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제22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출범회의에서 이해찬 수석부의장 등 참석자들과 '함께하는 다짐, 함께 부르는 평화' 대합창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재명 정부의 외교안보 '자주파'와 '동맹파' 간의 신경전이 지속되고 있다. 외교안보 특성상 현안에 맞춰 양측 주장을 적절히 병용해야 하지만, 회의 참가 자격 등 불필요한 논란으로까지 비화하고 있어 우려가 제기된다.
케빈 김 "트럼프, 대북협상서 '압도적 우위'"…韓내 '한목소리' 언급
9일 외교부 등에 따르면 케빈 김 주한미국대사대리는 최근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안규백 국방부 장관, 박윤주 외교부 1차관 등과 만나 한미 관련 사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그 중에서도 주된 주제는 남북, 북미 관련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였다. 김 대사대리는 이들 자리에서 "한미 공조의 절대적 중요성에 공감대가 있었다. 한국의 고위 당국자들과 계속해서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케빈 김 주한미국대사대리. 윤창원 기자
특히 김 대사대리는 "실질적 성과를 내려면 협상력 확보가 중요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압도적 우위'에서 북한과 협상하기를 바란다"며 대북 정책에 있어 한국 정부 내 '한 목소리'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주파 "한미연합훈련 연기" vs 동맹파 "고려 안 해"
한 목소리와 관련한 우려는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이른바 '자주파'와 '동맹파' 간의 이견을 가리킨다.
정 장관이 대표적 인물인 자주파는 남북 대화 재개의 성패가 북한의 마음을 여는 일에 달려 있다고 보고 유화책 추진에 힘을 싣고 있다.
사진은 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반도평화포럼 주최 '정부 출범 6개월, 남북관계 원로 특별좌담'에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기념촬영을 위해 대기해 있는 모습. 연합뉴스정 장관은 지난 10월 '평화적 두 국가론'의 공식화를 시사한 데 이어, 최근에는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한 한미연합훈련 연기를 공개적으로 주장했다.
반면 대통령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으로 대표되는 동맹파에서는 미국과의 공조를 통한 각종 노력에도 북한이 응하지 않고 있다며, 남북 대화 또는 북미 대화가 성사되지 않고 있는 상황의 원인으로 북한을 지목하고 있다.
대통령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7일 기자간담회에서 "진전이 없는 것은, 냉정히 얘기하면 북측이 전혀 응할 태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며 "연합훈련을 카드로 직접 고려하고 있지는 않다. 생각할 카드는 많이 있다"고 선을 그었다.
"NSC에 차관이 왜"…비본질적 신경전에 커지는 우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7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 정부 6개월 성과 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이른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 관련한 정책적 이견과 이를 둘러싼 토론에는 문제가 없지만, 최근에는 이 같은 신경전이 비본질적인 갈등으로까지 비화되고 있어 우려를 사는 모습이다.
자주파로 분류되는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지난 3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차관급이 통일·외교·국방부 장관과 똑같은 급으로 참석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윤석열 정부의 차장이 안보실을 쥐고 흔들려고 했는데 이를 답습한 것"이라고 NSC 운영실태를 비판했다.
이는 차관급인 국가안보실 1·2·3차장이 장관들이 참여하는 NSC에 참석해 같은 자격으로 발언을 하는 것이 맞느냐는 취지로, 윤석열 정부의 차장은 당시 국가안보실 1차장이던 김태효 전 차장을 가리킨다.
그러자 위 실장은 "지금 하고 있는 운영체제는 이번에 생긴 것도 아니고, 또 누가 말한 것처럼 김 아무개(김태효 전 차장)가 만들어낸 것도 아니고, 김대중 정부 이래 운영돼왔던 제도와 관행을 따르고 있는 것"이라며 "차장이라는 직함으로 NSC에 참여가 이뤄진 것은 박근혜 정부 때부터"라고 정면 반박했다.
외교안보 정책 방향이나 아젠다 설정과 전혀 무관한, NSC 회의에 차관급이 참여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느닷없이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견해 차 어디든 있어"…"대통령실 입장이 대한민국 공식입장"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의장인 이재명 대통령이 2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제22기 민주평통 출범식에서 의장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대통령실과 정부는 확대해석 자제를 기본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정부 내에 자주파나 동맹파 같은 세력이 실존하지 않고, 있더라도 갈등을 통해 정부정책의 실효성에 해를 입히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정부 내 어느 단위에서든 견해 차이는 있을 수 있다"며 "외교통일 정책을 주관하는 통일부 장관과 외교부 장관은 견해가 달라야 하는 것 아닌가. 안보실장과 외교부 장관은 미국과 대화하고, 통일부 장관은 북한과 대화하자는 것이 정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통일부 장관과 안보실장이 견해가 같으면 토론이 이뤄질 수가 없다"며 "대통령의 인사도 그런 점을 고려해 이뤄졌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외교안보 정책 분야도 다른 정책과 같이 컨트롤타워가 세워져 제 역할을 해야 할 필요성 또한 제기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남북관계를 "평화적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의 특수관계"라고 정의했는데, 관계부처 장관이 다른 표현인 "평화적 두 국가론"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 발생해서야 되겠냐는 것이다.
조성렬 경남대 군사학과 초빙교수는 "자주파 동맹파 같은 진영간 갈등이 이뤄지고 있다기보다는 각 부처, 각 단위에서 각자의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정부 정책에 대해서는 대통령실의 입장이 대한민국의 공식 입장이다. 최종적 컨트롤타워로서 조정을 하면 그에 따라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