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12.3 내란 1년을 맞아 복음주의권과 에큐메니칼 신학자들이 공동 신학 세미나를 열고 극우 기독교 극복 방안을 모색했습니다.
신학자들은 "극우 기독교는 일부 집단의 일탈이 아니라, 한국교회 구조와 신학이 함께 빚어낸 문제"라며 교회의 근본적인 변화를 촉구했습니다.
오요셉 기자입니다.
[기자]
복음주의·에큐메니칼 신학자들은 극우 개신교 문제를 '과잉대표' 문제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광범위한 교회 생태계 문제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발제자로 나선 성공회대 신익상 교수는 한국 개신교의 극우 성향을 단순히 정치·신앙 문제로 한정하지 않고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위기라는 구조적 맥락에서 분석했습니다.
교회를 비롯한 전세계적인 극우화 현상엔 이면엔 민주주의 외형은 유지하면서 배제·감시·자본 숭배로 신자유주의의 위기를 관리하고자 하는 현대적 파시즘, 이른바 '후기 자본주의 파시즘'의 영향이 있단 겁니다.

신 교수는 "설문조사 결과, 한국 개신교인 75%가 '후기 자본주의 파시즘' 성향에서 '잠재적 위험' 이상을 보였다"며 이미 교회 내에 자본과 시장에 대한 절대화와 타자 배제·혐오가 깊게 뿌리내렸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그 성향은 목회자들에게서 더 높게 나타난다"며 "교회 조직·권력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없으면, 신앙 언어로 포장된 파시즘이 계속 재생산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신익상 교수 / 성공회대 신학연구원]
"개신교인들, 완전 자본을 숭배하고 시장을 중시하는 성향 엄청 높고요. 혐오와 배제가 엄청 높습니다. 목회자들이 극우와 비슷한 파시즘 성향을 보이고 있다, 극우는 아닐지 몰라도. 이게 한국교회의 구조랑 결합해서 상당히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권력이 집중되어 있고, 집중돼 있는 권력의 정점에서 극우적이고 파시즘적인 사람들이 조금만 얹어주면 언제든지 쏠려서 그냥 그대로 갈 수 있는 구조라는 거죠."
극우를 떠받치는 교회 내부 동인으로는 권위주의와 반지성주의가 지적됐습니다.
목사, 장로 중심의 권위주의 구조 속에선 민주적 의사 결정과 비판적 토론이 부족한 데다, 복합적인 사회 문제를 '선악 이분법'으로 단순화한다는 겁니다.
지난달 27일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진행된 복음주의-에큐메니칼 공동 신학 세미나. 이번 세미나에선 "교회를 염려하지 말고 하나님의 나라와 그 의를 구하라, 그러면 살아있는 교회는 덤으로 온다"는 신학자 몰트만의 통찰이 강조됐다.
발제자들은 극우 기독교 문제를 단순히 '진영 갈등'으로 환원하지 않고, 신자유주의와 세대·젠더 갈등, 반공주의 등이 얽힌 구조적 위기로 분석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송진순 박사 / 이화여대,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자신을 피해자로 규정을 하고 공격적인 정치 행동을 마치 방어적인 홀리워(Holy war), '성전'이라고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는 것이 인식 조사를 통해서 드러났습니다. 단순하게 정치 세력의 지지를 넘어서서, 극우 담론을 재생산하고 도덕적인 정당화의 기제로 작동하면서 개신교가 갖고 있는 그 구조적인 한계가 극우 신앙의 감수성의 토양이 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지적입니다."
신학자들은 교회가 권력 분산·민주적 운영·지성 회복, 복음주의·에큐메니칼 연합을 통해 공공성을 되찾아 나갈 것을 당부했습니다.
CBS뉴스 오요셉입니다.
[영상기자 이정우] [영상편집 서원익]