 있습니다. 2차 공공기관 이전은 법에 정해진 국가의 의무입니다.
이재명 정부도 이 의무를 반드시 이행해야 합니다. 혁신도시는 공공기관을 '담을 그릇'을 만들어 놓은 겁니다.
그릇이 있어야 물을 담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문제는 그 이후 충남도정의 책임입니다. 지금까지 3년 동안
혁신도시에 제대로 이전된 공공기관이 있습니까? 거기에 대해서는 분명히 비판받아야 합니다. '힘센 충남'이라는 말은 했지만, 성과는 없었다고 저는 봅니다.
◇권오철: 충남은 시군 간 격차도 큰 편입니다. 북부는 산업 중심, 중부는 도농 복합, 남부는 상대적 침체가 두드러진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양승조: 균형발전 전략은 역대 도지사들이 다 고민해 온 문제입니다. 문제는 격차가 줄어드는 게 아니라 더 심화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천안·아산·당진·서산, 이 북부권에 산업 생산의 과반 이상이 집중돼 있습니다. 반면, 남부권과 일부 중부권은 상대적으로 매우 어렵습니다. 국가 균형 발전이 중요하듯, 충남 내부의 균형 발전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다만, 이 문제는 굉장히 어렵고 장기적인 과제입니다.
공장을 이전한다고 해도 문제가 간단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천안, 아산, 서산, 당진 말고 청양이나 서천 같은 곳으로 공장을 유치하려 하면 기업들이 가장 먼저 고민하는 게 "근로자를 어떻게 구하느냐"입니다. 그래서 이 문제를 풀려면 굉장히 과감한 정책이 필요합니다. 국가적으로 보면, 수도권 규제 완화를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강하게 추진했고, 그 결과 기업 이전이 급격히 줄었습니다. 수도권 규제가 있을 때는 수도권 기업이 1년에 평균 350개 정도 충남으로 이전해 왔습니다. 그게 충남 산업 발전에 큰 역할을 했죠. 하지만 규제 완화 이후에는 연간 30개도 이전해 오지 않습니다. 이건 굉장히 심각한 문제입니다.
그래서 지역 균형 발전은 말로만 해서는 안 되고, 정책으로, 그리고 지역 특성에 맞게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논산은 국방산업 도시 아닙니까? 논산 국방산업단지를 대한민국 국방산업의 메카로 만들어야 합니다. 또 서해안을 중심으로는 태양광, 풍력, 해상풍력 같은 에너지 산업을 적극 활용해서 지역 균형 발전 전략을 짜야 합니다. 이건 중앙정부가 국가 균형 발전을 책임져야 하듯이, 충청남도 역시 15개 시군의 균형 발전을 놓고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해결의 실마리가 보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권오철: 이번에는 짧게 여쭤보겠습니다. 현재 김태흠 지사의 도정에 대해 평가할 만한 성과와 아쉬운 점, 각각 짚어주신다면요.
◆양승조: 제가 과문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눈에 띄게 마음에 각인된 성과는 많지 않습니다. 다만 베이밸리 산업철도 문제, 그리고 윤석열 정부 시절 성안 종축장 문제나 홍성 국가산업단지 지정 같은 건
평가할 만한 성과라고 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의 실행 과정, 충남과 홍성이 떠안게 될 부담 같은 부분은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고 봅니다. 무엇보다 아쉬운 건, 행복키움수당을 폐지한 점입니다.
그리고 서산공항철도는 제가 퇴임하기 전에 이미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 사업으로 선정됐고, 예산도 확보해 둔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중간에 예타가 무산됐습니다. 또 가로림만 해양정원, 안면도 개발 사업도 사실상 무산됐다고 봐야 하고, 천안 농축산 중부물류센터도 설계까지 다 해놓고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행복키움수당뿐만 아니라 여성농민 행복바우처도 없어졌습니다. 이런 부분들은 굉장히 아쉬운 대목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혁신도시와 관련해서 2차 공공기관 이전을 반드시 끌어내야 하는 과제는 누가 도정을 맡더라도 반드시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라고 봅니다.
◇권오철: 그래도 평가할 만한 성과를 아예 안 짚으실 줄 알았는데, 몇 가지는 말씀해 주시네요.
◆양승조: 그래도 도정을 맡은 분이니 최소한 최선의 노력을 하고 계시다는 점은 누구나 인정해 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노력하는 부분은 분명히 있다고 봅니다.
◇권오철: 그럼 만약 지사님께서 다시 도정에 복귀하신다면, 가장 먼저 이어가고 싶은 정책 하나를 꼽아주신다면요?
◆양승조: 가장 시급한 건 산업 위기 극복입니다. 그다음은 저출산 대책입니다. 특히 제가 상징적인 정책으로 생각하는 게 '꿈비채' 주택 사업입니다. 25평 아파트에 보증금 5천만 원, 월세 15만 원 수준의 공공임대주택입니다. 제가 민선 7기 때 900호를 건설하고 100호를 매입했는데, 민선 8기, 9기에는 적어도 4천 세대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봅니다. 주택 때문에 결혼을 포기하는 청년들에게 실질적인 희망을 줘야 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첨단 산업 유치도 충남도에 굉장히 시급한 과제입니다.
◇권오철: 김태흠 지사는 '속도'를 중요하게 보는 스타일이고, 지사님은 '복지·균형·포용'을 강조하는 평가가 많은데요. 이 두 가지를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을까요?
◆양승조: '속도 개발'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지금이 과연 개발만을 외칠 시대인가 싶습니다. 지금은 성장과 균형의 시대라고 봅니다. 사실 저는 속도전도 굉장히 빠르게 해 왔습니다. 행복키움수당은 4개월 20일 만에 조례 만들고 추경 확보해서 지급했습니다. 고등학교 무상교육, 무상급식도 2018년 7월 취임해서 2019년 3월 바로 시행했습니다. 1500억 원이 들어가는 큰 사업이었죠. 혁신도시도 2년 만에 해냈습니다. 그래서 속도와 복지는 상충되는 개념이 아니라고 봅니다. 속도를 낼 건 내되, 과속이 아닌 '안정적인 속도'로 가야 합니다.
행정은 과속하면 돌이킬 수 없는 도민의 피해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빠를 땐 빠르게, 안정이 필요할 땐 안정적으로, 이 균형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권오철: 이제 마칠 시간입니다. 끝으로 충남 도민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양승조: 지난 2022년 낙선했지만, 그럼에도 도민 여러분의 성원에 늘 감사하고 존경하는 마음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도정 밖에서 4년을 보내면서 도정도 더 잘 보였고, 여러 계층의 사람들을 만나며 깊이 성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무엇보다 지금 민생 경제가 매우 어렵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이 어려운 시기를 잘 극복하시고, 올해 남은 시간 잘 마무리하시고, 2026년에는 희망과 용기를 갖고 한 해를 시작하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권오철: 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양승조: 고맙습니다.
◇권오철: 지금까지 양승조 전 충남도지사와 함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