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공동취재단국채 금리 급등세가 이어지자 한국은행이 1조 5천억원 규모의 국채를 사들이며 '소방수' 역할에 나섰다. 다만 매입 규모가 크지 않아 국채 금리가 하락세로 전환할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시장금리'로 불리는 국채 3년물 금리는 한국은행의 마지막 기준금리 인하 직후인 지난 6월 초 2.34%에서 최근 3%를 돌파했다. 전날 장중 3.1%가 넘기도 했다.
국채 3년물 금리가 3%를 넘은 것은 한은이 기준금리를 3.5%로 유지했던 지난해 7월 이후 처음이다.
한은이 금융통화위원회 기준 4연속 기준금리(2.5%)를 동결하는 동안 시장금리가 66bp(1bp=0.01%p)나 급등했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차갑게 식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대체로 기준금리는 한 번에 25bp씩 움직인다는 점에서 사실상 금리를 2차례 넘게 인상한 수준이다.
특히 한은 이창용 총재가 지난달 12일 공개된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금리 인하의 폭과 시점, 혹은 정책 방향의 전환(change of direction)이 있을지는 앞으로 나올 새로운 데이터에 달렸다"고 한 발언이 결정타가 됐다. 시장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으로 해석하면서 국채 금리가 치솟았다.
여기에 지난달 27일 한은이 올해 마지막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고, 통화정책결정문에서 향후 정책 방향이 '인하 기조' 대신 '인하 여부'로 바뀐 것도 국채 금리 상승을 부추겼다.
유진투자증권 김지나 연구원은 "이번 금통위에서 중요한 부분은 환율과 물가였다"면서 "결국 부동산에 이어 인하하기 어려운 새로운 이유인 환율을 설명한 것이 핵심이다. 이로써 내년 연간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은 더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시장금리 분위기는 회사채 시장으로 이어졌다. 우량 등급인 회사채(AA-) 3년물 금리는 지난 6월 초 2.9%에서 최근 3.5%까지 뛰며 기업들의 자금 조달 비용 부담이 커지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한은은 지난 8일 1조 5천억원 규모로 국채 단순 매입을 발표했다. 한은은 '환매조건부증권(RP) 매각 대상 증권 확충 필요성 등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유동성을 흡수하기 위한 수단으로 RP 매각하고, 이때 담보로 국채를 제공한다. 이 담보용 국채를 매수한다는 의미다.
시장은 시장금리 안정 효과를 의도한 것으로 해석한다. 한은의 채권시장 개입으로 시장의 심리를 안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시장금리 상승세를 하락세로 전환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에 무게를 싣는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이후 한은이 14차례 단순 매입에 나섰고, 그 직후 금리가 하락한 것은 8차례이다. 이 가운데 5차례는 이후 시장금리가 반등했기 때문이다.
하나증권 박준우 연구원은 "한국은행의 숨은 의도가 금리 변동성 완화더라도 단순매입의 금리 하락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단순매입은 RP 매각 대상 증권 확충 목적이 커 추가 단순매입 여부가 불확실하고 규모도 2022년 대비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한은이 시장금리 안정을 위해 추가 단순매입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KB증권 임재균 연구원은 "한은이 팬데믹 이후 가장 많았던 채권 규모만큼 채권을 보유한다고 가정하면 향후 9조 4800억원의 채권을 더 매수할 수 있다"면서 "만약 시장이 계속 진정되지 않고 한은이 이에 대응해 2026년 만기도래분까지 채권을 매수하면 13조 200억원으로 적지 않은 규모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 연구원은 이어 "기재부도 금리 안정을 위해 연초 국채 발행 비중을 축소하고 향후 금리가 안정된 이후 국채 발행 규모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2026년 4월부터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에 따라 매월 9조원 내외의 WGBI 추종 자금이 유입되는 만큼, 기재부 입장에서도 연초 발행 규모를 축소해도 그 이후 국채 발행에 대한 부담은 크지 않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